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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③ - 미래학교 여정을 위한 질문과 상상

이은상 창덕여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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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의 학교는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고 있나요?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교육의 역할을 모색하는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교육은 전인적 인간의 성장을 위한 노력임과 더불어 사회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간을 양성하는 행위로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 변화의 양상이 어떠한가에 따라 강조되는 학교교육 모습에는 차이가 존재했다. 과거 우리의 학교는 산업화·도시화라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존재했으며 표준화와 효율성이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인간의 전인적 성장이라는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을 전제할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학교가 우선시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인간 중심의 가치가 강조됨에 따라 교육의 패러다임도 개별화·다양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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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태계의 총체적 변화를 위한 미래학교 여정旅程


  미래학교는 사회변화뿐만 아니라 학교교육이 처한 현실에 직면함으로써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연구하고 실현해가는 학교이다. 미래학교는 기존의 학교교육에 나타나고 있던 문제를 개선하면서도 예측된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변화의 실체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김현진 외, 2017)1. 때로는 과거의 가치들로 견고하게 구조화되어 있는 학교 생태계를 개선하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미래학교를 ‘쇄빙선(碎氷船)’ 혹은 ‘해빙선’에 비유하기도 한다. 필자는 일선 학교들이 진행하고 있는 쇄빙선으로서의 움직임을 ‘미래학교 여정’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여정은 특정 영역에서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학교 생태계의 총제적인 변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즉, 지속 가능하고, 확산 가능한 미래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정(旅程)으로 표현되는 시간성과 학교 생태계라는 총체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미래학교는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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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교 여정旅程을 떠나기 전에 던져보는 질문들


Q1 “미래학교는 무엇을 하고자 하나요?”

  미래학교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이 나는 학교이다. 그중 가장 첫 번째 물어야 할 질문은 미래학교가 추구하는 비전 혹은 목표이다. 미래학교는 교육부, 교육청, 학교장이 결정한 사업을 단순히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가 비전과 목표를 함께 도출하고, 공유하는 학교이다(이은상 외, 2018)2. 다양한 변화가 만들어지는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비전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구성원 간의 갈등은 물론이고 학교의 정체성도 모호해질 수 밖에 없다.  


Q2 “미래학교 교사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미래학교에서 교사들은 교육활동 실천가이기도 하지만 학교의 문화적·제도적·환경적 변화를 만들어가는 연구자이자 혁신가이기도 하다. 교사들은 새로운 변화뿐만 아니라 과거의 관행에 직면하고, 의미있는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가는 핵심주체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미래교육의 실체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학교 안팎의 응원이 필요하다. 즉, 미래학교에서의 교사는 연구자이자 실천가(이은상 외, 2019)3.가 되어야 한다. 학교 안의 혁신은 연구와 실천행위를 통해 실체가 만들어질 것이며 학교 밖으로의 확산도 이러한 실체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게 이뤄질 것이다(이동국 외, 2020)4. 따라서, 미래학교는 무엇보다 교사의 연구·실천을 위한 지원환경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Q3 “미래학교는 다양한 협력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있나요?”

  우선, 교사들은 협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미래학교는 공간이나 테크놀로지의 도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반의 총체적 혁신이 나타나는 학교이다. 미래학교는 특정의 역량 있는 교사들만의 노력이 아니라 학교 전체 구성원들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학교이다. 


  수업 차원에서만 살펴보더라도 미래학교에서 강조되고 있는 학습자 중심 수업은 복잡성과 다양성을 갖는 문제상황으로 출발하거나 세밀한 스캐폴딩과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수업은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교사 간의 협력적 수업 설계가 필요하다(이은상, 김현진, 2020)5. 수업 이외에도 학교 공동체의 열린 회의 및 소통 문화들이 갖춰진다면 교사-교사, 학생-교사, 교사-학부모, 교사-지역사회 등의 협력이 촉진될 것이다. OECD 2030 교육 프로젝트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학생의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은 동료,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의 협력적 행위주체성을 통해 발현될 수 있다(OECD, 2018)6. 특히, 학교는 지역사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음으로써 교수학습의 실제성을 확보하고, 내실있는 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이은상, 김하늬, 이은주, 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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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여정旅程을 위한 제언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공간 혁신’을 넘어 ‘교육과정-학교문화-학습환경’으로 구성된 학교 차원의 총체적 혁신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 안팎의 요구와 열망, 과학기술의 발전, 학교사회의 문화적 성숙 그리고 경제적 지원 등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라는 쇄빙선의 항해에 순풍(順風)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을 수행하는 교육부와 교육청도 미래학교에 필요한 법·제도적 개선에 관심을 갖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학교 밖 주체들도 총체적 혁신 노력에 동참할 때,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기존의 가치와 관행에서 벗어나 과감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어떤 학교를 만들고자 하나요?”, “우리가 지켜야 하는 혹은 변화시켜야 하는 가치와 행위는 무엇인가요?”, “변화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어 있나요?”, “변화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될 것인가요?”, “변화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시사점은 무엇인가요?” 이상은 미래학교 여정에서 물어야 할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가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미래교육의 실체와 건강한 교육생태계를 우직하게 만들어갈 수 있기를 마음 깊이 응원해본다. 


1 김현진, 김은영, 이은상, 계보경, 이은환 (2017). 미래학교 설립·운영 모델 개발 연구. 연구보고 CR 2017-6. 대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 이은상, 김유정, 박의현 (2018). 학교공동체의 비전 도출 과정 탐색: C중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혁신연구, 28(4), 319-339. 

3 이은상, 김준구, 오유진 (2019). 학교 내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 프로젝트 사례 연구,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19(8), 1037-106

4 이동국, 김황, 이은상 (2020). 미래학교 촉진자의 역량 도출 및 교육요구도 분석.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0(9), 1125-1150.

5 이은상, 김현진 (2020). 학습자 중심 학습을 위한 교사 간 협력적 수업 설계모형(T-CID) 개발 연구. 교육공학연구, 36(4), 1057-1086. 

6 OECD (2018).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Education 2030. OECD. 

7 이은상, 김하늬, 이은주 (2021). 전문가 연계 학습자 주도 학습 프로그램 개발 연구. 게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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