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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주인 되는 행복한 학교문화로학력-인성-진로 삼박자 척척 광주고등학교

글_ 한주희 본지 기자

 

계림동산은 새로이 명상 숲으로 조성되어 학생들의 사색의 공간이자 자연 속에서의 학습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책만 들여다본다고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다. 스스로 원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어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 광주고등학교는 이러한 ‘참배움’을 실천하는 학교다. 자율형 공립고로서 학력과 인성 모두를 키우는 전인교육은 광주고를 ‘명문고’로 만들었다.

 

  광주 동구 구도심에 자리한 광주고등학교(교장 이영호)는 7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명문고로 꼽힌다. 1만 4천여 평의 대지에 기숙사를 포함한 15개동의 학습 공간이 들어서 있고, 아카시아향 가득 품은 야트막한 계림동산이 천연잔디 운동장과 70여 종의 수종과 야생 식물을 담고 있는 학교를 포근히 감싸고 있다.


  “긴 세월 동안 학교 선배들이 후배를 위해 교정에 심어 온 수목들입니다. 5만 동문은 지금도 매년 1억여 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으며, 60여 명이 넘는 학생이 지원을 받고 있지요.”


  이영호 교장은 지난해 9월 고교 졸업 후 35년 만에 모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광고인이라는 강한 자부심은 학교의 귀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광주 4·19민주혁명 발상지로서 긍지와 자부심도 남다르다. 1960년 당시 광주고 학생들의 의거로 이 지역에는 민주주의의 외침이 들불처럼 일었다. 교정 입구에는 광주 4·19민주혁명의 발상지를 기리는 기념탑이 매일 학생들을 반기고 있다.

 

과학전문 실습 공간 창학관. 교내에는 최대 1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포함해 총 15개의 학습 공간이 들어서 있다.

 

 

전 교과에 반영한 학생활동 중심 교실수업은 광주고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자율형 공립고로 제2의 도약


  “광주고 고유의 전통과 자연친화적 교육환경은 학교의 자랑입니다. 2011년 자율형 공립고 지정을 계기로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였지요. 그 결과, 올해 신입생 지원율이 3대 1에 달할 정도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신뢰가 높아졌습니다.”


  전통적 구도심에 자리한 광주고는 고교 평준화 이후 학생, 학부모의 사립고 선호 현상과 상대적으로 저조한 신입생 기초학력으로 ‘일반고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이 교장은 학교운영의 자율권이 확대된 자율형 공립고 지정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 명문고 부활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선, 우수교사 초빙제로 열정과 전문성을 갖춘 교사진이 구축됐다. 평균 나이 38.7세의 입시전문가들로 구성된 담임교사와 비교과활동 우수 교사들이 진학지도를 책임지고 있다.

 

  수업·평가 방법 개선과 진로진학 역량 강화를 위한 교사 동아리 10여 개를 중심으로 한 교실수업 변화는 교육활동의 신뢰를 높이는 또 다른 큰 축이다. 더불어 100% 선지원에 의한 학생 모집으로 입학 때부터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긍지와 신뢰도 각별하다.


  교육과정은 학생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1학년 과제연구기초 , 2학년 프로그래밍(코딩), 3학년 자연통합수학·인문통합수학을 운영해 능력별·진로별 교육과정 편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과제연구기초를 통한 소논문 작성을 통해 좋은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정보검색, 연구방법, 글쓰기, 발표대회에 이르기까지 학생의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수업의 체계적인 모형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외에도 전남대 철학연구센터와 연계한 ‘철학 아카데미’, 광주과학기술원과 연계한 공학프론티어 등을 운영하고, 미래주제연구·실용경제 등 관내 자율형 공립고 연합으로 협력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전 교과에 반영한 학생활동 중심 교실수업은 광주고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수많은 문인을 배출한 광주고는 교내 문학관을 개관하고 지역문인들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광주 4.19민주혁명 당시 선봉에 섰던 주역들이 성금을 모아 건립한 4월혁명 발상지 기념탑

 

전인교육으로 학업성취도 쑤욱~


  학생들은 50여 개의 셀프스터디 그룹을 스스로 조직하고 서로가 멘토-멘티가 되어 학습챌린지와 학습두레를 실천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방과후수업이 없는 진로진학체험의 날을 운영하여 50개 창체동아리와 20개의 상설 자율동아리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자율적 비교과 교육활동을 보장한다. 특히, 진로와 독서를 연계한 ‘진로독서 30운동’으로 매주 금요일 5교시는 독서시간으로 활용하고, 책쓰기를 통해 지난해 학생저자 13권의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수능 이후 교육과정 정상 운영을 위해 학기당 이수단위를 조정하여 3학년 이수단위를 29단위로 줄여 편제한 점도 눈길을 끈다.


