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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고교학점제인가?

글_ 김경숙 건국대학교 책임입학사정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따라 목표도 달라져야

현재 고교 수업도 교사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대입전형, 지원자 교육과정 경험과 역량 평가

 

  ‘교육은 100년지대계이다.’ 교육이 100년의 큰 계획이어야 하는 것은 앞으로의 사회를 예측하고 그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교육은 그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가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할 것인가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인구감소’와 ‘IT발전’이다. 인구감소라는 측면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IT발전이라는 측면은 사람의 어떤 역량을 중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점이다.
  필자는 국민학교를 나왔다. 저학년 때는 오전·오후반이 있었고, 한 반의 정원이 60명에서 70명가량 되었다. 중학교 때도 한 반에 60여 명이 빼곡히 앉아 있었고, 선생님들은 칠판 가득 문제 풀이를 한다거나, 교과서를 읽으며 줄을 긋고 문제집을 푸는 것이 수업이었다. 고등학교 때도 한 반에 60여 명이었다. 대학진학을 위해 예체능을 최소화하고, 일명 ‘빽빽이’를 매일 해야 했다. 책을 읽는다거나 음악을 듣는 것은 조금은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하고 싶은 것이 다 제각각이었지만 같은 수업내용을 듣고, 문제집을 풀고 학력고사를 봐야했다. 내가 받은 초등·중등·고등교육은 그 때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최선일까?

 

우리 교육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람’
  아이들이 빠글빠글 많을 때, 수업은 공통의 내용을 전달하고,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지를 상대평가로 위치짓는 것이다. 공장에서 찍혀 나오듯 일정시간이 흐르면 학교를 나오도록 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효율성이고 성과였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초등학교 한 반의 정원이 15명에서 25명 정도이다. 물론 오전·오후반도 없다. 교과서나 백과사전, 문제집이 유일한 정보원일 때와는 다르게 실시간 정보 검색, 동영상, 쌍방향 통신 등이 가능해졌다. 아이들이 현저히 적어진 상황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기술로 교과서 내용을 외우고 익히는 것이 과거만큼 이롭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가 같은 교과서 지식을 숙지하고 상대평가를 통해 우위를 결정짓는 것을 유지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같은 학교 3학년 1반 학생의 시간표는 동일하였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나 싫어하는 아이나, 영어를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나, 동일한 교재로 동일한 시험지로 상대평가되었다. 이제는 그 성취도가 아이의 진정한 학업적 역량이라고 말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 학교에서 배움이 아이의 흥미나 관심을 대변해 줄 수 없었고, 우리가 미처 측정하지 못한 더 중요한 역량이 있거나, 측정할 수 없는 역량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모든 아이는 각자의 성향과 잘하는 것,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특성을 개발하려 노력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최선이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아이들마다 서로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그로 인해 목표 설계가 달라져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고교교육과 대입전형이 변화해야 할 차례이다. 2019학년도의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는 2018학년도와 확연히 달랐다. 학교생활기록부에서 공동 교육과정, 클러스터, 교육청 지원 계절학기, 대학과의 연계를 통한 특강, 온라인 강좌 등으로 아이들의 교과이력이 다양해졌다. 자기소개서에서도 거꾸로 수업에서 자신이 발휘한 역량이나 자신의 흥미를 확대할 수 있었던 계기를 학문간 연계 수업에서 찾기도 하였다. 이미 고교의 수업이 변화하고 있고, 교사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대학은 개인의 특성에 집중한다.
  대학입학전형에서 궁금한 지점은 지원자가 어떤 교육과정의 경험을 통해 어떤 역량을 지니고 있는가이다.

 

‘교실에서 잠자는 아이를 깨우겠다’
  2007 개정과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선택과목을 중시하며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집중하려 하였지만, 학교에서의 운영은 여전히 문과와 이과로 구분하고 그로 인해 교과목이 분리되어 있어 ‘선택’은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계열을 구분하지 않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2022년 부분 도입,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아이들은 다르다’라는 전제로, ‘교실에서 잠자는 아이를 깨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고교학점제 정착을 위해 지난해 105개의 연구·선도학교를 지정한 데 이어, 올해는 354개로 확대하였다.
  또한 고교의 변화를 지원하고자 교육부차관, 교육청 대표로 세종시교육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한국교육개발원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을 공동단장으로 ‘고교학점제 중앙추진단’을 구성하였다.
지난 2월 11일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장중심 네트워크 구축, 연구·선도학교 확대 및 모델 구축, 일반고 학점제 도입 지원 강화, 고교학점제를 위한 역량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원 연수 확대, 리더십 함양을 위한 교장연수와 소인수 선택과목 직무연수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고교학점제 학교환경조성사업 추진하여 공간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 고교 현장에서의 교사 수급과 교실 수, 수업과 평가에 관한 제도적 지원 등에 대한 우려를 지혜롭게 풀어 나아가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교사, 학생 모두가 지극히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로 우리 교육의 ‘새로운’ 대안이다. 고교교육과 대학교육이 연계하여 아이들을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모든 아이를 우리의 아이로 품을 수 있는 ‘엄마’와 같은 제도로 고교학점제를 안착시켜야 한다. 이것이 지금의 시대적 요구이며 우리 아이들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김경숙 입학사정관은 건국대학교 책임입학사정관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 교육부 일반고등학교 발전위원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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