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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학교, 소외된 아이들의 꿈을 두드리다

두드림학교 우수사례_전남 화순오성초·대구 칠곡중·충북 제천여고

글_ 양지선 기자


두드림학교, ’18년 2,720교→’19년 4,018교로 늘어
교내 협력팀 구축해 학생별 맞춤형 지원
학습 지원뿐 아니라 심리·정서적 지원도


  두드림학교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이다. 각 운영 학교에서는 학습부진 원인에 따른 지원이 가능하도록 특수·상담·보건·돌봄교사를 포함해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뤄진 협력팀을 구축하고, 학생별 맞춤형 처방이 이뤄진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두드림학교 사업을 시작, 해마다 확대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기초학력 향상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두드림학교 운영 학교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총 2,720교(초 1,735교, 중 686교, 고 299교)에서 2019년 4,018교(초 2,758교, 중 984교, 고 276교)로 늘어났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총 5,000교 운영을 목표로 한다. 지원 예산은 특별교부금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94억 원이 배정됐다. 각 시·도교육청별 전체 학교수와 두드림학교 운영 수요(교육청별 조사에 따른 예상치)를 취합해 예산 범위 내에서 배분되는데, 학교 1곳당 최대 1500만 원까지 지급하면서 내실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다.

  참여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지난 2018년 초·중등학생 14,4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드림학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두드림 참여 후 나의 변화(5점 척도)’에 대해 ‘성적을 올리고 싶어짐(4.14)’, ‘공부하는 이유를 알게 됨(4.03)’,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됨(4.02)’ 등의 평가를 받았다.

  두드림학교로 선정된 각 학교에서는 학습상담과 코칭, 외부치료, 캠프운영 등 학교별로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학습을 돕고 학교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지역, 학교급별 두드림학교 우수사례를 소개한다.


[ 화순오성초 두드림학교의 보조강사 협력수업 ]


화순오성초, 보조강사 활용해 학습부진 학생 지원


  농촌 지역 작은 학교인 전남 화순오성초등학교(교장 조영래)는 200명이 안 되는 전교생 중 두드림학교 참여 학생은 20명 내외로 많은 편이다. 2018년도부터 두드림학교를 운영해온 화순오성초는 수업 중 보조강사를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보조강사는 조력자로서 천천히 배우는 학생의 학습 과정을 관찰하고, 수업 중 과제를 해결하거나 활동에 참여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화순오성초 두드림학교를 담당해온 신호진 교사는 보조강사 활용이 특히 저학년에서 큰 효과를 본다고 설명했다. 신 교사는 “문자 해득이 느리거나 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의 경우 담임교사가 도와주지 않으면 멍하니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 학습 결손이 누적돼 더 큰 어려움이 생긴다.”라며 “보조강사의 도움을 받으면 단위 차시의 수업 목표를 소화함은 물론 학습에 흥미를 갖게 되어 학생에게도, 담임교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두드림학교는 수업의 관찰자였던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수업의 관찰자에서 주인공이 된 학생들


  신 교사는 5학년 담임교사로서 수학 수업에서 보조강사를 활용했다. 운영 첫해에는 다른 담임교사들의 참여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누군가 수업을 지켜본다는 것이 교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었던 것. 하지만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다른 교사들도 하나둘 동참하기 시작했고, 자발적으로 보조강사를 활용하려는 교사도  늘어나 10명 중 8명의 담임교사가 참여했다.

  신 교사의 경우 두드림학교 학생들을 한 모둠으로 편성해 보조강사가 해당 모둠의 자리에서 함께 수업에 참여했다.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학습 결손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사전에 보조강사와 학생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노력했고, 다행히 학생들도 거부감 없이 참여하며 수업에서 성취감을 드러냈다.”라고 신 교사는 설명했다.