  더불어 인성비전캠프, 진로캠프, 직업체험 및 특강 등 진로진학지도가 중심이 되어 독서, 문화예술, 학교스포츠 클럽, 인성교육 등이 하나의 톱니바퀴로 맞물려 돌아간다. 지난해부터 재학생과 동문을 멘토-멘티로 맺어주는 ‘좋은 형 만들기’ 프로젝트와 해외 대학 및 문화 탐방 프로그램인 ‘광주고 Global Vision Tour’도 시작했다.


  “학생들의 미래핵심역량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벽에 부딪혀도 스스로 뛰어넘을 수 있는 힘과 능력을 학생 주도적인 교육활동과 전인교육을 통해 키우고 있지요.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설계 의지 또한 매우 높아졌습니다.”


  백기상 교감의 말이다. ‘아빠와 함께 무돌길 걷기’, 케냐, 탄자니아, 미얀마 등에 ‘희망의 운동화 보내기’ 등 인성교육 활동과 근대 문화유산 유적지 시간 체험여행, 국토탐방 에코 문화·생태 체험 프로그램이 연중 열린다. 급식시간을 이용한 춘하추동 소화제 콘서트, 외국어음악경연대회 등 최근 3년간 문화예술특성화학교로서 다채로운 활동도 펼쳐지고 있다.


  전인교육은 학업성취로 이어지며 2년 연속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향상도 우수학교, 2회 연속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되어 고등학교로서는 이례적인 기록도 세웠다. 이영호 교장은 “학생들 표정이 유치원 아이들 표정처럼 해맑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자신이 선택해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도록 최대한 지원한다.”고 말한다.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우뚝


  매년 5월에는 800여 명의 호남권 학생들이 참가하는 광고문학상 백일장 대회가 학교 교정에서 열린다. 수많은 문인을 배출한 학교로서 전국 유일 ‘광고문학관’이라는 교내 문학관을 개관해 지역문인들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올해는 노후화된 교육환경 개선 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자기주도적 학습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셀프스터디를 확대하고 이와 함께 세종관에 450석 규모의 현대식 도서관 열람실을 조성한다. 수시 위주의 입시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비한 TF팀을 운영하고, 자율 교육활동을 통한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이 교장은 말한다.


“아이들에게 성공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서 성공한 삶을 살아간다는 생각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Interview

 

이영호 교장

 

광주 4.19민주혁명 발상지로서 민주와 평화 인식이 남다른 학교.


  이영호 교장은 학교운영에 있어서도 이러한 덕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구성원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교장, 교감 그리고 행정실은 교사들이 교육의 본질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 지원자다.

 

 

Q:학교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모든 교육활동은 학생 중심으로 계획, 추진하되 구성원의 자발성을 토대로 한 협력적 분위기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행복한 학교에서 사랑하는 학생들의 행복한 인생이 시작되고, 행복한 가정, 행복한 교사가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습니다.”

 


Q:‘행복한 교사’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나요?


  “교사로서 존중받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교사들의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예산·시설 등을 지원하고, 담임교사에게 모든 학생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감당이 어려운 학생은 별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등교맞이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오늘도 선생님과 행복하게 파이팅!”

 


Q:‘좋은 수업’을 특히 강조하고 계신데요.


  “교사와 학생 간 관계형성을 기반으로 한 좋은 수업이야말로 학교 교육활동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넘치는 수업, 잠자는 교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에게 의미 있는 수업이어야 하고, 소외받는 학생이 없는 책임교육과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지식은 책에서 배울 수 있으되, 지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오직 따뜻한 인간적 접촉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따뜻하고 인간적인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교장은 매일 급식시간마다 직접 김치배식을 한다. 전교생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혼자 있는 아이, 우울해 보는 아이들을 살피고 세심히 보듬는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학교”를 꿈꾼다는 이 교장. 대입으로 인한 성과 경쟁보다 서로 간 상생과 협력, 공감하는 문화가 광주고등학교의 가장 큰 저력이 되고 있다.

 

 

광주고 3人이 말하다

 

 

 

스스로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자율형 공립고인 광주고등학교(교장 이영호)는 특성과 적성이 제각각인 학생들에게 다양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선택해 즐겁게 배우고 익히며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고 있다.

 

 

“경제요? 어렵지 않아요!”


