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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우수사례_경기 고색고·경남 함안고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

글_ 양지선 기자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고색고등학교(교장 정종욱)는 지난 2012년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로 지정된 이래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선정 이후 1년이 흐른 지금, 고색고는 ‘맞춤형 교육과정’이라는 주제로 학생이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한 단계 진화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의 높은 만족도와 전투기 소음 등 열악한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1지망률이 상승한 것은 지난 1년간 성과를 증명한다.
  고색고 학생들은 지난해 주문형 강좌와 교육과정클러스터(공동 교육과정)를 통해 고교학점제 ‘맛보기’를 했다. 해당 과목들은 정규 수업 시간에 개설되지 못한 전문·심화 교과를 추가로 들을 수 있는 과목으로, 희망학생 1인당 한 개 강좌를 선택해 들었다. 올해부터는 사탐, 과탐, 제2외국어, 예체능 등 정규 과목들을 선택해 들으면서 본격 고교학점제 시스템을 가동한다.
‘고교학점제’라는 아직은 낯설고도 생소한 운영과정이 단기간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정종욱 교장은 “교육공동체 간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꼽았다. 이는 △학생의 진로 설계 도움 △학부모의 교육과정 이해
△교육자의 희생·봉사·관심과 협력적 교원 문화를 의미한다.

 

교내 멘토링 프로그램 통해 진로 탐색 도와
  고색고에서는 매주 금요일 4시간씩 진로 캠프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꿈을 찾도록 도왔다. 올해는 ‘교육과정 리더’ 프로그램을 더욱 적극적인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김승철(교육과정부) 부장교사는 “‘교육과정 리더’는 2학년 반별 5명씩 총 50명의 학생이 멘토가 돼 친구들과 후배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는 자율 동아리”라고 설명한다. 학부모도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녀의 과목 선택에 조언을 건넬 수 있도록 교육과정 편성 공청회와 교육과정 박람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고색고는 교사들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지원에 100% 찬성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정 교장은 직접 교사들에게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하며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적극적 소통에 나섰다.

정종욱 고색고 교장

 

학생 참여형 수업·시설 지원 늘려
  수업 내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1학년 영어 교실에서는 모둠별로 앉은 학생들이 손을 들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보였다. 2학년 화학 수업이 진행 중인 과학실에서는 ‘화학이 실생활에 기여한 사례 찾기’라는 주제로 발표 수업이 이뤄졌다. 2학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열리는 비보이 수업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으로 꼽힌다고. 정 교장은 “앞으로 학생 참여형 수업을 늘릴 것”이라며 “내신 성적 평가도 학생 관찰 기록 평가 등 과정 중심 평가로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교내 시설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동 수업을 대비해 영어실을 추가로 개설했고, 사회 교실은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과학실, 컴퓨터실이 있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수학실은 전면에 거울을 설치해 비보이 수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강의실 이동 수업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발표 수업이 이뤄지는 영어 시간

 

 창의적 체험활동의 비보이 수업

 

 

공강·최소성취수준 보장 등 해결할 문제점 남아
  물론 지난 1년간 고교학점제 운영 결과 성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공강 △최소성취수준 보장 문제가 대표적이다. 해마다 단계적으로 과목 선택권이 늘어나고 있어 공강이 생기지 않도록 시간표를 잘 조합하는 것이 고민거리다.
  향후 고교학점제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미이수 문제 역시 논의 중이다. 지난해에는 학력 보충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문제는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이었다. 김승철 부장교사는 “학교마다 상황이 달라 획일화된 원칙을 갖기 어렵다. 올해는 프로그램 운영 대신 수행평가 비율을 높이고 성취도 등급 최하위 비율을 낮출 예정이다. 여전히 어렵고 예민한 문제”라고 전했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서 고교교육 혁신 학교로 지난 1937년 개교한 경남 함안고등학교(교장 류청수)는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 중소규모 학교다. 전통성을 지닌 이 학교는 지난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선정되면서 고교교육 혁신의 최전선을 걷고 있는 학교로 변화했다. 지역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매년 전국단위 우수 학생들의 입학률이 높은 이곳은 소통하는 학교 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교육 활동을 시도하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함안고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 이전에 다양한 진로 찾기 활동을 계획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교과 교사들이 교과와 연계된 직업과 학과를 안내하는 진로 교육을 펼쳤고, 하반기에는 2~3학년 동아리 학생이 멘토가 돼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된 현장 중심 체험활동을 한 후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수행평가도 시행했다.

