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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를 통한 변화를 만드는 교육

글_ 정찬필 KBS 기획제작국 프로듀서(거꾸로교실의 마법 연출)

 

 

  긴 여정이 마무리 되어간다.

 


  지난 9월 말, 미국 동부 끝 보스톤에서 찾은 한 대학은 지난 해 입시에 SAT 점수를 아예 반영하지 않기로 선언했으며, 심지어 이미 오래 전부터 학생들에게 학점도 부여하지 않고 있었다. 이과 문과 구분은 물론, 전공조차 없다. 학생들은 하고 싶은 어떤 분야라도 배우고 싶은대로 배우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기 진로를 찾아간다. 그런데도 교수, 학생 모두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이야기 한다.

 

 

01 02 모든 과목에 응용할 수 있는 공작실,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해서 학생들의 언어능력이 급격히 상승하였다.

 

 

‘공작실’ 메이커 스페이스의 힘
  메릴랜드주의 지역 교육청 한 곳은 최근 2년간 관할 구역 전체의 교육 방향을 STEM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급속도로 전환하고 있었고, 그 변화를 적용한 학교의 교사들은 초·중·고 학교급을 막론하고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만족을 넘어 흥분 상태에 있었다.

 


  서쪽 끝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 밸리에서 찾은 학교들은 히스패닉이 밀집한 저소득층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부터가 힘든 과제였다. 그런데, 2년 전 학생들이 모든 과목에 이용할 수 있는 공작실,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만들어주자, 언어능력이 급격히 상승, 일찍이 없던 성적을 내고 있단다. 이상한 나비효과다.

 


  스탠포드 대학 인근에서 벌어진 교육 컨퍼런스 제목이 <STEM++ 2015>였다. 기존의 교과목 융합개념을 뛰어넘은 어떤 것이라는 의미의 제목 아래에서 발표자들은 자신들이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 명백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길이라며, 동참을 호소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기관은 이런 변화를 관통하는 이론과 효율적인 적용방법을 체계화해서 교사와 학생들에게 무료로 연수프로그램을 돌리고 있었다.

 


  모두 최근 2, 3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벌어져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그 배경은 모두 아는 것처럼 기존의 지식중심 교육이 수명을 다했다는 절박감이다. 전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교실에서 강의 듣고, 필기하고, 암기하도록 해온 지식들이 지금처럼 급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그리 쓸모가 없더라는 사실에 폭넓은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 동시다발적인 급속도의 전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03 ‘STEM++2015’ 교육 컨퍼런스. ‘메이커’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변화를 이끄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목적
  그리고 그 변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를 찾았다. 메이커(Maker)다. 그런데 그 의미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같아 보이지만 다르다. 종종 국내에서 메이커 운동과 교육의 결합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이를 코딩, 혹은 소프트웨어 교육과 긴밀하게 연관시키며, 3D 프린터와 레이저커터를 마련한 공간에서 “무엇을, 어떻게 만들게 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그러나 미 대륙에서 만난 많은 성공적 사례들은 메이커에 대한 교육적 해석이 거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어떤 “물건을 만드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변화를 만드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메이커”가 아니라, “체인지메이커”로 핵심 화두가 진화한다. 이를 통해 지식 전달이 아닌 진정한 교과 융합이 일어나며, 협력적 문제해결능력과 창의력, 기업가정신을 같이 키우며, 진짜 세상을 대비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된다는 이야기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변화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이 목적이라는 의미다.

 


  이번 미 대륙 횡단 여정은 2013년부터 제작해온 <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그간은 <거꾸로교실>을 통해 무기력하게 붕괴된 교실이 쉽게 깨어날 수 있음을 실증하고, 이것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지금 바로 우리 교실에서 실행할 수 있는 대단히 효율적인 교육패러다임 전환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거꾸로교실을 시작한 교사들에게는 글로벌스탠더드에 가까운 특성이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깨어나고, 가르치는 과목의 성적 변화가 보이면, 오래 지나지 않아 이전에 없던 고민을 시작한다. “이렇게 성적이 오른다고 해서, 배운 것들이 아이들이 진짜 세상을 살아가는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마도 선생님들이 스스로 교과 지식의 전달자에서 학생들의 삶 전체를 생각하는 총체적인 교육자로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고민일 것이다.

 


  “메이커”란 화두를 쥐고 지금 제작 중인 프로그램은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이미 많은 거꾸로교실 선생님들과 “변화를 만드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 해보는 교육실험에 많은 선생님들이 좌충우돌 하고 있지만, 스스로 실천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을 하고 있으며,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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