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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전, 지금도 생생한 내 마음 속의 선생님

  나의 24년 전 이야기, 대다수 제 주변 친구들과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하면 대략적인 것만 기억이 나지 세세한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나는 초등학교 2학년 그 시절 기억이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 이유는 내 마음 속의 선생님 때문인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서울 신학초등학교에 2학년 7반에 배정받은 나는 새로운 선생님이 누굴까?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남교사 비율이 높아졌지만,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여교사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6년 동안 담임 선생님으로 남자 선생님을 못 만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 2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남자 선생님이라고 들었던 3월 첫 날, 설레고 1년 동안 행복한 일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에 부푼 시간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선생님의 첫 인상은 키가 크시고, 인자하시며 따뜻했다. 우리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가라사대 놀이’, ‘시장에 가면’, ‘빙고 놀이’ 등 우리가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루하루를 만들어주다. 그리고 학급임원선거 때 제가 친구의 추천을 받아 반장선거에 나가게 되었는데, 저는 아예 할 생각이 없었지만 선생님께서 ‘한 번 해봐.’라는 한 마디를 듣고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제가 반장이 되어 1학기 동안 우리 반을 이끌어가는 입장이어서 선생님이랑 단 둘이 이야기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선생님은 저를 믿어주셨고, 내가 생각하는 학급 방향, 학급 규칙, 친구들과의 관계 등을 물어보셨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처음 같이 앉게 되는 짝꿍이 부반장이어서 나와 잘 맞았고, 짝꿍에게 고마웠던 점, 미안했던 점 등 1달이 끝나갈 무렵,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었다. 새로운 짝꿍을 정하기 전에 1달 동안 앉아본 짝꿍에게 소중한 마음을 전하라는 의도인 것 같다고 지금에서야 생각이 든다. 그때 앉았던 짝꿍과 나는 서로에게 좋아하는 마음도 쓰고, 다음 번 짝꿍을 또 하고 싶다고 썼던 것 같다.

  이렇게 1달, 1달이 지나가도 선생님은 우리와 하교 인사를 하고 집에 갈 때도 함께 교문 앞까지 배웅해주시면서 우리의 안전을 걱정하셨고, 자신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그런 분이셨다. 그리고 2학기 때는 선생님께서 마니또, 시장 놀이, 교실 줄넘기 등 다양한 활동을 준비해서 우리를 가르치셨다. 지금 내가 초등학교 교사가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장원갑 선생님의 교육자로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선생님의 진심어린 교육 활동과 우리를 챙기는 모습 등이 더해져 ‘내가 지금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내가 8년 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선생님을 찾고 싶었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연락이 닿지 않았고, 1년 전 우연히 선생님 성함을 검색해보니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 교장선생님으로 계시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가 연락을 직접 안해봤지만 이렇게 글로서 내 마음의 선생님을 표현하면서 선생님께 연락을 직접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이름은 ‘선생님’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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