  화순오성초는 첫해 3~6학년 학급에만 보조강사를 투입했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2년간 두드림학교를 운영하며 학생들의 변화를 몸소 느껴왔다는 신 교사는 “두드림학교는 수업의 관찰자였던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라며 “향후에도 운영을 원하는 학교에 충분한 예산이 지원돼 지속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제천여고, 학습 동기 향상과 자신감 고취에 초점


  충북 제천여자고등학교(교장 장석홍)의 두드림학교는 기초학력을 높이기보다는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와 학습 동기와 자신감을 높이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 지난해 충북도교육청이 도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두드림학교를 확대하면서 운영을 시작하게 된 제천여고는 비평준화 지역의 공립 일반계고로 학업 성취도가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이에 학교는 학업이나 친구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의 해방구가 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시 창작반, 양말 인형 공예, 그림책 테라피, 미술 테라피 등 지난해 진행된 8개 프로그램은 교사들이 취미활동을 기반으로 직접 구상했다. 한 프로그램당 4명 남짓의 소수로 운영돼 학생들끼리 친밀해지고 교사와의 유대감도 높아지게 했다. 학생 선정은 매뉴얼에 따라 먼저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학생 의견을 묻고 학부모 동의를 구해 진행됐다.


“두드림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을 부적응자라고 낙인찍기보다,
꿈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식했으면 좋겠다.”



시 창작반·드림아트반 등 소수정원 프로그램으로 정서 지원


  최민석(국어) 교사는 지난해 2학년 학생 3명, 3학년 학생 1명과 시 창작반을 운영했다. 학생들이 직접 지은 시를 엮어 시집으로 출판하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나눠주게 했다. 최 교사는 “학업과 관련된 동아리나 방과 후 활동이 아니라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니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소수정원이다 보니 학생들끼리도 친해졌다.”라고 말했다.

  전희정(음악) 교사는 드림아트반을 통해 시 낭송, 중창, 사진찍기, 등산, 영화 감상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학생들과 함께 꿈 찾기를 진행했다. 단순히 일회성 활동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예술제와 등반대회에 출전하고 공모전과 연계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등 학생들의 자신감을 키우고 도전 의식을 끌어냈다. 그는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 대회 입상으로까지 이어졌다.”라며 “학생들의 도전과 성취가 지도하는 교사에게도 보람과 감동을 준다.”라고 전했다.


[ 제천여고 두드림학교 시 창작반에서 학생들이 만든 시집(위)과 드림아트반의 등반대회 출전 모습(아래) ]


“부적응자 낙인찍기 대신 꿈 찾는 과정으로 인식했으면”


  다만 활동 시간 확보가 어려운 것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학생과 교사 간 시간을 협의해 주로 방과후에 모이게 되는데, 고등학생들이다 보니 수업과 외부활동이 많아 시간 확보가 힘들었다는 것. 또, 교사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구상하므로 교사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공립학교이다 보니 교사들의 이동이 있어 프로그램 운영이 유동적인 부분이 있었다.

  최민석 교사는 두드림학교 인식 개선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그는  “비공개적으로 모집하다 보니 혹시나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까 조심스럽고 어려웠다.”라며 “두드림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을 부적응자라고 낙인찍기보다, 보편적인 아이들도 각자 좋아하는 활동을 하고 꿈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식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5일 칠곡중을 방문해 두드림학교 프로그램을 참관했다. ]


칠곡중, 독서 습관 지도·사제동행학습 눈길


  2017년부터 두드림학교를 운영해온 대구 칠곡중학교(교장 양희숙)는 학습지원, 심리정서지원, 진로지원 등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중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인 존조리 읽기와 사제동행학습은 칠곡중의 특색 프로그램이다.

  존조리는 ‘잘 타이르듯이 조리 있고 친절하게’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로, 이름처럼 학생들은 직접 고른 책을 각자의 속도로 천천히 읽으며 어휘력을 향상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웠다. 지난해 존조리 읽기를 진행한 권민진(국어) 교사는 “학생들이 본인이 정한 책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는 사전 검색이나 주변에 물어보고, 책 속 인물의 행동을 평가하는 등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전했다.

  사제동행학습은 교사와 학생이 멘토와 멘티로서 함께하는 활동으로 신뢰감과 성취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으로, 이헌우 교감은 지난해 자존감과 사회성을 높이기 위한 미술치료의 일환으로 칠보공예 교실을 개설했다.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 소통이 이뤄졌다.

  권 교사는 “두드림학교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교사에게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적었는데, 이런 프로그램 통해 여러 선생님과 소통하며 과목별 학습 방법이나 선임자로서의 교사의 경험을 듣고 자신의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칠곡중은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을 활용해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상황을 파악하도록 하고, 진단검사 및 교사 협의를 통해 경계선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 칠곡중 두드림학교 존조리 읽기 프로그램에서 독후 활동을 준비하는 학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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