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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③ 탄소중립을 위한 환경교육의 숲을 꿈꾸다

글 _ 신경준 서울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지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떻게 환경교육을 해야 할까. 먼저 아이들에게는 깨끗한 공기, 물 그리고 흙을 만질 기회를 주어야 환경 감수성이 형성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 마포 숭문중학교의 2학년 환경과목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숭문중학교 ‘기후행동’ 팀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N0! 플라스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촬영)서울숭문중학교 ‘기후행동’ 팀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N0! 플라스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촬영)


환경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

  우리는 꽃피는 봄날의 학교 숲에서 꽃과 나무를 관찰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네이처링 앱에 남겨 학교 숲 지도를 완성해간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학교 숲 생물종 카드를 만들어 1학년 친구들에게 학습을 공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지구를 지켜줘’라는 온라인 게임으로 학교 숲 탐험과 미션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 참여한 중학생들의 환경 감수성은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그중 한 팀은 학교 숲에 사는 생물들을 캐릭터 디자인으로 완성하기도 했다. 다른 팀은 마을의 제비집을 관찰하고 제비집을 달아주는 활동을 한다. 환경에 관심이 높아진 아이들은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숲속의 오케스트라’ 팀은 근처 노고산에 올라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고, 실제로 그 소리를 자연의 악기로 연주하는 버스킹을 학교 안팎에서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 감수성 수업 이후 자원과 에너지를 학습한다. 우선 아프리카에 사는 고릴라의 상황을 살펴본다.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배터리에는 희소 금속인 콜탄이 들어간다. 콜탄은 콩고민주공화국의 국립공원에 주로 매장되어 있다. 따라서 콜탄을 채굴할수록 고릴라의 서식지도 파괴된다. 휴대전화는 유행에 따라 빠르게 교체된다. 결국 필요 이상으로 콜탄을 채굴하면서 고릴라의 터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숭문중학교 친구들은 환경과목 수업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새 휴대전화를 사고 싶은 욕구를 먼저 줄인다.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이들의 절약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은 자신의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폐휴대전화를 모아 얻은 수익금을 콩고민주공화국 후원 단체에 보내고, 폐안경은 캄보디아에 기부하는 기특한 실천을 한다. 


생물다양성에 대해 배우는 학생들생물다양성에 대해 배우는 학생들



환경교육, 친환경실천과 청소년 기후행동으로 이어져

  한 친구의 일화를 소개한다. “중학교에 올라와 여러 환경 문제들을 배웠다. 비닐봉지가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정말 길다는 것, 바다 한가운데 쓰레기 섬이 있다는 것 등 지구에는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나의 생활도 조금씩 달라졌다. 어제도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구매했는데 비닐봉지에 담는 대신 내 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져왔다.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비닐봉지가 모여 지구를 정말 아프게 한다. 지구에 정말 미안하다.”


  이들은 플라스틱 히어로 팀도 만들어 학교에서 플로깅(Plogging·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시작했고 광화문광장에서 캠페인도 펼쳤다. 지난해 우리는 페트병 생수 소비도 줄이기로 했다. 229명의 중학생이 일주일 동안 페트병 생수를 줄인 결과를 보면, 그중 137명은 평소처럼 페트병 생수를 소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평소에 페트병 생수를 마셨던 나머지 92명의 친구들은 319.75ℓ를 절약했다. 우리는 이렇게 절약한 금액을 모아 동아프리카 식수 지원사업에 후원했다. 


  우리는 해마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주제로 축제도 열고 있다. 축제 날 ‘기후행동’ 팀원들은 캠페인을 기획하고 전교생이 참여하며 교사들의 참여도 권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9년 ‘기후행동’ 팀원들은 광화문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행동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2,446개 도시의 청소년들이 온라인으로 기후행동을 펼치고 있다.



