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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성장을 돕는 교육과정 재구성-수업-평가

즐겁게 배우고 가르친 것을 평가한다

글_ 김민중 대구다사초등학교 교사


지금 여기에서 배우는 프로젝트 학습


  ‘우리가 배우는 것들이 조금만 지나면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지식은 구글 검색으로 누구나 빠르게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을 따로 배울 필요가 있는가’ 같은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사실 맞는 말이다. 초를 넘어 나노 초 단위로 변해가는 시대에 어제 배운 것이 오늘 필요 없어질 수 있다. 지식의 절대성이나 가치는 이제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프로젝트 학습이다. 학생들은 과목을 하나하나 따로 배우지 않고 통합된 하나의 주제를 학습한다. 주제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으로 생활에서 활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지금 여기’의 것들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4학년 도덕과 사회 교육과정에는 배려와 존중이 있다. 도덕과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배려와 존중의 의미를 배우고 이와 관련하여 다문화, 장애인 등에게 필요한 차별 없는 생각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소개하고 있다. 과목별로 떨어져 있는 내용이지만 사실상 교육내용은 비슷하기에 프로젝트 학습이 필요하다. 도덕과 사회를 통합하고 더 나아가 다른 과목도 같이 배려와 존중을 가르칠 수 있는 주제로 통합하는 것이 프로젝트 학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중의 마을에서 함께 살아요’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배려, 존중 외에 다문화 교육, 탈북이해 교육, 장애이해 교육 등을 함께 다루는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한다. 국어에서는 배려, 존중, 다문화 등의 주제와 관련된 글을 읽고 쓰기, 도덕에서는 배려와 존중, 다문화, 탈북인 이해의 태도 등을 배운다. 사회에서는 다문화 현상을 조사하고 다문화와 장애인 친구 등을 배려하는 민주적인 학급 규칙을 만든다. 배려와 존중이라는 주제를 학습하기 위해 교과별 요소를 추출하고 통합적인 학습을 계획한다. 분절적으로 교과를 가르치기보다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통합해서 가르치는 것이 프로젝트 학습의 핵심이다. 교육 내용의 중복도 피할 수 있고, 학생에게는 더욱 가깝고 의미 있는 학습이 될 수 있다.


[4학년 배려 프로젝트의 예]

존중의 마을에서 함께 살아요

1  프로젝트의 개관

핵심역량 공동체 역량
의사소통 역량
교과(창제)
및 단원
<도덕> 6. 함께 꿈꾸는 무지개 세상
<사회> 3. 사회 변화와 문화의 다양성
<미술> 8. 나의 특별한 경험
<창체> 자율활동-통일교육
학년
(학기)
4학년
(2학기)
가치 덕목 소통, 배려,
존중, 협력

  가. 역량과 덕목 설정

 【사라, 버스를 타다】책읽기와 【북녘친구 남녘동무】책읽기 및 역할극 활동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탈북학생의 어려움에 대한 일반학생들의 공감적 이해를 돕는다. 공감적 이해를 기반으로 나와 타인,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체 역량을 기른다.

   【우린 친구니까】영상 동화 보기와 토의 활동을 통해 일반학생들이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 속에 담겨진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인식하게 함으로써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의사소통역량을 기른다.

  나. 프로젝트 주제 설명

  본 프로젝트는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편견과 차별의 사례를 장애학생, 탈북학생, 다문화 학생을 통해 살펴보고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방법을 모색하는 활동으로 구성한다. 편견과 차별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겪게 되는 문제들을 만나고 이해하여 화해, 협력, 공감, 소통 등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 구성한다.



가르친 것을 평가하는 과정 중심 평가


  과정 중심 평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기본 정신으로 본질이자 핵심은 ‘가르친 내용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종래의 평가 방식은 교수·학습의 내용을 가르칠 때는 가르치고 평가는 그와 별개로 결과물을 보고 성취도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평가에서 결과보다 과정을 좀 더 중요하게 다루자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한다. 물론 평가 방법에 관찰법도 있고 구술, 체크리스트 등 학생의 교수·학습에 대한 이해 과정을 평가하는 방법이 분명히 있지만 실제로 수행 평가는 수행 평가를 하는 기간에 평가할 내용을 준비한 학생의 성취도를 보여주고 그것을 평가하는 일종의 결과 중심 평가의 성격이 강했다. 가르침의 장면이 그대로 평가로 전환되지 못하고 별도의 평가 과정으로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정 중심 평가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를 추구하여 가르치는 내용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학습의 과정을 그대로 반영해 평가하고 평가 결과 역시 고정되지 않고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큰 틀의 철학을 갖고 있다.