모둠별 활동 수업 중인 화학 시간

 

 함안고 공동 교육과정으로 진행된 과학 실험

 

 

학생·교사의 활발한 진로 역량 강화 활동
  학생들이 진로와 직업을 고민하는 동안, 이를 지도하는 교사 역시 교내에서 지속적인 교육과정 연수를 받았다. 장소영(교육연구부) 부장교사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진로에 맞는 교육과정을 설계하도록 하려면 교사 역시 진로 전문가가 돼야 한다. 선택형 교육과정을 실시한 학교를 교과별로 방문해 컨설팅을 받았고, 학생들과 1:1 멘토링 활동도 펼치는 등 교사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함안고는 학생들의 선호도 조사를 반영해 학년별 개설과목을 선정했다. 올해 2학년 학생들은 1학기에 탐구 7과목(지구과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정치와 법, 윤리와 사상) 중 2과목을 선택해 듣고, 2학기에는 미적분, 물리Ⅰ, 경제 과목이 추가돼 총 10과목 중 3과목을 선택한다. 제2외국어는 두 학기 동일하게 중국어와 일본어 중 택1이다.
  수강 신청을 통해 올해 본인이 선택한 수업을 듣게 된 학생들의 평은 어떨까. 장예주(2학년) 학생은 “실제로 원하는 수업을 듣게 되니 더욱 흥미가 생기고, 관심사나 진로가 비슷한 친구들과 같은 수업을 들으며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이소연(2학년) 학생은 “직접 수강 과목을 선택하니 진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진로 멘토링

 

 

선택 과목 제한·특정 수업 편중 한계
  다만 수능 반영 과목으로 인한 △선택 과목의 제한 △성적 문제 △특정 수업 학생 편중이 한계점으로 꼽혔다. 장소영 부장교사는 “학생들이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수능 반영 과목을 선택해 실제 학기당 선택 과목은 3~4과목 정도였다.”며 “상대평가로 인해 선택 인원이 많은 과목을 들으려 하거나, 성적이 좋은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을 피하는 눈치작전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사의 업무가 가중되고 다과목을 수업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특히 수강 학생의 편차가 크게 발생했는데, 농어촌 지역 특성상 강사를 구하기 쉽지 않아 학생 수가 많은 수업은 분반이 불가능했다. 반면 6명 정원의 ‘정치와 법’ 과목을 듣는 2학년 팽수정 학생은 “선택 과목의 학생 수가 적은 경우 내신 성적을 받기 힘들어 절대평가 같은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올해 함안고는 실제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의 수업이 잘 운영되도록 수업 내용의 질적 개선에 집중하고 과정 중심 평가를 시행한다. 학습 공간 리모델링에도 나선다. 지난해에 이어 학생, 학부모, 교사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환경이 비슷한 농어촌 일반고에 적합한 고교학점제 모델을 구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NTERVIEW
고교학점제를 경험한 고색고 학생들의 말! 말! 말!
직접 선택한 과목에 흥미 UP, “더욱 다양한 수업 듣고 싶어요!”

왼쪽부터 이윤백, 김영중, 박제민, 전병철 학생

  고색고 3학년 김영중 학생과 2학년 이윤백·전병철·박제민 학생은 지난해 주문형 강좌를 통해 정규 과목 이외의 과목을 선택해 들었고, 올해 1학기부터는 정규 수업도 직접 수강 신청한 과목으로 듣고 있다. 이들을 만나 고교학점제에 관한 생각을 들었다.
  김영중 학생은 주문형 강좌로 지난해 1학기 때 ‘과제 연구’를, 2학기 때는 ‘세계문제’를 수강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에서 한 단계 나아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탐구하니 흥미로웠어요.” 김 군의 바람은 더욱 다양한 강좌가 개설됐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1학기 때 경제 관련 과목을 듣고 싶었는데 인원수가 모자라 폐강됐어요.”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윤백 학생은 교양과목으로 선택한 ‘실용경제’ 수업에서 최근 이슈가 되는 경제 용어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학교 때부터 스포츠 캐스터라는 확실한 진로를 세운 이 군은 오히려 진로를 찾지 못한 친구들을 걱정했다. “문·이과조차 결정하지 못한 친구들이 진로를 잘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전병철 학생은 인터뷰를 진행한 4명의 학생 중 유일하게 자연계열로 진로를 설정했다. 지난해 선택한 ‘과학 창의반’ 수업으로 흥미를 느낀 것이 계기였다. “‘과학 창의반’ 수업을 더 많은 학생들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여러 반을 운영한다면 과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경영학과 진학을 원하는 박제민 학생은 올해 사탐 2과목(정치와 법, 세계지리)과 교양과목인 ‘실용경제’를 선택해 듣는다. 인문계열로 진로 설정한 박 군은 지난해 의외로 ‘과학 창의반’ 수업을 들었다. 자연계열로 진로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과학 실험을 하면서 호기심을 느꼈다고. 박 군은 예체능으로 진로를 설정한 친구들의 어려움도 대변했다. “지금은 음악·미술 중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는데, 예체능 과목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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