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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감소는 대학체제 개편의 기회다

글_ 신현석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인구절벽의 시대에 대한민국의 인구구조의 변화가 심각하다. 급기야 2017년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1.05명, 출생아 수는 35만 7,700명을 기록하여 최저를 기록하였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금년 7월 보고에 따르면 올해 1~4월 출생아 수(연간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은 시기)가 전년 대비 9.1% 감소했기 때문에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0.05명 이상 떨어져 세계에서도 그 유례가 없는 1.0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 유력하다고 전망하였다. 이러한 저출산은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교육부가 예측한 자료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인해 대학 입학자원이 급감하고, 2018년부터 대입정원이 고교졸업자 수를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며, 2020년 이후에는 그 간극이 더 심하게 벌어진다고 한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2022년까지 3주기에 걸쳐 대입정원 16만 명을 감축하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수립하고 1주기(2014-2016)에 4만 7천여 명을 감축하여 당초 목표 4만 명을 상회한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본역량평가를 통해 그 결과에 따라 자율개선대학, 역량개선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나누고, 자율적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자율개선대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학들에 대해 정원감축을 의무화하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기본적으로 향후 고등교육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보다 궁극적인 목적은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통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는 시대사회적 요청에 기인한다.
  정부는 반값 등록금 도입 등으로 국민의 세금이 부실대학들의 연명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를 정부가 거부할 명분이 없으며, 이에 교육이 부실한 대학들을 가려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수준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대학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명분은 대학이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잘 가르치는’ 본질적 역할을 잘 수행하여야 하며, 특히 학부교육은 대학의 3대 기능 중 학생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인식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따라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대부분 교육역량의 우열을 가리는 지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세계적으로 변화된 고등교육환경에 조응하면서 인구구조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외적인 동인과 함께 일차적으로 정원 감축을 통해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개별 대학의 교육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정원 감축+교육의 질 제고 → 교육경쟁력 향상 →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의 구도로 목표체계가 구성되며, 그중에서도 ‘정원 감축을 통한 교육의 질 제고’가 핵심 요체이자 정책의 일차적인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부가 구조개혁의 초점을 단지 물리적인 정원 감축 그 자체에만 두지 않고 교육의 질을 제고와 병행하게된 것은 ‘규모와 성과(질)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실제적인 면에서의 경험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적정규모 정원 감축으로 교육의 질 제고
  먼저 이론적인 면에서 적절한 수준의 학급 및 학교 규모는 학업성취도를 비롯한 교육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관련 연구들은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밀한 교육 규모 혹은 과소한 규모보다는 적정한 규모의 교육 크기가 긍정적인 결과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적 축소지향의 정원 감축 혹은 확대 일변도의 양적 팽창 모두 교육에서의 효과를 생각하면 대학구조개혁의 정답이 아니다. 따라서 적정한 규모의 정원 감축을 통해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적절한 매개변수 즉, 합당한 정책 개입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요체는 감축과 팽창의 일차원적 선형의 어떤 지점에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효과를 극대화하는 포물선의 꼭지점을 찾아 바로 그 정점에서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실제적인 면에서 대입 정원의 양적 감축은 그동안 누적되어온 대학의 전통적인 구조와 대학교육의 실행기제로서 학사제도의 문제점을 쇄신하여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국가사회의 요구가 당위적 실천 과제로 합의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구조적으로 교육 중심적이라기보다는 행정·관리 중심적, 소프트웨어·휴먼웨어 중심적이라기보다는 하드웨어 중심적, 수요자 중심적이라기보다는 공급자 중심적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른 창조변혁의 시대에서는 몸집을 줄이고 맞춤형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의 개별 역량 극대화가 중요하고, 학사제도는 이런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한 시스템으로 변모되어야 한다.

 


다양한 플랫폼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통로 개척
  기존의 대학 행정·관리제도는 교수와 학생의 교육활동을 일률적으로 규율하는 일원적 방식이 아닌 다양한 대안의 한 방편으로 존재하거나 대안들의 선택적 가능성을 최소한도로 통제하는 것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따라서 고등교육이라는 무한지대에 존재하는 물리적인 조직으로서 대학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구성원들이 드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를 개척하여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조직 혁신이라는 사명을 감당해야한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는 얼핏 인적자원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이룩해온 국가사회의 입장에서나 입학자원의 풍요 속에서 호황을 누려온 대학의 입장에서 슬픈 전주곡 혹은 재앙으로까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으로부터 탈피하여 우리나라 대학체제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시스템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정원 감축은 대학의 입장에서 외견적 손실이지만 취약한 교육 조건들을 쇄신하여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작용들이 순기능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일선 대학들과 소통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합의되지 않은 갑작스런 정책 개입을 통해 일거에 대학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고등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현재 혹은 미래의 환경 속에서 이해집단들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존재하기 때문에 정책추진의 전 과정에서 방안의 논리적 정연함과 최고선을 추구하는 합리성과 집단 이해의 형평과 만족을 추구하는 정치성의 상호 견제 혹은 균형의 반복적인 흐름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합리성과 정치성의 조화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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