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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떠나는 도보 답사 여행

글 · 사진 _ 김혜영 여행작가

  1897년(고종 34년) 목포항이 개항되자, 유달산, 목포진, 목포항 일대에 외국인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이때 바둑판식 도로와 일본인을 위한 영사관, 가옥, 소학교, 교회, 백화점 등이 들어섰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목포 도심에 근대 시가지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2018년 근대 시가지의 핵심 구역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등록문화재 제718)으로 지정됐다. 한 공간에 문화재 21개소가 모여 있는 특이한 경우다. 


반달 모양 고하도에 조성된 용오름길 해안데크반달 모양 고하도에 조성된 용오름길 해안데크


거리가 문화재로 지정된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근대역사문화공간 투어는 목포역에서 출발하면 편하다. 역 관광안내소에서 근대역사문화공간 안내 지도를 챙겨 ‘나만의 스탬프 투어’를 계획해 본다. 근대역사문화공간에 문화재로 지정된 근대건축물은 21곳. 주요 문화재로는 ‘구 목포일본영사관(현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현 목포근대역사관 제2관)’, ‘구 호남은행 목포지점(현 목포문화원)’, ‘구 목포부청 서고 및 방공호’, ‘구 공립심상소학교(현 유달초등학교)’, ‘목포진지’ 등 6곳이다. 나머지 장소도 6곳 주위에 모여 있다. 지도에 방문지를 표시하며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내판에 적힌 자세한 설명을 읽으면 해설사와 동행하는 기분이 든다. 


  이 근대건축물들은 목포역을 중심으로 동·서·북쪽에 포진해 있다. 유달동과 만호동 일대에 특히 많다. 유달동 유달초등학교에는 1929년 일본인 자녀가 다녔던 심상소학교의 강당이 남아있다. 푸른 지붕을 얹은 큰 건물이어서 유달산, 목포진 등 지대가 높은 곳에 오르면 금세 눈에 띈다. 유달초등학교 앞뒤로는 일본식 가옥과 일제강점기 주요 관공서들이 자리했는데 근대건축물의 외관이 고풍스러워 저절로 발길이 멈춘다. 


평화의 소녀상과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평화의 소녀상과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


목포 도심에서 즐기는 근대 역사문화 투어

  목포 근대건축물의 대표 격인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은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서 1900년 일본영사관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해방 후 목포시청, 목포시립도서관, 목포문화원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제1관 뒤편에 있는 방공호는 태평양전쟁 때 일제가 공중폭격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인을 강제 동원하여 만든 인공동굴이다. 일본 순사의 감시를 받으며 굴을 파는 조선인의 처참한 실상을 재현해 놓았다. ‘목포근대역사관 제2관’은 1920년에 지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이었다. 두 역사관에서 목포 개항, 일제 침략사, 독립운동사 등에 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만호동 언덕에 자리한 ‘목포진지’는 조선 세종 때의 수군 기지였다. 목포 개항 후에는 대한제국 관청으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역사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 오르면 목포항과 시가지, 유달산이 시원하게 보인다. 목포진지 바로 아래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릴 적 공부하며 꿈을 키웠던 공부방이 남아 있다. 


  이밖에 개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일본식 가옥 3채, 상가 주택 3채, 구 목포 일본기독교회, 구 목포화신연쇄점, 구 목포부립병원 관사 등도 근처에 자리한다. 옷가게 안에 있는 우물, 여관 간판 뒤 비좁은 골목 안에 숨어 있는 대형 붉은 벽돌창고 등의 근대 유적을 찾아내는 재미에, 다리 아픈 줄 모른다. 목포 외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된 곳이 군산, 영주, 영덕, 익산 등이다.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주제로 답사 계획을 짜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만호동 언덕에 자리한 목포진지를 공원으로 꾸며 놓았다.만호동 언덕에 자리한 목포진지를 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목포근대역사관 제2관 1층 내부 전시실 모습목포근대역사관 제2관 1층 내부 전시실 모습


목포 해상케이블카가 유달산 정상 부근을 넘어 고하도스테이션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목포 해상케이블카가 유달산 정상 부근을 넘어 고하도스테이션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목포의 심장 유달산 탐방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 후문과 연결된 계단을 오르면 유달산(228m)으로 이어진다. 유달산 주차장 앞에 있는 노적봉은 유달산의 바위 봉우리로, 노적가리를 쌓아놓은 것처럼 생겼다. 임진왜란 때 목포 앞바다로 왜적이 침입하자, 이순신 장군이 노적봉을 짚으로 둘러싸 군량미처럼 보이게 해 왜적을 속였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이 일화를 뒷받침하듯 노적봉 맞은편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세워져 있다. 


  산 전체가 화강암인 유달산은 일등바위, 이등바위, 얼굴바위, 나막신바위 등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험한 산세와 달리 산속은 산책하기 좋은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정상인 일등바위까지 쉬엄쉬엄 오를 만하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편도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에 오르는 동안 1900년부터 1950년대까지의 목포 역사를 담은 유적들을 만난다. 1909년 목포시민에게 정오를 알리기 위해 화약을 쏘았던 오포대, 1958년 광복 13주년을 기념하여 건립한 달선각, 1932년 10월 목포 개항 35주년을 기념하여 건립한 유선각 등이 그것. 이 명소에서 바라보는 목포 시내와 다도해 풍경이 목포 8경 중 제1경으로 꼽힐 만큼 장관이다. 


  유달산 정상에 가장 쉽게 오르는 방법은 목포 해상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이 케이블카는 목포 시내 북항스테이션을 출발해 유달산 정상부의 유달스테이션을 경유한 뒤, 바다를 건너 고하도에 도착한다. 유달산스테이션에 내려 유달산 정상에 올랐다가 재탑승할 수 있는 점이 이 케이블카만의 장점이다. 정상까지 왕복 30~40분이면 충분하다. 


  ‘유달산 아래 섬’이라는 뜻의 고하도(高下島)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승전한 뒤 100여 일 동안 수군 재건에 힘쓴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해안절벽에 용오름길 해안데크가 개통되어 즐길 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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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근대역사관 제1관

주소 : 전남 목포시 영산로29번길 6

문의 :  061-242-0340

관람 시간 : 09:00~18:00(월요일 휴관)

관람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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