‘기후변화에 변화를!’ 지구촌 전등  끄기에 동참한 학생들‘기후변화에 변화를!’ 지구촌 전등 끄기에 동참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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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에너지는 ‘절약’

  과거에 우리는 학교 전력사용량을 모니터링해 3년 동안 학교 게시판에 기록했다. 그 결과 2011년부터 3년간 총 27%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었고 ‘우리도 이만큼 전기를 줄일 수 있구나’라는 뿌듯함도 느꼈다. 이후 우리 학교의 융합교실에 500W 태양광발전을 설치했다. 그즈음 우리집 베란다에도 미니 태양광을 설치했다. 그때서야 난 알게 되었다. 가정에서 50kW 미만의 전기를 사용하면 TV 수신료가 청구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2,000원 미만의 전기료는 다음 달에 합산 청구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에너지 자원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할 양만큼 에너지를 생산하고, 최대한 아껴 쓰며, 재생에너지 이용으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에너지도 절약이다. 우리는 맑은 날에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어 학교 교정에서 경주를 한다. 축제 날에는 태양열 조리기로 고구마를 구워 먹는다. 또한 자신의 방을 제로에너지하우스로 리모델링한 건축모형을 만들어 전시회도 열고 있다.


  더 나아가 각자의 집에서 부모님의 뒤를 쫓아다니며 안 쓰는 전등을 끄고 플러그를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너지절약 노래인 ‘Save the Energy’를 직접 만들어 마을행사에서 캠페인을 펼쳤다. 일부는 명절에 용돈을 모아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주민들의 참여로 이어져 지역 차원에서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을 추진하기도 했다.


  필자는 얼마 전 환경교실을 만들고 미세먼지 프리존을 꾸몄다. 아침마다 물걸레 청소를 하고 실내의 팬으로 강제 환기를 하며 실내정화식물 40여 그루를 가꾸고 있다. 또 교실 안팎의 두 곳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측정값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환경교사들은 서울보건환경연구원과 ‘코로나19, 알면 이길 수 있다’라는 주제로 환경과 우리의 건강을 위해 온라인 공동수업을 진행했고 약 12,600여 명이 참여했다. 우리는 지구시민으로서 나무 심기, 쓰레기 재활용, 물 절약하기, 전기 플러그 빼놓기, 부채와 선풍기 사용 냉난방 온도 1℃ 낮추기, 태양광발전 설치,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약속했다.


환경을 필수로 교육하는 세계의 흐름 

  현재 세계의 교육을 살펴보자. 핀란드, 미국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호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과목을 필수로 교육해왔다. 그중 핀란드에선 1~10학년까지 환경과목을 9단위로 필수 교육한다. 또한, 프랑스에선 2015년부터 모든 중·고교의 학급에 환경부장 제도를 도입했고, 이는 전국 학생위원회 활동으로 확장되었다. 전국 학생위원회에서는 학교에서 실천해야 할 환경교육의 8대 원칙을 제안했고 이는 교육부의 정책에 반영되어 실행되고 있다. 캐나다에선 2016년부터 탄소중립 학교를 만들기 시작하여 2030년까지 학교 온실가스 80% 감축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유초중고생 140만 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에 기후와 환경이 필수로 반영되었다. 생물종 보호, 자원 재활용, 기후위기,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사용, 그린에너지 경제, 기후위기 리더십에 관한 내용이 전 과목에 반영된 것이다.

지구의 기후위기 속 다양한 환경문제를 학습자가 환경, 사회·문화,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려면 우리도 위 나라들처럼 체계적인 환경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환경교사모임이 파악한 전국의 환경교사는 33명뿐이다. 이렇게 적은데도 13년 만에 선발된 올해의 신규 환경교사들은 정작 환경과목의 수업에 배정받지 못하는 상황에도 처했다. 환경과목은 주로 고3 시간에 편성되어 있다. 그마저도 자습과 상치교사로 운영되는 비율이 매우 높아 올해 신규교사들이 환경과목의 학교에 발령받지 못한 지역들이 발생했다. 따라서 서울, 부산, 울산시교육청은 신규 환경교사들을 환경과목으로 정상 복귀시켜야 한다.


  또한,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환경교육을 총론의 역량과 인재상에 반영하고 각론의 환경과목을 필수로 개정하여 그린스마트학교에 먼저 환경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환경교육은 기후위기, 환경재난 시대를 맞이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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