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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재난안전훈련 _ 인천박문초, 나사렛새꿈학교

“학교 안전, 우리 힘으로 만들어요!”

글_ 한주희 기자

  안전은 몸으로 배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평상시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교육부는 2016년부터 행정안전부와 함께 전국적으로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훈련은 교사와 초등학생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훈련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직접 참여하는 5주차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전국 46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오는 11월까지 진행한다. 특히, 지난해 시범 실시한 특수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참여, 5개교가 함께 했다.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에 참여한 학교 현장을 소개한다.   


[나사렛새꿈학교 어린이 재난안전 실전 훈련]


인천박문초등학교   학생 주도 훈련으로 안전의식 UP  

#  주차장 앞 배수구가 어긋나 있어! 대피하다 발에 걸리면 다치지 않을까?
# 뜨거운 물이 나오는 급식실 배수구도 위험해! 대피 시 화상을 입을 수 있겠어! 
# 음악실 앞 신발을 신는 나무판도! 발에 차이면 움직이기 때문에 대피 시 위험할 수 있어!

  학생들이 직접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찾아낸다. 학교 안팎을 주의 깊게 살피며 만든 인천박문초등학교(교장 박원희)만의 화재 대피지도. 지난 5월 7일부터 6월 11일까지 5주간 진행된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의 일부다.

  인천박문초 안전교육 담당 정승진 교사는 “모둠별로 학교 안전위해요인을 찾는 활동에서 학생들은 놀라운 발견을 거듭했다.”라며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은 학생들의 안전의식을 한 단계 높였다.”라고 평가한다.

대피지도 제작 등 5주간 맞춤형 훈련

  5주 훈련과정은 재난 유형을 선정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은 학교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인근 봉재산 산불이 학교 옥상으로 옮겨 붙은 상황을 가정해 훈련 계획을 세웠다. 이후 불시에 진행된 화재대피 상황. 불시 훈련을 통해 문제를 진단한 학생들은 전교생이 안전하게 재난에 대처하도록 역할을 나누고, 재난별 특성에 대한 이론교육에도 참여했다. 4학년 서은채 학생은 “안전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 주변을 돌아보니 정말로 우리 학교 주변에서 산불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난안전훈련을 더욱 실전처럼 생각하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응급처치를 배웠다. 다리에 부목을 대고 친구를 부축했는데, 앞으로 아픈 친구를 내가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뿌듯해했다. 

 현장체험학습은 학생들의 흥미를 더욱 높였다. 3주차에는 안전체험관을 방문하고, 지역 소방서를 찾아 화재유형에 따른 진화법 등을 배웠다. 이를 토대로 학급별 대피지도를 만들고 훈련을 위한 시나리오도 작성했다. 마지막 날 학생들은 경찰서, 소방서 등이 참여하는 실전 훈련에 나섰다. 훈련 기간에는 국제연합(UN) 재난위험경감사무국, 컨설팅 교수 등 재난안전 분야 전문가들이 학교를 방문해 학생 교육과 훈련 컨설팅을 도왔다. 정승진 교사는 “처음에는 웃고 떠들던 학생들이 생명을 구하는 훈련임을 깨달으면서 차츰 진지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이 가장 중요

  지난해 어린이 재난안전훈련 만족도 조사 결과, 지식향상도와 자신감 등이 5점 만점에 4.5점 이상으로 나타났다. 학생이 중심이 된 훈련을 통해 학생들은 서로 협업하고 토의하며 함께 성장한 것이다.  4학년 김시연 학생은 “우리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화재가 일어난 상황에 대처해보니 더 책임감이 생겼다. 재난 상황에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라고 말한다.

