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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 안전교육 생존수영 _ 서울특별시교육청, 강원도교육청

위기상황 속 부력이용 ‘나의 생명’ 지킨다

글_ 양지선 기자



[학생들이 물에 들어가기 전 폰톤 위에서 체온 유지법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에 이어 최근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까지,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조난사고에 물 위에서 살아남는 생존수영 교육의 필요성이 더없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부는 초등학생들의 수영 실기교육을 매년 확대해 물에 대한 적응력과 위기 상황 시 자기 생명을 보호하는 능력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수영장을 벗어나 한강에서 실전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안심 생존수영 교육지원센터’를 지난해 개관했고, 강원도교육청은 거점학교에 이동식 수영장을 설치해 학교 인근에 수영장이 부족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물놀이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름철을 맞아 다양한 환경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존수영 교육 현장을 찾아갔다.


  요즘 서울 송파구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에서는 구명동의를 입은 한 무리의 학생들이 한강을 헤엄쳐 이동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안심 생존수영 교육지원센터’의 생존수영 교육 모습이다. 안심 생존수영 교육지원센터는 강이나 바다에 빠지는 재난사고에 대비해 한강에서 실제상황을 방불케 하는 생존수영 교육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박정규 센터장은 “지난해 4,200여 명의 학생들을 교육했고, 올해는 5,8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5월부터 시작해 9월 말까지 평일에 매일 교육이 진행되는데, 신청이 많아 경쟁률이 치열하다.”라고 설명했다.

  작년에 초등학교 5학년생을 위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면, 올해는 초5~중1까지 대상이 확대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방학 중인 8월에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생존수영교실을 열어 가족 단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도 교육이 이뤄진다. 더 많은 학생이 생존수영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은 뚝섬지구에도 추가로 센터를 만들어 오는 10월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한강서 배우는 리얼리티 생존수영

  지난 6월 25일에는 서울 우암초등학교(교장 이순임) 6학년 학생 48명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교육은 이론 수업과 실전 수업으로 나뉘어 총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학생들은 먼저 물에 들어가기 전에 전문 수련지도사로부터 구명동의 착용법, 입수법, 누워뜨기, 기본배영 자세, 체온 유지법, 구조신호 보내기 등을 배운 후 한강에 마련된 폰톤(수상연결부교)으로 이동해 실전 연습을 시작했다.

  “입수한 후에는 몸에 힘을 빼고 양팔을 자연스럽게 펼쳐 물 위에 눕습니다. 양쪽 귀가 물에 잠길 정도로 턱을 최대한 들어주는 것이 좋은 자세예요. 그 상태에서 반대편까지 체력 소모가 최소화되도록 천천히 헤엄칩니다.” 이승호 지도사의 설명에 따라 학생들은 물 위에 편안히 몸을 눕히고 배영을 시작했다. 보조 강사들이 붙어 자세 잡기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처음 물에 들어가 긴장한 학생들도 무리 없이 해냈다. 매 교육시간에는 보건교사 1명을 포함해 총 9명의 전문 강사가 학생들을 지도한다.
폰톤에서의 연습이 끝나고 비상 탈출용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한강에 뛰어든 학생들은 실제 사고상황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동그랗게 원 모양으로 모여 체온 유지법과 구조신호 보내기를 시행했다. 이후 한강 한가운데에 있는 구명벌까지 기본배영으로 150m가량 헤엄쳐 가는 것이 마지막 미션. 흐르는 물살을 이겨내며 힘겹게 구명벌에 도착한 학생들은 뒤늦게 도착한 학생들이 구명벌 안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이끌었다. 박도현 학생은 “위기 상황에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도 구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라고 전했다.


[지상에서 배운 입수법을 활용해 물에 처음 들어가는 모습]


[비상 탈출용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한강에 뛰어들면 실전 연습이 시작된다.]



