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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백제 역사의 정수, 공산성과 무령왕릉

글 · 사진 _ 김혜영 여행작가

  주말 오후 2시, 공주 공산성 금서루 안이 왁자지껄하다. 곧 ‘웅진성 수문병 근무 교대식’이 열릴 참이다. ‘둥둥둥’ 성을 뒤흔드는 북소리가 나더니, 백제 시대 공산성 수문병으로 분장한 군사들이 금서루 위로 올라 힘차게 황색 깃발을 흔든다. 475년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도읍을 옮기고 재도약을 다짐했던 백제의 기상을 보는 듯하다. 


공산성 입구 비석군 위로 금서루와 성벽이 보인다.공산성 입구 비석군 위로 금서루와 성벽이 보인다.


백제 웅진도읍기의 왕성이었던 공산성

  475년 백제 도읍 한성(서울)이 고구려에 함락됐다. 문주왕이 부랴부랴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도읍을 옮겼다. ‘웅진도읍기(475~538)’의 서막이 올랐다. 이 시기의 왕성이 웅진성이며, 지금의 공산성(사적 제12호)이다. 


  공산성은 적군이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금강변 해발 110m의 공산 능선과 계곡을 따라 지어졌다. 성벽 총길이가 2,660m에 달한다. 금강변 성벽 구간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급경사를 이룬다. 축성 당시에는 토성과 석성을 섞어 지었으나, 조선 선조·인조 때 지금과 같은 석성으로 고쳐 쌓았다. 문화해설사가 동쪽에 남아 있는 735m의 토성 길이 공산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며, 포토존이라고 귀띔한다. 


  공산성은 백제가 사비로 도읍을 옮긴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역 거점이 되었다. 그래서 성안에 백제 시대에서 조선 시대에 이르는 유적들이 전해온다. 백제 왕궁터와 성문터, 백제 시대 인공 연못, 백제 동성왕 때의 연회 장소로 추정되는 임류각, 조선 세조 때 지은 사찰 영은사, 조선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6일간 머물렀던 쌍수정 등이 그것이다.


국립공주박물관 입구에 전시돼 있는 진묘수 조형물국립공주박물관 입구에 전시돼 있는 진묘수 조형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과 왕비의 금제관식. 국립공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과 왕비의 금제관식. 국립공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금강과 공주 도심을 감상하며 공산성 한 바퀴

  공산성의 원래 정문은 남문인 진남루다. 지금은 공주 시가지와 맞닿아 있는 서문 금서루가 정문 역할을 한다. 탁 트인 높은 성벽 위에 올라앉은 금서루가 위풍당당해 보인다. 성벽은 금서루를 중심으로 양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오를 듯한 모습이다. 


  매주 토요일 금서루에서 세 차례 진행되는 웅진성 수문병 근무 교대식이 볼만하다. 교대식의 대미는 수문병들이 성벽에 일렬로 서서 황색 깃발을 펄럭이는 장면이다. 이 깃발은 ‘무령왕릉과 왕릉원’의 6호분에 그려진 ‘사신도’를 재현한 것이다. 사신이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동물이므로, 공산성 성벽 동서남북에 이 깃발을 꽂아두었다.


  금서루에 오르면 공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눈에 띄게 높은 건물이 없어 도심 풍경이 평온하다. 정면에는 조선 시대 천주교인들의 순교지인 황새바위, 그 뒤편에는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 오른쪽 금강변에는 공주의 옛 이름인 ‘고마’의 유래가 담긴 고마나루가 보인다. 


  공산성 성벽을 걸을 때는 금서루를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돌면 덜 힘들다. 1시간 반~2시간 정도 걸린다. 여름에는 해 질 녘 산책을 추천한다. 성벽 옆의 울창한 숲이 볕을 막아주고, 시원한 강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어 열기를 식혀준다. 



무령왕릉과 왕릉원의 5호분 입구 모습. 뒤쪽에 7호분 무령왕릉이 있다.무령왕릉과 왕릉원의 5호분 입구 모습. 뒤쪽에 7호분 무령왕릉이 있다.


웅진도읍기의 고분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금강의 남쪽 구릉 경사면에 자리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사적 제13호)은 백제 웅진도읍기 왕과 왕족들의 무덤이다. 공산성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지정되었다. 일제강점기 조사로는 수십 기의 무덤이 있었다는데, 7기의 무덤만 정비돼 있다. 그나마도 고분군 보존을 위해 내부 출입 금지다. 대신 무령왕릉전시관에 5호분, 6호분, 무령왕릉을 재현해 놓았다. 


  7기 중 가장 유명한 왕릉이 7호분 무령왕과 왕비의 합장릉인 무령왕릉이다. 6호분 배수로 공사 중 연꽃무늬 벽돌로 만든 무령왕릉이 1,500년 만에 세상에 드러난 것. 묘비를 통해 무덤 주인이 밝혀졌으며, 삼국시대 고분 중 무덤 주인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왕릉이다. 


  무령왕릉은 출입구를 찾기 어려운 구조여서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 그 덕에 출토된 유물이 4,600여 점이나 되고, 국보만 17점이다. 발굴 당시의 경이로움과 감동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공산성 금서루 일대에서 진행되는 웅진성 수문병 근무 교대식. 수문병들이  황색 깃발을 흔들고 있다.공산성 금서루 일대에서 진행되는 웅진성 수문병 근무 교대식. 수문병들이 황색 깃발을 흔들고 있다.


백제 보물 창고 국립공주박물관과 열린 수장고

  무령왕릉 내부를 직접 볼 수 없는 아쉬움을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달랜다. 무령왕릉 발굴 당시의 모습과 유물을 진품으로 만난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진묘수’(국보 제162호)라는 작은 석상이 인상적이다. 진묘수는 무덤을 지키는 상상 속 동물로서 생김새가 앙증맞다. 국립공주박물관의 마스코트이며, 박물관 입구에 실물의 7배 크기로 제작해 놓았다.


  진묘수 외에도 백제의 높은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금제관식, 도자기, 유리구슬, 귀걸이, 목걸이, 팔찌, 고리장식 칼, 청동거울 등을 마주할 수 있다. 영롱하고, 고귀한 고대 작품 앞에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박물관 바로 옆, 2021년 개장한 ‘충청권역 수장고’도 필수 코스다. 이곳에서 충청도 지역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보관한다. 전체 6개 수장고 중 4개 수장고를 관람형으로 구성했다. 웅장한 관람 시설과 문화재를 보관·분류·관리하는 시스템에 감탄한다. 박물관 관람과 다른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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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주소: 충남 공주시 금성동 53-51

문의: 041-856-7700

관람 시간: 09:00~18:00

관람료: 어른 1,2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600원

웅진성 수문병 근무 교대식: 2022년 4월 23일~11월(매주 토·일) 1일 3회(11:00 14:00 16:00)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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