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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친구들! 플라스틱 NO, 텀블러 YES

글 _ 이순이 편집장

충북 서전고등학교 동아리 ‘서쿱가온’ 


서전고등학교 학생동아리 ‘서쿱가온’은 사회적 협동조합 동아리로 학교 매점 ‘ㅎ하ㅎ호’를 직접 운영한다. 건강한 친환경 먹거리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으며 매점의 수익은 학생의 장학금, 학교시설 개선 등 학생 생활복지를 위해 사용한다. 사적인 이익 추구보다는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공적인 가치와 교육적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서쿱가온’을 소개한다.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공적인 가치와 경제를 배우는 서쿱가온 학생들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공적인 가치와 경제를 배우는 서쿱가온 학생들



안전한 먹거리 책임지는 ‘ㅎ하ㅎ호’

  ‘서쿱가온’은 서전고 협동조합(쿱·Cooperative)으로 세상의 중심(가온)에 우뚝 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전고 협동조합은 2018년 12월경 설립인가를 받고 이듬해 4월 문을 열었다. 사회적 경제 교육공동체로서 매점을 통해 학생 참여형 경제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은 어떤 모습일까? 


  점심시간, 서전고 1층 매점 안에는 수북하게 쌓인 박스에서 물건들을 꺼내 정리하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매점 옆에는 간식을 먹을 수 있는 휴게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눈으로 메뉴를 대충 훑어보니 매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면과 탄산음료가 없다. 


  서쿱가온 최영욱(3학년) 대표는 “영양가가 낮고 열량이 높은 식품은 매점이 들이지 않고 있다. 나트륨과 설탕 함량이 낮은 스낵과 음료를 주로 판매하고 있다.”라며 “학생들에게 건강한 친환경 먹거리를 판매한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라고 설명한다. 


  매점 ‘ㅎ하ㅎ호’의 문을 연 첫해에는 직원을 별도로 둘 만큼 활발하게 운영되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매점 문을 닫으면서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다. 매점 문을 다시 열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학교 구성원이 여러 차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면서 학생들이 수업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점심시간에만 매점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최지원 교사는 “첫해 매점운영이 제일 활발했는데, 인건비 등을 제외하니 수익은 50만 원 정도였다. 지금은 동아리원 15명과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3~4명씩 조를 편성해 일주일씩 돌아가며 점심시간에만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대면접촉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언택트) 결제가 가능하도록 결제시스템도 정비하였다.”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물건을 판매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등 매점 운영 전반에 대해서 관여한다. 매진된 물건은 동아리 SNS에 실시간으로 올려놓는다. 매진된 물품을 주문하는 역할은 최지원 교사가, 회계는 학부모 이사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3개월 남짓 매점을 운영하는 동안 200만 원 정도 수익이 발생했고, 수익금은 학생들의 장학금과 학교시설 개선 등 학생 생활복지를 위해 사용하였다.



점심시간에만 운영되는 학교 매점 점심시간에만 운영되는 학교 매점


“얘들아,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자”

  ‘1년 동안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800만 톤이며, 플라스틱 빨대 1개가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이 500년이다.’ 각 층에 설치된 냉장고에 붙여놓은 문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물품은 ‘생수’였다. 판매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도 점차 늘어났다. 매점 운영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이어졌고 서쿱가온 동아리원과 최지원 교사는 플라스틱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 첫 번째는 매점에서 생수 판매를 금지한 것이다. 대신 각 층에 학년별로 냉장고와 정수형 물통을 비치해 학급별로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물통의 필터는 월 1회 교체하고 있으며, 학급별로 당번을 정해 물통을 관리하고 있다. 전교생에게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나만의 텀블러 만들기’ 행사도 진행했으며 텀블러 없는 학생을 위해 매점에서 판매도 하고 있다. 


  학교협동조합 차원에서 그동안 자조적 생활기술교육을 비롯해 목공 블루투스 스피커 만들기, DIY 목도리 만들기, 매듭 팔찌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학교에서 실패하자’라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호응이 높은 편이다. 사업 타당성 검토 후 창업에 필요한 초기비용은 학교에서 지원하며, 창업을 통해 만든 제품은 매점 에서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품질, 수익성, 윤리성 등 창업교육이 실전처럼 이뤄진다. 학교에서의 실패를 경험 삼아 실전에서는 창업에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학생들은 공적인 가치를 배우고 교육적 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플라스틱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텀블러(사진3)와 학급별 물통(사진4)을 사용한다.플라스틱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텀블러(사진3)와 학급별 물통(사진4)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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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Talk



최영욱(3학년) 학생최영욱(3학년) 학생


영양가가 낮고 열량이 높은 식품은 매점에 들이지 않아요.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체제에 맞게 바른 먹거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매점 홍보, 창업지원 등의 활동을 하면서 창업에 관한 관심이 커졌어요.




홍주형(3학년) 학생홍주형(3학년) 학생


편리함 때문에 일회용품을 사용하는데, 이것이 계속되면 책임에 대한 외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요. 친구들에게 지구의 위기 상황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어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할 거예요.




기사 이미지안연희(3학년) 학생


처음부터 창업(경영)을 염두에 두고 동아리를 지원했어요. 서쿱가온에서 활동하면서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이곳에서의 경험을 살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디저트 가게를 창업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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