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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글_ 허승환 서울강일초등학교 교사

 

 

Q. “교사는 방학이 있으니 좋겠다.” 교사가 되어 처음 맞이했던 방학에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교사가 되고 보니, 방학이라는 이 시기가 저를 발전시키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참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학기를 위해 방학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요?


  쉬기에도 부족한 방학인데 그 시간마저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려 마음 쓰시는 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은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라고 믿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교사에게는 좀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깨우침으로 이끄는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01 이룰 수 있는 작은 목표 세우기
  1940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대학 2학년생 13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최대 속도로 러닝머신에서 5분을 뛰는 간단한 실험이었고 실험을 마친 학생들은 곧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진짜 실험은 그때부터였습니다. 연구팀은 이 130명의 학생을 대학 졸업 후 2년마다 연락해 근황을 물어보며 무려 40년이나 추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이 60대가 된 시점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수십 년간 겪은 직업적 성취도와 사회적 만족도는 지능이나 성격, 경제적 수준이 아니라 ‘그릿(Grit)’ 점수에만 비례했습니다. ‘그릿 점수’는 러닝머신 실험 당시 ‘체력의 한계가 닥칠 때 포기하지 않고 몇 발자국을 더 뛰었는가?’를 바탕으로 매겨진 점수였습니다.


  ‘그릿’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작은 목표’를 세워 ‘작은 성공’을 맛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방학, 거창한 목표보다 이룰 수 있는 작은 목표 하나를 꼭 세워야할 이유입니다. 조금씩 이전의 자신보다 나아지면 충분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혹시 아이들과 힘들었다 해도 자책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1학기에 화를 너무 많이 낸 게 마음에 걸리면, ‘화를 내도 낮은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하기’ 같은 목표를 세우면 충분합니다. 제가 아는 한 선생님은 학기 초 목표를 ‘야! 라고 외치는 대신 애들아 라고 말하기’를 목표로 세웠는데 멋지지 않나요? 아이들과 방학하는 날, ‘방학 현수막’을 만들어 한 가지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하게 했습니다. 함께 정한 제 방학 목표는...

 

 


02 교육을 대하는 철학과 태도에 관심 기울이기
  교사는 자아를 가르친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의 저자 파커.J.파머가 한 말입니다. 우리는 결국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교육과정에 반영하게 됩니다.


  행복한 아이들로 자라길 바라는 교사는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주려 애쓰고, 아이들의 즐거움을 1순위에 두고 생활합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더 많이 놀아주고, 강의보다 활동적인 수업을 지향하며 숙제도 덜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습’을 1순위에 두는 교사는 재미있는 수업보다 진지한 탐구 자세, 아이들의 경청하는 태도, 그리고 복습과 공책 필기 등을 더 강조하고, 과제를 철저히 검사하여 성실하게 해내기를 강조하게 됩니다. 따라서 교사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가르치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기를 바라는 지 등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과의 일상은 너무나 바쁩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업무와 수업을 처리하다보면, 정작 교사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학급의 아이들을 살펴볼 여유를 가지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학급경영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나는 지금 왜 힘겨운지를 돌아보지 않은 채 하루하루 버텨가며 살아가게 되기 쉽습니다. 여유가 없는 선생님은 이것도 시키고 저것도 시키고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랴 바쁜데 그러다보니 어딘가에서 빈틈이 생깁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습니다.


  교사들은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반복할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학급 안에서 자신의 모습과 학생의 상황을 깊게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급에서 아이들과의 관계는 잘 맺고 있는가?’, ‘학생들은 의미있는 배움을 얻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내 마음이 어디서 흔들리는지,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천천히 찾아보아야 합니다. 교육철학을 다시 세우기에는 이성우 선생님의 <교사가 교사에게>, <교사가 말하는 교사 교사가 꿈꾸는 교사>, 함영기 연구관님의 <교육 사유> 등의 책이 좋습니다. 깊이 있는 학급운영을 하고 싶다면, 학급긍정훈육법, 학급경영코칭, 학급운영시스템, 회복적 생활교육 학급운영가이드북 등을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03 아이에 대한 이해를 넓고 깊게 가지기
  교육철학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로 드러나야 합니다. 만약 제가 교육대학 교육과정에 꼭 들어가야 할 교과를 정할 수 있다면, 단연코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감정코칭’과 ‘비폭력대화’, 그리고 ‘교사역할훈련’ 과정을 넣을 것입니다. 하임.G.기너트의 <교사와 학생사이>, 마샬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 토마스 고든의 <교사역할훈련> 책을 읽거나 오프라인 연수에 꼭 참여하시길 강권합니다. 아이에 대한 이해가 더욱 넓고 깊어질 것입니다.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2학기 교실로 돌아와 반복해 적용하고 피드백 하는 과정을 거치시면, 아이들이 서서히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실 것입니다. 아울러 아이들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과정을 거치며 반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안정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브루타, 교실놀이 등 수업 기술도 필요하지만, 거시적으로 교사와 아이의 관계가 먼저 정립되고, 학생들에 대한 느낌과 욕구 존중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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