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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 혁신 사례③ 경기 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

네모나고 각진 교실은 이젠 옛말
설계 과정부터 학생 참여로 공간 혁신 중

 글_ 편집실

Q 학교에서 가장 싫은 공간이 어디야?
복도. 옆 반 친구 기다릴 때 아무것도 할 게 없고 재미없어.


Q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어?
작품 등으로 꾸미면 어때? 바닥이고 천장이고 네모난 타일밖에
없으니까.


  경기 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교장 김학식) 학교 공간 혁신은 아이들이 주도한다. 일명 YIFS(Yangjeong Institute of Future School) 프로젝트. 학교 건물 중축을 앞두고 공간의 주 사용자인 학생들을 우선 고려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미래학교 공간을 구축 중이다. 

학생 참여 공간 혁신 중… 매달 건축가와의 만남
  지난 11월부터 아이들은 공간 혁신을 위한 ‘드림팀’을 꾸렸다. 1~2학년 20여 명의 희망 학생들 가운데, 학교 공간에 대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조사할 리서치 팀과 건축·공간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을 주축으로 디자인 팀이 구성됐다.  
  리서치 팀은 먼저, 사전 교육의 일환으로 인터뷰 기법과 질문지를 만들고 공감에 기반한 제품 제작과 서비스 개발 사례를 조사했다. 이후, 2~3인이 한 조가 돼 재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개별 인터뷰를 진행·분석하고, 단국대 SW디자인융합센터를 방문해 공간워크숍도 가졌다. 디자인 팀은 희망 공간의 이미지 의견을 조합하고, 이를 시각화할 수 있도록 드로잉해 공간 모형을 창작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매달 한두 차례 건축가와 만나 각 팀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서로 발표하고 논의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1학년 지소영 학생은 “예기치 못한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공감도 하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도 생겼다.”고 했다. 무엇보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는 데 아이들의 기대가 크다. “학교 공간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다.”고 아이들은 입을 모은다. 2학년 윤선진 학생은 “보기만 해도 갑갑하고 각 잡힌 구조에서 벗어나 우리가 정말 원하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바라본 학교 공간이 주는 느낌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예스럽다’, ‘직선’, ‘네모남’, ‘단조롭다’ 등등. 사용하면서 느낀 불편함에서는 여러 활동 공간의 부족을 1순위로 꼽았다. 이 외에도 휴게 공간 부족과 책걸상의 불편함을 제기한 반면, 기대하는 공간 변화로는 쉬면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발을 벗거나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 작은 무대가 있고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 잘 수 있는 공간 등은 아이들의 희망사항이다.

삶의 공간을 고민하는 과정이 프로젝트의 핵심
  지난 1월 30일 건축가와 만나는 세 번째 워크숍에서 아이들은 이러한 의견을 반영한 3D 모델을 보며 한층 더 깊어진 의견을 나눴다. 우선, 새롭게 구축된 공간은 아이들이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가변형 공간을 만들고 라운지나 카페 형태로 구성됐다. 또한, 중정과 야외 활동 공간을 사이사이 마련하고, 바닥 난방을 통해 편하게 쉼을 취할 수 있게 했다.
  건축사사무소 최정우 소장은 “요구사항이 일반적으로 만나는 클라이언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라고 해서 의견이 헛되거나 꿈같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 권익을 위해 고민한 느낌이 들었다.”며 “다만 건축 공간에 대한 이해나 봐온 것들이 적어 아이들의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자료 또는 세미나 등이 선행된다면 아이디어가 훨씬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정영선 양정여고 교사(미술 전공)는 “드로잉과 건축의 완성도보다는 학생들이 학교 공간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중시했다. 세련미와 창작성보다는 학생들이 가장 희망하는 공간을 학생 스스로 공유하고, 이미지와 모형으로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실제 건축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다.
  오는 3월 초까지 아이들이 건축가와 설계 디자인을 완성하면, 2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8월까지 설계 시공을 마무리하게 된다. 앞으로 학교는 시공과 건축 과정에도 아이들이 직접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는 통로와 활동 여건을 만들고, 이를 영상과 기록집으로 만들어 학생들뿐만 아니라 사용자 참여 디자인을 고려하는 학교에서도 참고할 수 있도록 공유할 계획이다.
  이태경 교사는 “학교에서 건축이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대형 이벤트다. 학생들이 건축을 소재로 디자인을 해볼 수 있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도 있고, 공간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을 수도 있다.”며 새로운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건축가와의 만남

 단국대 탐방

(제공= 양정여고)

 

학생 참여의 미래학교 공간
양정여고 증축교사는 기본적으로 열린 교실의 형식을 띠고 있다. 기존 조적조 교사동의 옥상부에 수직 증축되는 형식으로 약 110평 정도의 규모이다.

 
라이트룸이라는 개념으로 가볍고, 밝은 방이라는 뜻을 가진 이 공간은 몇 개의 동아리방, 열린중정, 열린교실, 양정갤러리, 양정서재 등이 열려 있어 다양하게 변용 가능한 공간으로 이어져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교과 외 활동을 담을 수 있어야 하기에 가변적인 구조로 다양하게 쓰임이 가능하고, 가급적 기존 교실과는 다른 스케일, 다른 공간구조가 되도록 의도했다.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교실 사이의 중정은 옥상으로 이어져 학생들이 직접 관리하는 양정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쾌적한 환기 등을 위해 쉽게 개폐가 가능하도록 했다. 약 2개월간의 설계과정 후 감리 등을 통해 학생들이 시공과정에 벽화나 페인팅 등으로 참여가 가능한 부분도 남겨뒀다.

 

평면도

열린교실                                                                                        라운지

 양정갤러리                                                                                   탕비실, 중정
(제공= 유니트유에이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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