김민재 / 3학년

 

  “정말 다른 학교와 달라요. 학생들이 하는 말을 학교가 다 들어준다고 할까. 고등학교는 입시공부 때문에 동아리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기도 하는데 여기는 안 그래요. 활동을 참 많이 해요.”


  김민재 군(19)은 경제경영동아리 ‘경이로움’의 회원이다. 그동안 경제나 경영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2학년 때 가입한 이후 연간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다. ‘담뱃값 인상’을 주제로 시사토론을 벌이고, 친환경 농업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회사 CEO를 만나 연구실과 생산과정을 둘러보며 농산품의 경제학적 위치를 탐색하기도 했다. 영화좌석 가격 차등제에 대한 시내 설문조사로 200여 명을 만나며 발품을 팔기도 했다고. 동아리 신문 ‘시사 통통통’ 발간, 경제퀴즈대회를 통해 경제지식 ‘나눔’에도 앞장섰다.


  “체육대회 때는 집에서 안 쓰는 물건과 필요 없는 물건 등을 제공받아 전교생을 대상으로 경매를 진행했어요. 책에서만 배웠던 ‘경제’를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었죠. 175,200원의 수익금 중 일부는 기부를 했습니다.”


  모의주식 경험은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각자 유망기업을 조사한 후, 3달 뒤 각자가 선택한 기업의 주가가 어떻게 변했는지 발표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김 군은 ‘카카오’에 모의 투자했지만 주당 12,000원의 하락세를 보였다. 김 군은 “카카오 택시, 카카오 드라이버를 선보이며 약간의 약세는 있었지만 게임·SNS·동영상 등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주식 투자가는 못 될 것 같다(웃음).”며 “그동안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만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경제에 대해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고 웃는다.

 

 “든든한 멘토를 만나니 학교가 즐거워요”


염  준 / 3학년

 

  “밥 먹고 얘기도 나누다 보니 처음의 어색함은 어디에도 없고 굉장히 편한 형이 생긴 느낌이었어요.”


  염 준 군(19)은 수험생이 되기 전 고민이 많았다.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에 대한 고민도 물론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함과 답답함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염 군은 인생 선배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정서적인 지지를 얻고자 학교에 멘토를 신청했다. 동문과 재학생을 멘토-멘티로 연결해주는 ‘동문 사랑의 가교, 좋은 형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염 군은 대학생 멘토 조선대 치의예과 김영재 학생, 시니어 멘토 명동성 법무법인 세종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비슷한 또래인 대학생 멘토와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 카페나 서점 등에서 편안한 만남을 가졌다.


  “카톡으로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기도 하고, 시험과 수행평가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어요. 시내 서점 앞에서 만나 공부할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말 못한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해서 후련했어요. 밴드부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더욱 쉽게 친해질 수 있었죠.”


  지난 7월 기말시험이 끝난 후에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볼링도 치며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다. 연말에는 모의면접 후 자기소개서를 학생기록부와 꼼꼼히 비교해가며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염 군을 비롯 지난해 멘토링에 참여한 학생은 30명. 대학생 멘토뿐 아니라 시니어 멘토에는 임충식 한남대부총장을 비롯해 대학 교수, 병원 원장, 전 경찰청장, 중소그룹 회장, 방송사 임원진 등 사회에 진출해 크게 성공을 거둔 동문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염 군은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다. 사회에서 성공을 거둔 인생의 선배를 만나면서 학교생활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한다.

 

 

“진로독서로 책에 푹 빠졌어요!”


최정원 / 2학년

 

  최정원 군(18)은 일주일에 최소 한 권의 책을 읽는다. 일반고로 진학해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손에서 책을 떼놓지 않을 정도로 ‘독서광’이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불과 1~2년 사이 최 군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다.


  “중학교 때만해도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학교 도서관을 간 적도 별로 없을 정도로요. 고등학교로 진학해 ‘진로독서 30운동’에 참여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도 모르게 독서가 즐거워졌지요.”


  광주고는 ‘진로독서 30운동’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3년간 최소 30권의 진로독서를 스스로 선정하여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일정한 시간을 자율독서 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의대를 희망하는 최 군은 『시골의사와 아름다운 동행』을 보며 꿈을 더욱 키웠다. 지체장애를 가졌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최 군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공부 하라’는 100마디 말보다 눈으로 읽고 가슴으로 받아들인 글귀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됐다고. 지금은 관심 분야를 넓혀 인문학을 망라하는 다양한 독서를 즐기고 있다. 최 군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독서하며 내 꿈에 더 다가갈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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