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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교육 실험실, 거꾸로캠퍼스에서 배운다

미래 교육 실험실, 거꾸로캠퍼스에서 배운다

글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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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줌(Zoom)을 통해 화상으로 소통하는 거꾸로캠퍼스 이성원 교장과 학생들 ]

  코로나19 이후 교육환경과 교육방법의 혁신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2017년 설립한 공교육 실험학교 거꾸로캠퍼스의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도 사이버상으로 소통하고 협업하며 교실 밖에서 배움의 폭을 넓혀나갔다. 거꾸로캠퍼스를 통해 미래 교육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거꾸로교실(Flipped learning)은 수업에 앞서 교사가 제공한 동영상 등의 자료를 먼저 학습한 후, 실제 강의 시간에는 토론이나 모둠 활동을 하는 수업 방식을 말한다. 이를 통해 교실은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곳이 아니라 학생 중심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 되고, 자연스럽게 수업의 주체 역시 교사가 아닌 학생으로 바뀐다.


  공교육 속에서 거꾸로교실 전파에 힘써온 ‘미래교실네트워크’ 교사들은 시대에 맞는 학교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으로 교실을 나와 지난 2017년 거꾸로캠퍼스를 설립했다. 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다음, 네이버 등 IT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투자한 기부 펀드 ‘C프로그램’으로부터 20억 원이 넘는 지원도 받았다.


학생 스스로 배우고 싶은 걸 정하는 학교


  거꾸로캠퍼스의 미션은 ‘21세기에 가장 최적화된 교육과정을 만들어내는 학교’다. 이를 위해 학생이 원하는 배움을 스스로 찾아내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이곳의 수업에서는 학생 간의 소통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 학습이 이뤄진다. 개인으로, 또 팀으로, 각자의 관심사를 주제로 정해 깊이 있게 탐구한다. 예를 들어 타투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직접 타투이스트를 만나 인터뷰도 하고, 타투에 담긴 사회학적·역사적 의미를 찾기 위해 논문도 찾고 전문 도서도 구입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역으로 제안한 학습 주제가 정해지면 회의를 통해 교과별 학습 콘텐츠를 구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교과 간 협업이나 코티칭도 이뤄진다. 교과서를 보고 배우는 강의식 수업은 없다. 그렇게 학생들은 한 모듈 동안 배운 점에 대해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은 후, 다음 모듈에 해당 주제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모듈은 거꾸로캠퍼스의 학기 개념으로, 1년에 4개 모듈로 구성된다.


  이곳은 무학년제에 평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 서로를 닉네임을 부르는데 이는 배움 앞에서 동등한 구조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인 셈이다. ‘에코’라고 불리는 이성원 교장은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연결’과 ‘확장’이란 개념을 배운다. 삶과 교과를 연결하고, 또 교과와 교과를 연결해 종합적 사고로 확장한다.”라며 “연결하고 확장하는 지식습득 방법을 경험했기 때문에, 학교를 나간 이후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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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2일 열린 배움장터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연구해온 주제를 화상으로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


오프라인 수업 그대로 온라인에서 실현


  거꾸로캠퍼스는 지난 3월 9일 일반 학교에 앞서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다. 신입생 30명을 포함해 전체 93명의 학생과 8명의 교사가 화상으로 만났다. 오프라인에서 진행됐던 수업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오기 위해 ‘마인드 마이스터’, ‘구글 문서’ 등을 협업 툴로 선택하고, 학생들에게 온라인으로 사용법을 먼저 강의했다. 에듀테크 활용역량을 기른 학생들은 사이버상으로도 문제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며 학습을 이어나갔다.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학생들은 원격수업 중 ‘음소거 하더라도 화면은 켜놓기’, ‘자리를 비울 때는 양해 구하기’ 등의 규칙을 스스로 정했다.


  “만약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었다면 학생들이 오랜 시간 집중하지 못했을 텐데,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주제로 학습하기 때문에 소외되는 학생 없이 참여했다.”라고 이 교장은 말했다. 그는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또 일어나도 원격수업으로 잘 대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덧붙였다.


평가 대신 성장을 증명하는 ‘배움장터’


  이번 모듈의 마지막 시간이었던 지난 5월 22일은 온라인 배움장터가 열린 날이었다. 배움장터는 학생들이 한 모듈을 마친 후, 각자 연구해온 개인 주제와 팀 프로젝트 결과물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다. 중간·기말고사 등 평가와 시험이 없는 대신, 배움장터를 통해 그동안의 성장을 증명하게 된다. 학생 한 명당 1년에 4개의 개인 주제 발표와 1개 이상의 팀 프로젝트 발표를 소화한다.


  전면 원격수업이 이뤄진 만큼 이번 배움장터 역시 줌(Zoom)을 활용해 누구나 원격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쓴 역사 소설의 집필 과정을 이야기하거나, 캐릭터 디자인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등 본인이 탐구해온 주제를 소개했다. 팀 프로젝트로 침체된 광장시장 한복거리를 살릴 방법을 고민한 ‘H:SOK’ 팀은 한복 견적 비교 앱 ‘한땀’ 출시를 앞두고 그동안의 과정을 발표했다. ‘ISLB’ 팀은 동네서점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으로 독서 커뮤니티 활성화를 제안했다.


  배움장터를 마친 후 아이들이 성취감으로 고양된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는 김광호 교사는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이 보인다.”라며 “교사로서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매시간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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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체된 광장시장 한복거리를 살릴 방법을 고민한 ‘H:SOK’ 팀은 한복 견적 비교 앱 ‘한땀’ 출시를 앞두고 있다. ]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병행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 공교육에서는
거꾸로캠퍼스의 교수·학습 모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거꾸로교실, 원격수업 대안이 될까?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전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병행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 공교육에서는 거꾸로캠퍼스의 교수·학습 모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자료와 영상을 활용한 기존의 원격수업을 넘어, 등교수업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 미래 교육, 교육혁신을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전국 초·중·고 38만 교실에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는 한편, 그에 걸맞은 교육 방향을 설정하고, 새로운 교육환경에 발맞춰 교사들의 디지털 역량을 키워 나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