[강원 어론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이동식 수영장]

학생들 “생존수영, 위험에 대비해 꼭 필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권채윤 학생은 “실내 수영장에서 생존수영 교육을 배워본 적이 있지만, 한강에서 직접 교육을 받아보니 만약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오늘 배운 내용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구하은 학생은 “한강에 들어가니 넓고 깊어서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지만, 실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아쉬운 점에 대해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생존수영 교육시간이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정규 교육과정 내에 수영 실기교육 10시간(생존수영 4시간 포함) 이상 편성 및 운영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 4시간의 생존수영 교육시간을 채우는 것도 지역 및 시설여건을 고려하면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전문 지도사 수 부족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안심 생존수영 교육지원센터는 현재 지도사 1명당 10명의 학생을 돌볼 수 있도록 한 수업에 최대 60명의 학생들을 받고 있다. 이승호 지도사는 “수업 중 특히 물을 무서워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으면 지도사가 전담으로 붙어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 학생을 한 명 한 명 챙기는 데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라고 전했다.


강원도교육청, 학교로 찾아가는 이동식 생존수영교실 운영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어론초등학교(교장 이재기) 운동장에는 커다란 구조물이 설치돼있다. 이 구조물의 정체는 바로 이동식 수영장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학교로 찾아가는 이동식 생존수영교실을 운영해 인근에 수영장이 부족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작년에는 강릉과 홍천에, 올해는 인제와 양구 지역에 이동식 수영장을 설치했고 하반기에는 영월과 태백 지역에서도 운영할 예정이다.

  같은 인제군에 있는 한계초, 기린초, 하남초, 부평초 학생들은 지난 6월 말부터 에듀버스를 타고 어론초에 와 생존수영 교육을 받았다. 이재기 어론초 교장은 “강원도 내에는 소규모 학교가 많고, 지역적 인프라도 부족해 인근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이 1개뿐이다. 올해에는 다행히 학교에 이동식 수영장이 설치되면서 이론이 아닌 실제 생존수영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생존수영 중 누워뜨기를 연습하는 학생들]

지역 인프라 한계 극복…날씨·기온 영향 없이 교육 가능

  이동식 수영장은 에어돔 내부에 길이 15m, 폭 5m, 높이 1.2m 규모의 풀장과 이동식 샤워장, 탈의실이 마련돼 있다. 수질 정화시설과 수온 유지 설비가 갖춰져 있고, 에어돔 형태여서 바람과 비, 미세먼지 등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할 수 있다.

  지난 6월 24일에는 한계초 학생 17명이 생존수영 교육을 받기 위해 어론초를 방문했다. 이날은 한계초 학생들의 생존수영 교육 첫 시간으로 물속에서 호흡하기, 잠수하기, 누워뜨기 교육이 이뤄졌다. 처음에는 물속에 얼굴을 집어넣는 것조차 겁내던 학생들이 교육이 진행되면서 점차 물 위에 편안히 누워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김연지 학생(4학년)은 “오늘 처음 생존수영 교육을 받아봤는데, 코에 물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재밌었다. 실제로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면 오늘 배운 내용이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김수민 지도사는 “저학년 학생들은 특히 물을 처음 접하면서 공포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충분히 물과 친해질 시간을 주면 이내 잘 적응한다.”라며 “물에 뜨는 것은 생존과 직관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생존수영을 배우는 것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지도사는 “교육시간이 부족해 중요한 부분만 압축해서 실시하고 있는데, 그중 누워서 1분 떠 있기와 생존수영으로 15m 이동하기 등은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전했다.


강원도 수영 예산 7억→12억…이동식 수영장 확대 예정

  학교로 찾아가는 이동식 생존수영교실 현황을 살펴보면 작년에 울산, 강원 등 5개 지역 23개교에서 시범 운영했던 것이 올해는 서울, 울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대구, 인천, 경기 10개 시·도교육청으로 확대돼 총 91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이중 강원도교육청은 초등학생 수영교육 지원 예산으로 10억을, 이동식 수영장 지원 예산으로 2억을 받아 총 12억 원을 확보했다. 수영 관련 예산만 지난해와 비교해 5억 원이 더 늘어난 수치다. 권희진 강원도교육청 장학사는 “타 시·도에 비해 큰 금액은 아니지만, 수영장 수는 물론 학생 수도 적은 지역적 한계를 고려하면 관련 예산을 무조건 늘리기는 힘들다.”라며 “열악한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도 강원도 지역 학교에 이동식 수영장을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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