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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돌봄과 학교의 역할

글_ 이인수 용화여고 교사

 

 

  올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온종일 돌봄 정책 발표’ 이후, 정부는 범정부 공동추진단(이하 추진단)을 중심으로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운영 실행계획’을 확정하였다. ‘온종일 돌봄 체계’는 맞벌이 부부나 소외계층의 자녀 등 부모 부재 시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보호 체계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초등학생인 자녀들이 학교가 끝나고 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학원에 가 있거나 했던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라고 밝히고 있다.

 

 

돌봄 체계 구축에 공적 확대 필요
  최근 정부가 이처럼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공적 돌봄 공급을 확충하려는 정책적 방향성은 인구구조와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해볼 때 옳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부모들의 육아 부담이 훨씬 커지고, 특히 일하는 여성들이 일을 포기하고 경력 단절을 겪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어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지방정부 등 유관기관이 함께 협력해야 할 중요 국가 정책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가 제안한 ‘초등학교 저학년의 하교시간’과 관련하여 하교 시간을 획일적으로 3시로 연장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안은 현재 찬·반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가 되는 것은 이 정책의 당사자인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것이다. 이는 공적 돌봄 기능 관련 학교의 역할에 대한 강조만 있을 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우리에게 여러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왜 하교시간이 연장되어야 하나?
  초등학교 하교시간 연장 논의는 우리나라 저출산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인 자녀의 양육부담을 줄여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가 최근 교육현장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찬·반 의견으로 팽팽하게 대립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왜 초등학교 저학년(1~4학년)의 하교시간이 연장되어야 할까? 저출산위는 사교육 과잉과 아이들의 낮은 행복도를 이유로 꼽았지만, 결국 아이들 의견보다는 부모의 보육 상황이 논쟁의 중심에 선 모양새이다.
  한편,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초등위원회와 참교육연구소가 초등 3~4학년생 5천133명과 교사 4천7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초등학생 71%와 교사 95%가 초등 저학년 휴식·놀이시간을 늘려 오후 3시까지 학교에 있게 하는 방안을 반대한다고 나왔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반대 이유로는 ‘학교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와 ‘학원가는 시간이 늦어진다’가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많이 꼽혔다.
  위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교육정책 추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의 수혜대상인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 현장에 대한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저출산위의 ‘초등학교 저학년의 하교 시간 연장’ 과 관련하여 제안된 ‘(가칭)더 놀이 학교’ 도입은 교육부와의 사전 협의는 물론, 학교 현장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나온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학교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
  학교는 공동생활을 하는 곳이다.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우리 아이들이 자주 듣게 되는 말은 “뛰지 말아라”, “장난치면 다친다”와 같은 잔소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심리적 상황은 한마디로 ‘고되다’이다. 낯선 공간, 낯선 친구들, 낯선 교사 등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 자체가 모두 스트레스이다. 따라서 학교는 교육기관으로 학부모 만족도를 높이고, 보육은 지자체의 역할을 강화해 마을 자원이나 환경을 놀이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하려는 지금의 상황은 공교육의 담당자로서 학교와 교사의 역할과 책무성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가 정책을 시행할 때, 정책당사자의 의사와 선호를 고려하지 않고, 그 결과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한다면 그러한 국가개입은 정당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 교사들은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교육의 의미를 부정한다기보다 대부분 안전에 대한 책임 등 운영의 어려움, 준비의 미흡, 업무 과중, 경직된 교직문화와 같은 현실적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어떤 정책이든 정책담당자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다. 특히 아이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교 시간 연장 정책을 고민할 때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떤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지, 또한 정책당사자인 교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학교에서 공교육으로서 하교시간 연장이 왜 등장하였고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충분히 전개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저학년의 수업시간을 갑자기 늘리는 것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초등 교육과정 전체를 손봐야 하는 것으로 단시간에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


참고문헌
1. 교육부 공식 블로그: http://if-blog.tistory.com/8240
2. 에듀동아(2018.06.28.). 교육부, ‘온종일 돌봄 선도사업’ 9개 지자체 선정…
3년간 80억 원 지원.
3. 연합뉴스(2018.09.27.). “초등학생 71%·교사 95%, 초등 저학년 오후 3시 하교 반대”
4.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2018). 초등교육의 변화 필요성과 쟁점 - 놀이를 더해 행복을 키우는 우리 아이들 -. 제7차 저출산, 고령화 포럼 자료집(2018.08.28.).
5. 신현석(2017). 한국 교육행정학의 정체성. 교육행정학연구, 35, 195-232.
6. 전세경(2018). 초등 저학년 하교시간 연장 필요성과 쟁점에 대한 토론. 제7차 저출산, 고령화 포럼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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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희정(2018). 획일적인 정책 추진은 구시대의 유물. 토론문. 제7차 저출산, 고령화 포럼 자료집. 115-134.
8. 홍소영(2018). 초등 저학년 하교시간 연장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의견. 발표 4. 제7차 저출산, 고령화 포럼 자료집. 5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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