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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해외 동향

글_ 김양은 건국대학교 KU커뮤니케이션 연구교수



사회를 읽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역량

  미디어 리터러시는 텔레비전, 영화의 등장과 함께 그 개념이 시작되었지만, 그 근간은 ‘리터러시’에 있다. 문자 언어는 과거부터 인간이 사회를 규정하고 해석하기 위해서 필요했으며, 문자언어에 대한 리터러시는 사회를 살아가는 필수역량이기도 하다. 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영상’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구성하고 재현하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은 그래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제기된 바 있다. 텔레비전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소셜미디어 리터러시, 데이터 리터러시 등은 각기 새로운 미디어에 방점을 두고 새로운 유형의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기 미디어 리터러시가 새로운 언어인 ‘영상’미디어의 재현방식에 대한 이해를 위해 시작되었다면,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점차 인간과 인간, 사회를 연결하고,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역량이 되면서 그 의미도 확장되었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인간과 미디어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 미디어를 통해 인간, 사회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위한 역량에 있다. 미디어가 재현하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역량, 미디어를 통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역량 등으로 확장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디지털 미디어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소통 도구이자 자기표현의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처 역량과 이들 미디어와 함께 살아갈 미래의 필수 역량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2018년 5월 ‘미디어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률’, ‘미디어교육지원법안’이 발의되었다. 또한 지난 7월 29일에는 교육부에서 ‘학교 미디어 교육 내실화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외의 미디어 리티러시 정책과 동향


  이 같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해외에서도 이미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2018년 3월 유럽평의회는 EU 회원국들에게 ‘미디어 다원주의와 소유의 투명성 증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1) 이 내용에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입법 조치를 포함한 정책을 실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상업적 콘텐츠와 왜곡된 정보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과 판별 역량, 그리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으로는 △입법을 포함한 적극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의 도입 △1년 단위 혹은 다년 단위의 액션플랜 수립 △미디어 리터러시 촉진을 위한 기회와 자원 확보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지원시스템의 촉진 등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전문교육기관인 국립미디어센터 ‘끌레미(CLEMI)’를 통해 미디어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교육부 산하 기관인 끌레미의 경우에는 교사를 위한 교재 제작, 교육지원, 행사 기획, 수준별 미디어 교육 로드맵 등을 제시하고 있고, 실제 현장에서 미디어 교육이 실천될 수 있도록 학교, 미디어, 공동체(시민사회)에서의 원활한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초기 교사와 학생 대상에 초점을 두던 교육을 최근에는 학부모 대상으로 확대시키고 있으며, 기자들 대상의 교육에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멀티리터러시’로 핵심역량으로 다루고 있다. 핀란드의 2016년 개정교육과정의 내용에 따르면, 핵심역량으로 사고와 학습, 문화적 능력, 상호작용과 소통, 자기관리와 타인의 돌봄, 일상생활 관리, 멀티리터러시, ICT 능력, 업무생활과 경영능력,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참여로 제시하고 있는데, 주로 핀란드 모국어와 문학에 포함되어 멀티리터러시를 중심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해석하고 제작하는 것, 그리고 문화적 현상에 대한 이해로 설명하고 있다(Fi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2013). 

  호주의 경우에는 모든 주의 초·중등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포함되어있다. 중등교육과정에 ‘미디어 연구’를 서호주는 1974년, 빅토리아주는 1980년대 후반부터 도입해서 실행하고 있으며,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국가교육과정(ARCAR)의 예술교육과정인 ‘미디어 아트’ 과목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다루고 있다.

  호주의 교육과정에서도 역량으로 제시되는 부문을 살펴보면 문해력(Literacy), 수리력(Numeracy), ICT 역량(ICT Competence), 비판적·창의적 사고(Critical and Creative Thinking), 윤리적 행동(Ethical Behavior), 개인적·사회적 역량(Personal and Social Competence), 문화상호간 이해(Intercultural Understanding)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중에서 문해력에서는 자신감 있게 의사소통하기, 목적에 맞는 시각적 자료·디지털 자료 만들기를 다루고 있고, ICT 역량에서는 아이디어나 정보를 효과적으로 탐구하고 만들기, 의사소통하기로 규정하고 있다(ACARA, 2010).


  캐나다의 경우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미디어 리터러시를 초·중·고등학교에 의무적으로 편성하기 시작했다. 교사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다양한 자원 공유 등을 통해 초기 MNET(media awareness network)로 시작한 미디어 리터러시 웹사이트가 현재 MediaSmarts2) 를 통해 다양한 교육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관련해서는 퀘백주 교육과정 중 ‘광범위한 학습영역’으로 ‘건강과 웰빙’, ‘개인적·직업적 계획’, ‘환경의식 및 소비자 권리’, ‘미디어 리터러시’, ‘시민성과 공동체 삶’을 내세우고 있다(소경희·이상은·박정열, 2007). ‘범교과적 역량’에서는 지적역량, 방법론적 역량, 개인적·사회적 역량, 의사소통 관련 역량 등을 다루고 있다(Ministere de l'Education, 2001, 2004).

  이외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해서 오랫동안 학교 교육과정에서 반영해서 실천해오고 있다. 이미 1980년대부터 학교 교육과정에 모국어 중심의 미디어 리터러시뿐만 아니라, A레벨 단계에서의 독립 교과로서의 ‘미디어 연구(Media Studies)’가 시행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 2009년 ‘디지털 브리튼(Digital Britain)’ 보고서 등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퓨처랩(Future Lab) 등을 통해 학교 교육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다.


디지털 시민교육으로서의 미디어 리터러시의 함의

  해외의 경우에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펼쳐지고 있고, 이는 교육정책뿐만 아니라, 기타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행정부처, 유관기관, 시민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AI,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과 관련해서 상업화된 AI로 인한 불평등에 대한 논의들도 확산되고 있으며, 유네스코, 유엔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과 함께 ‘포용 사회 구현’을 위한 전략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 세계적 추세의 하나로서 교육 혁신의 키워드인 ‘교육역량’들의 중심에는 항상 미디어 리터러시가 전제되어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시민성 즉, 디지털 시민교육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것을 말하며,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기반에서부터 모든 활동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변화함을 의미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 최근 새로운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통한 인간의 소통, 공동체의 생성과 변화, 그리고 사회의 구성과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변화의 중심엔 인간이 있고, 인간은 기술과 사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시민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은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특히, 미래사회를 살아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디지털 시민성 함양을 위한 교육은 필수 역량으로서 중요성을 가진다. 학교 교육에서 미디어를 통해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가는 것은 디지털 시민교육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학교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시민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정책 방향의 설립과 구체적인 계획 수립,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의 적용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1) https://rm.coe.int/1680790e13
2) http://mediasmarts.ca/

<참고문헌>

ACARA(2010).The shape ofthe Australian curriculum : Version 2.0. 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
Ministere de I'Education(2001).Quebec Education Program: Preschool education, Elementary education.
Ministere de I'Education(2004). Quebec Education Program: Secondary school education, cycleone. Fi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2013). Curriculum reform in Finland, OPS 2016.
(http://www.oph.fi/download/151294_ops2016_curriculum_reform_in_finland.pdf). 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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