  인천박문초는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을 계기로 더욱 안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인천박문초는 현재 1주일에 한 번 아침방송을 통해 나침반 안전교육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현장체험학습 사전 안전교육도 철저히 실행하고 있다. 매일 등교시간, 점심시간마다 ‘안전지킴이’들이 안전생활 캠페인 활동을 한다. 정승진 교사는 “안전교육에 왕도가 없다.”라며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다. 특히 실제 사고사례를 활용하는 등 실전감을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인천박문초의 학생 주도 실전 훈련 ]



나사렛새꿈학교  학교-지역이 함께 만드는 안전  

  충남 천안 나사렛새꿈학교(교장 정영숙)는 영아부터 유·초·중·고등학교 중도중복장애 및 지체장애 학생 135명이 재학 중인 특수학교다. 어린이 재난안전훈련 마지막 날. 나사렛새꿈학교에는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6월 26일 오전 11시. 재난경보음이 울리고 3분 뒤 1층 급식실에서 터진 연막탄으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1층 급식실에서 불이 났습니다.”

  충남 당진시 동북쪽 10km 지점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 이로 인해 학교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으로 실전 훈련은 진행됐다. 교실에서는 그간의 연습을 보여주듯 신속하게 비상탈출구를 확보하고, 교직원과 학생들은 재난방재 모자를 서둘러 착용했다. 거동이 어려운 친구들은 들것과 휠체어로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교직원들의 대응도 재빨랐다. 5주간의 사전 훈련으로 역할을 숙지한 대피유도팀이 경광봉으로 대피소를 안내하는 사이 지역 소방서, 경찰서, 시청, 보건소 관계자 등이 현장에 도착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빠르게 대응해 나간다.

  훈련 시간 15분 만에 무사히 대피 완료. 소방관은 굴절사다리차로 5층 클린룸(도서관)으로 대피한 학생과 교직원을 구조하고, 운동장에서는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동시에 진행한다. 보건소 의료진은 이탈 학생에게 신속한 심리 안정을 지원, 재난이 발생한 지 28분 만에 재난 대피 상황은 모두 종료됐다.


소방서·경찰서·시청·보건소 등과 함께 실전 훈련

  “대대적으로 지역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 재난안전훈련을 한 건 개교 이래 처음입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점도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

  나사렛새꿈학교 정영숙 교장은 모든 훈련이 종료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방관, 경찰관, 의료진 등 약 30명 이상이 참여하고, 굴절사다리차와 펌프차, 구급차, 경찰차 등이 총동원되며 실전 상황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직원과 학생들은 5주간 모의 훈련과 현장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 참여로 시나리오, 매뉴얼, 안전 대피지도를 만드는 등 안전문화 의식도 높여왔다. 5주간 멘토로 함께 한 (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박대홍 대장은 “화재뿐 아니라 지진 발생까지도 고려해 세밀한 훈련 계획을 세웠다.”며 “안전훈련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의지가 중요하다. 적극적인 지지로 성공적인 훈련이 이뤄졌다.”며 뿌듯해했다.

  학교는 이번 훈련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다졌다. 대피 시 보다 안전하도록 앞이 막힌 실내화로 모두 교체하는가 하면, 재난안전 용품을 보완하고, 층별 비상대피 안내도도 새롭게 바꿨다. 앞으로 대피로 턱 제거, 경사로 설치 등을 도·지역교육청과 해결하기로 하는 등 학교 안팎의 안전시설물도 훈련 과정에서 세심하게 점검했다.


[대피지도에 따라 신속하게 이동하는 교사와 학생들]


[보건소 의료진의 이탈 학생 심리 지원]

지역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 필요 

나사렛새꿈학교 안전 담당 김태윤 교사는 “특수학교는 재난 상황이 대형 인재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훈련이 중요하다.”며 “안전 매뉴얼은 모두 알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훈련을 통해 교사들의 안전의식도 높아졌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번 훈련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학교와 지역 유관기관이 긴밀히 협력하는 일이다. 조선호 천안서북소방서 화재대책과장은 “특수학교는 대피의 어려움이 예상됐기 때문에 굴절사다리차까지 동원했다. 이번 훈련을 통해 소방관들도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작전을 펼칠지를 고민하게 됐다.”라고 전한다. 그러나 실전처럼 무각본 훈련을 통해 평상시 훈련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대피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교직원과 학생들의 신속한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 일. 5주간 훈련을 모두 마친 김하은(고3·뇌병변장애 1급) 학생은 “학교에서 대피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직접 듣고 체험하면서 다시 한 번 안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라고 활짝 웃었다.


[지역 유관기관이 함께한 실전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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