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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4 - 예비교사, 무엇을 배우는가?

김혜진 한국교원대학교 조교수



  비대면 온라인 강의 시간,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던 한 학생이 읊어준 시 구절이 있다.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도종환의 ‘스승의 기도’라는 시다. 스승이라는 말조차 어색해진 오늘날, Z세대 학생이 꺼내어 읽어준 시 한 구절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Z세대는   판타지 소설, 영화나 게임, 디지털 검색에만 익숙하리라 여긴 것은 내 편견이었다. 새로운 세대의 아날로그 감성 때문인지, 오랜만에 듣게 된 시 구절 때문인지 교사란 무엇인지, 또 가르친다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급변하는 사회,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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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시대나 국가를 막론하고 교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교육에 관한 관심과 기대가 매우 높은 나라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라는 오래된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좋은 교육에 대한 기대는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슐만(1986)은 경력 교사의 수업을 관찰하여 전문가로서 교사가 지닌 지식을 교수내용지식(PCK; Pedagogical Content Knowledge)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하였다. 그는 노련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학적으로 변환하여 가르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가 생각하는 전문가로서 교사는 다양한 지식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자 이런 지식을 종합하여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논의는 더 확장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지식을 잘 가르치는 교육만으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상공간 속에서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하고, 옷을 만들어 팔아 이윤을 남기고, 학교로 들어가 입학식을 한다. 이는 매트릭스와 같은 SF 영화 속 스토리가 아니라 2021년 우리들의 삶에 펼쳐진 메타버스의 이야기다. 예전의 가상공간은 디지털 게임 속 공간에 불과했으나, 오늘날의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의 연장선에서 놀이뿐만 아니라 학습, 문화, 경제활동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던가. 이세돌 9단을 이겼던 알파고는 5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더 똑똑해져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세계 최초로 UN 무대를 밟은 AI 로봇인 ‘소피아’도 있다. 조만간 우리는 물건들이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집 안에서 AI 로봇의 서비스를 받으며 메타버스 공간을 넘나들고 XR(AR, VR, MR을 통칭하는 초실감형 기술) 기술로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체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전문가에서 탐구를 돕는 협력자로

  미래 교실 역시 지금의 교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 교실은 경계가 희미해진 곳이다. 시·공간의 경계, 현실과 메타버스 간의 경계, 교사와 학생 간의 경계, 교수와 학습의 경계가 약해지고 연결성은 강화된다. 인터넷 공간은 학생의 탐구의 장이 되며, 온라인 플랫폼은 서로 다른 공간의 학습자를 연결해주어 새로운 상호작용을 일어날 수 있게 한다. 교실 안에서 볼 수 없었던 사회 현상이 테크놀로지 기술로 눈 앞에 펼쳐지기도 한다. 이런 교실 공간에서 교사는 리더가 아닌 협력자(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제 교사들은 지식을 가르치는 전문가에서 탐구를 돕는 협력자, 새로운 에듀테크를 배우는 학습자, 수업 방법 혁신을 이루려는 실천적 연구자 등 새로운 면모를 요구받고 있다. 교사는 발전하는 테크놀로지를 배워야 하며 교육적 본질에 적합한 테크놀로지의 구성을 요구하거나 연구·개발할 수도 있어야 한다. 미래 교실로의 이행에는 테크놀로지의 발전뿐만 아니라 이런 변화를 이끌 교사의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디지털에 익숙하면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Z세대 예비교사의 특징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미래 교육을 대비하고 있는 교원 양성대학

  예비교사들이 꿈을 키워나가는 교원 양성대학에서의 변화는 일찍이 시작되었다. 지식 중심 강의식 수업이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하는 역량이나 문제해결력, 협력이나 의사소통 중심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내용학이나 교육과정 강좌 등도 전달식 강의 이외에 탐구와 토론, 협력학습, 거꾸로 학습 등의 수업이 병행된다. 교수법과 관련한 교육 역시 실천적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다양한 수업 방법에 대해 논의하여 모의 수업을 해보고, 녹화된 모의 수업영상을 보며 다른 학우들과 수업 분석도 해본다. 현장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교사들과의 코티칭(Co-Teaching) 등을 하며 맞춤형 교육 실습을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교육적 접근은 사고와 탐색, 그리고 반성적 성찰을 위한 것이다. 예비교사들은 수업 관련 지식이나 방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수업을 연구하고 성찰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미래 교육을 위해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도 필요하다. 대학 내 마련된 미래교육실에서는 최첨단 미래 교육 환경이 구현되어 있다. 3D 메이킹, VR 활용 교육, AI 교육과 연계한 수업을 할 수 있다. 


  예비교사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우고 있을까. 최근 필자가 드론으로 찍은 자료를 이용해 3D매핑(Mapping)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예비교사인 학생들은 디지털 세대에 속해 기기를 다루는 것에 금방 익숙해 하면서도, 처음 드론을 다루어서인지 호기심 많은 아이 마냥 즐겁게 참여하였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며 호기심이 많은 Z세대의 특징, 팀을 이뤄 빠르게 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오늘날 젊은 세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물론 이들이 교사가 되었을 때는 더 좋은 성능의 드론이 개발되고 매핑 프로그램 또한 더 쉬워져 수업에서 배운 기능들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 수업의 목적은 지리교육 방안으로 드론을 구동하고 매핑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만은 아니었다. 학교 현장에서 다른 수업 방식을 찾아보는 경험, 즉 수업 방법과 교육적 문제에 직면해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테크놀로지 활용 등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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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체제, 디지털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2년은 더 걸릴 수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전통적인 구조에서 디지털의 구조로 전화하는 과정)을 코로나19는 단 2달 만에 이루었다.”라는 마이크로소프트 CEO인 사티아 나델라의 말은 다른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했다. 


  교육에서 디지털 체제로의 변화는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계속되리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에 익숙하면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Z세대 예비교사의 특징은 오히려 미래에 대한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특히 필자가 만난 예비교사의 모습에서는 교육의 ‘본질’적 측면을 찾으려는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재미와 편리함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지, 자신은 왜 교사가 되려 하는지, 교육에 있어 어떤 철학을 세울 것인지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연륜과 경험이 풍부한 기성세대 교사와 창의적인 Z세대 교사의 만남과 조화는 학교 사회와 우리 교육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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