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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① 지난 1세기, 우리나라 기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글 _ 김성균 국립기상과학원장

금년 7월 말에 열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제54차 총회는 향후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후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이유는 1988년 설립되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상과 주요 정책 수립에 필요한 핵심 평가 정보를 제공해 온 IPCC가 1990년 기후변화에 관한 공식적인 평가보고서를 처음 낸 이후 6번째 평가보고서가 나오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6차 평가보고서는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전 세계가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각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나가자는 결의를 다지고 난 후에 발간되는 보고서로서, 탄소중립의 이행을 위해 전 지구적으로 탄소 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그 노력의 결과를 점검받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의 과학적 근거로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

  그동안 IPCC의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인류의 경제 활동에 의해 배출된 온실가스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임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2013년에 발간된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00여 년 동안 전 지구 평균 기온은 끊임없이 배출되고 축적된 온실가스로 인해 산업혁명 이전의 수준에 비해 약 0.85℃가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예전보다 길어진 여름과 짧아진 겨울 외에도 집중호우 및 가뭄의 심화, 빈번하고 강해진 태풍활동, 열대야 일수 증가 등 눈에 띄는 변화를 불러왔다. 또한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2017년에 이미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시기 이전 대비 1.0℃ 상승하였으며 1.5℃ 온난화는 2030~2052년에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구온난화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국제적으로 매우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 아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2050년경 우리가 사용하던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이 제로 상태로 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미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에도 진행될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더불어 적응이라는 측면에서도 우리가 짊어져야 할 숙제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일어났던 기후변화의 양상과 영향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토대로 미래의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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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1.0℃ 상승하는 동안 한반도의 기후변화는?

  전 지구 평균 기온이 1.0℃ 정도 상승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기후는 얼마나 변해왔을까? 우리나라에 기상관측소가 설립된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관측자료가 있는 6개 관측지점(강릉,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목포)의 기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1912년부터 2020년까지 6개 지점의 평균 기온은 10년마다 약 0.2℃가 증가하였으며 강수량은 연별 변화가 크긴 하지만 10년마다 약 18mm 정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1]. 기온 변화를 계절별로 살펴보면 봄과 겨울철에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 봄철 기온은 10년마다 약 0.26℃, 겨울철 기온은 10년마다 약 0.24℃의 상승 폭을 보였다. 특히 겨울철 기온상승은 1980년대 이후에 급격한 상승 추세를 보였으나, 최근 10년간은 북극의 한기가 일시적으로 남하하여 한파가 발생하는 소위 온난화의 역설로 인해 다소 주춤하는 특징을 보이기도 하는 등 겨울철 기온의 연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폭염, 한파, 집중호우, 가뭄 등 위험기상이나 이상기후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극한지수(Extreme Index)들은 어떤 변화 양상을 보일까? 기온과 관련된 극한지수로 폭염, 열대야, 서리, 결빙 일수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여름철 기온과 관련하여 폭염 일수(일최고기온이 33℃를 넘는 날 수)와 열대야 일수(일최저기온이 25℃를 넘는 날의 수)를 보자.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연도별 폭염 일수는 변동성이 커서 한마디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과거 매 30년 단위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그림2] 폭염 일수는 전반적으로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일최저기온을 반영하는 열대야 일수의 경우 과거에 비해 약 10일 정도 증가하여 폭염 일수보다 훨씬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겨울철 극한지수인 서리 일수(일최저기온이 0℃ 이하인 날 수) 및 결빙 일수(일최고기온이 0℃ 이하인 날 수)도 장기적으로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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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장마-휴지기-태풍’ 강수 패턴 달라져

  여름철 위험기상의 하나인 집중호우를 표현하는 극한지수의 변화는 어떨까? 우리나라 6개 지점 평균 강수량은 장기적으로 약간 상승하는 추세이나, 일정한 패턴을 보이며 상승하는 기온과 비교해보면 연도별 변화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연강수일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를 발견할 수 없는 반면, 연강수량은 증가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즉, 최근의 강수 패턴은 과거에 비해 한 번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것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시간당 강수량으로 표현되는 강수강도의 변화를 살펴보면[그림3], 기상재해를 유발할 가능성(기상특보 발표 기준을 초과하는 강수강도를 의미)이 큰 일 80mm 이상의 강한 강수를 보인 날은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강수가 집중되는 시기 또한 과거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변화해 왔다. 종전에는 6월 말~7월 중순까지 장마라 알려진 기간에 많은 비가 내리고 강수량의 최정점도 7월 초에 주로 나타났으며, 또한 8월에는 일종의 휴지기가 있어 가을철 태풍에 의한 비가 내리기 전에 강수량이 다소 줄어드는 특징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의 강수 패턴은 8월의 휴지기가 뚜렷하지 않은 특징을 보이고 오히려 8~9월에 다시 강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온난화에 따라 기후변화로 인한 뉴노멀(New Normal)이 정립되어 통용되면서 새로운 패턴의 기상재해를 대비하는 프레임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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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등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 경감을 위해 노력

  미래의 기후변화는 아마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더욱 클지 모른다는 것이 기후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IPCC 평가보고서는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된다면 기온과 강수, 해수면, 빙하, 물순환 등 많은 기후적 요소들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한, 지금부터 온실가스 순배출이 제로가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지구대기에 축적된 온실가스만으로도 지구온난화의 관성 효과에 의해 기후변화의 양상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인류는 과거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1℃에 가까운 온난화를 겪어왔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지향하는 탄소중립과 같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즉각적이고 실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충격을 안길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폭염, 집중호우 등 극한 현상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구온난화라는 메시지가 탄소중립에 대한 적극적 실천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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