국어과 과정 중심 평가의 사례


  국어 교육의 한 영역인 쓰기 교육에서 고전적인 결과 중심의 쓰기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과정 중심 쓰기는 교육과정에 그 정신이 완전히 정착되어 쓰기의 과정을 교육과정에서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과정 중심’의 철학은 국어과 전 영역에 확대되어 읽기, 말하기, 듣기 등 국어 사용 능력 전체에 적용되었다. 즉 읽기나 쓰기 등을 할 때 학습자는 어느 순간 갑자기 뚝딱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단계나 과정을 밟아 나가면서 계속해서 결과물을 완성한다는 원리이고 이것은 학습자에게 국어 사용 능력을 가르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었다. 과정 중심 쓰기를 적용하면 쓰기의 과정이나 단계를 학습자가 수행하는 과정을 관찰하여 심지어 완성된 글을 못 쓴 학습자라고 하더라도 쓰기 학습을 했다는 결과를 얻게 된다. 국어과에서 과정 중심 평가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가르치기 따로, 평가 따로 떨어져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과정에서 배우는 과정을 그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쉽게 정리하여 모든 가르침은 평가로 귀결된다. 한 편의 글을 쓰게 하면서 그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떠올리고 내용을 구성하고, 초고를 쓴 다음 고쳐 쓰고 돌려 읽고 다시 고쳐 쓰기를 반복하는데 그 과정 전체를 평가하는 것이 과정 중심 평가이다. 평가에서 특정한 시점이나 단계를 두지 않고 글쓰기 전체 과정을 모두 교수이자 평가에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완성된 글만 평가하는 것도 아니고 글이 완성되기 전까지의 과정만 평가하는 것도 아닌 그 글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평가하는 것으로 평가가 교수·학습 과정 전체에 포함되기에 가르치지 않은 것을 평가하지 못하고 가르친 것을 평가에서 빠뜨리는 일도 줄어든다. 그것이 바로 교육과정, 수업, 그리고 평가의 일체화가 된다.

  다른 교과에서도 기본적인 철학은 동일하다. 모든 교수·학습에서 교수한 내용을 학습해야 하고 그 내용을 그대로 평가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단순히 가르친 것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와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정 안에서 학습자가 학습을 하는 과정 전체를 평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표] 국어과 과정 중심 평가의 예

단원 영역 교유과정 성취기준 평가 시기 평가 방법 자기평가 선생님 평가
잘함 보통 노력
2. 마음을 전하는 글을 써요 쓰기 [4국03-03]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 드러나게 글을 쓴다. 11월 34주 서술평가 교사관찰 국어 76쪽
[4국03-04] 읽는 이를 고려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쓴다.
잘함-마음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말을 사용해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하는 글을 쓴다.

보통-마음을 나타내는 말을 사용해 마음을 전하는 글을 쓴다.

노력-마음을 나타내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과정 중심 평가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과정 중심 평가를 평가의 현장에서 완전히 실현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따른다. 첫째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이며, 둘째는 평가 결과의 모호성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다인수 학급의 1인 교사가 전과목을 평가하여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을 학생과 학부모가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는 전제 아래 과정 중심 평가의 일환으로 형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즉 교사는 실제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과정을 평가하지만, 그 평가에 대한 사실상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학부모에게 평가의 공정성과 근거를 증명하기 위하여 주기적으로 형성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통지한다. 쉽게 말해 성적표에 교과의 점수를 기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기당 1회 혹은 연 1~2회 등으로 가정에 통지하여 피드백을 받는 학생 개개인의 포트폴리오에 국어, 수학 등 이른바 주지교과의 형성 평가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즉 모든 학부모는 학생의 교과별 단원 평가 점수를 토대로 학습의 성취도를 판단할 수 있다. 교사가 과정 중심 평가 결과를 따로 통지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단원 평가 점수가 학생의 성취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더욱이 교사의 평가 결과 통지는 100%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실상 내용이 명확하지가 않은 것이 문제이다. 두루뭉술하게 적힌 평가 결과만 읽어보고는 학생이 우수한지 부족한지, 무엇을 정말 잘하거나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상 부족한 부분은 아예 빼버리고 조금이라도 우수한 부분을 찾아 그것만 적어주는 평가 결과는 무한한 미래가 열린 모든 학생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이점은 있지만 이와 동시에 정확한 학습 성취도를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안게 되었고 이는 결국 평가 결과의 무용성과 불신을 낳게 되었다. 과정 중심 평가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고 결국 절충된 방식으로 문장으로 된 평가 결과와 동시에 학생 개개인의 학습 과정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전달하며 그 안에 형성 평가를 포함하는 방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의 과제


  앞서 말한 대로 미래 사회는 단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이 희박하고 경쟁적 학습이나 줄 세우기 평가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는 바뀌어가는 교육의 패러다임에서 필수적이다. 집단 지성으로 협력하고 배려하는 인재를 기르고 창의력을 바탕으로 학문을 융합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기에 프로젝트 학습은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수업이 그대로 평가로 이어져 학생들은 별도의 평가를 거치는 부담이 적고 정확도가 높은 평가가 되며 교사에게는 가르친 내용을 전부 평가할 수 있어 교수 내용 및 방법 개선에 대한 자료가 된다. 학부모에게도 학생의 학습 성취도와 태도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지표가 된다. 과정 중심 평가가 바르게 정착되면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는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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