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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vol.494
3년 만에 벗은 마스크, 이젠 소통이 필요한 때

글·사진 성진아 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

  지난 1월 30일부터 대중교통과 의료기관 등을 제외한 장소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이 개인의 자율에 맡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이들이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학생이 아직 마스크를 쓴 채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3년에 걸쳐 얼굴의 절반 이상을 마스크로 가리고 학교생활을 하면서 호흡뿐 아니라 소통의 어려움을 겪어온 아이들이 마스크 벗기를 꺼리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 원인을 살펴보고,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 처음 맞이하는 새 학기에, 학생들이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며 공동체의 구성원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스크가 학생들 사회성 발달에 미친 영향

  3년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학생들은 원격 등교와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졌고, 등교 수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선생님, 친구들과 거리를 두며 극히 제한된 상호작용만을 해야 했고 점심시간에는 혼자 말없이 급식을 먹어야 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소통 양과 질은 현저히 떨어지고 관계 단절 현상은 더욱 심화하였다. 특히 장기간의 마스크 착용은 아동과 청소년들의 공감능력과 의사소통능력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심리학자 폴 에크먼 박사는, 인종과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감정으로 기쁨, 슬픔, 화, 두려움, 놀람, 혐오의 6가지 감정을 발견했는데, 이 감정들은 눈과 입 모양으로 쉽게 표현되고 구별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표정으로 쉽게 드러나는 감정도 마스크로 입 모양이 가려진 상태에서 눈동자와 눈썹의 움직임만을 보고 추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슬픈 감정을 느껴 눈꼬리가 아래로 내려가고 미간을 살짝 찡그린 친구의 모습을 볼 때, 슬픈 친구를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의 표정으로 잘못 오해함으로써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입을 벌린 모습으로 표현되는 기쁨,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마스크로 입을 가렸을 때, 잘 표현되지 않아 인식이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우리는 상대방의 긍정적인 감정을 잘 인지하지 못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인지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있을 때, 우리는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을 발달시키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됨으로써 갈등 상황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관계는 더욱 힘들어지고 결국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스크를 벗지 않는 학생들의 심리

  이렇듯, 소통의 어려움뿐 아니라 여러 불편함이 있음에도 학생들이 마스크를 쉽게 벗어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아직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로부터 자신과 다른 이들을 보호하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10대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얼굴을 가림으로써 얻는 ‘심리적 안정감’의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문지혜 외, 2022)에 의하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이후에도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겠다고 한 학생은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많았고,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많았다. 이 결과로 유추해 볼 때, 고등학생보다 급격한 신체와 생리적 변화를 겪는 중학생이 외모에 더 민감하며,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자기 외모에 불만족하여 얼굴을 가리려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연구는 앞으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겠다는 학생들은 외모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크며 이는 곧 낮은 자존감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행복한 학교

  앞에서 살펴본 마스크 쓰기가 가져온 학생들의 공감능력 저하와 관계 단절의 문제,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심리를 고려할 때, 새 학기 학교 현장에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학생들이 교사와 또래 친구들의 시선과 평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심리적으로 안전함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이 교사와 또래 친구들과의 활발한 소통과 상호작용을 하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활동을 제공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① 친밀감과 소속감을 위한 공동체 놀이

  새 학기가 시작되어 학급 공동체의 구성원이 달라지는 시기에, 처음 만난 서로를 알아가며 친밀감과 소속감을 느끼도록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은 교사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서 벗어나 모든 학급 구성원과 함께 몸을 움직이며 긴장을 풀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 놀이를 해보기를 권한다. 개인 간 또는 모둠별 경쟁을 유도하는 놀이가 아닌, 모두의 협력을 요구하는 놀이나, 학급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활동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체 시간이나 점심시간, 또는 학급회의 시간을 활용해 공동체의 친밀감과 소속감을 위해 정기적으로 공동체 놀이를 해보자. 처음에는 교사가 선택한 놀이 활동을 하도록 하고,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거나 고안한 놀이를 하도록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② 나와 타인의 감정을 확인하는 감정날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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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이 공감받을 때 공동체 속에서 인정받고 진정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주로 학업과 관련된 지식이나 재능으로 학생들이 평가되는 학교 분위기 속에서는, 소수의 학생만이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대다수 학생이 낮은 자존감을 느끼게 되기 쉽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 변하는 날씨를 확인하듯이, 학생들과 교사 모두가 매일 자신의 감정의 움직임에도 관심을 가지고 인식하며 표현하는 활동을 해보자. 그림과 같은 ‘감정날씨도’(성진아, 2020)를 교실에 붙여 놓고, 정기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체크하고 포스트잇으로 붙여 보도록 하자. 자신의 기분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 그리고 몸의 에너지는 높은지 낮은지를 체크해 보자. 만약 기분이 좋고, 몸의 에너지도 높다면 감정날씨도의 노란색 영역에 표시하면 되고, 기분이 나쁘고 에너지는 높은 상태라면 빨강 영역에 표시하면 된다. 그리고, 왜 그런 감정 상태인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자. 이렇게 감정날씨도를 활용하며 감정을 점검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읽어주고 표현하는 행위 자체로도 감정 조절의 역할을 하게 할 뿐 아니라, 학급 구성원 간에는 서로의 감정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③ 나와 친구의 자존감을 높이는 장점 찾기

  새 학기를 시작하며, 모든 학생이 각자 자신의 장점을 친구들에게 소개하게 하고, 학기가 진행되면 친구의 장점을 서로 찾아주고 칭찬해 주는 활동을 정기적으로 해보자.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학생들일수록, 서로의 장점 찾아주기 활동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서로 장점을 찾아주고 칭찬하고, 칭찬받은 친구는 그 칭찬에 감사하는 선순환이 계속 일어나며, 학급 구성원들이 더욱 유대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장점 찾아주기 활동을 하면서,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며 장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도록 하자. 그래서, 학생들이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을 수치스럽게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사회성과 감성

  3년에 걸쳐 진행된 코로나19의 영향과 규제에서 벗어나고 새 학기를 맞이하는 이때, 학교와 가정에서는 그동안 소통과 상호작용의 기회 부족으로 초래된 학생들의 대인관계 기술과 공감 능력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능력은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학 문제를 열심히 풀어서 기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인간만이 가진 사회성과 감성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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