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블렌디드 러닝 수업, 교육과정에 상상력을 입혀라.

글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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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미지서울 H초등학교 교사


“우리 학교는 학년별로 주 1회 등교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원격수업을 하고 있어요. 원격수업은 에듀넷에서 운영하고 있는 e학습터를 사용하고 있고요. 주로 진도는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고, 등교수업 시 원격수업에서 미진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충 설명하거나 쪽지 시험 등 평가를 주로 하고 있어요.”


기사 이미지경기 J중학교 교감


오후반 학생들은 오전에 원격수업을 하고, 오후반 수업 시 오전반 학생들이 온라인 예습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학급 인원수를 절반으로 줄여서 플립 러닝 방식으로 수업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19는 보수적인 우리 교육 문화를 크게 바꾸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전국의 모든 학교가 등교개학을 연기하다가 결국 원격수업 체제로 전환하였다. 현재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병행되는 이른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등교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어도 당장 학교 안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에서 블렌디드 러닝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19는 당분간 확산과 진정, 재확산 등의 주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완전한 종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원격수업과 블렌디드 러닝 체제는 임시방편적인 수단이 아니라 상시적인 교육체제로 안착되어 가고 있다. 방역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블렌디드 러닝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면, 이제는 우리 학교 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블렌디드 러닝이란 무엇인가?

  블렌디드 러닝이란 혼합형 학습으로 두 가지 이상의 학습 방법을 결합하여 이루어진다. 대개 대면수업(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결합한 수업 형태를 말한다.

  원격수업은 대면수업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  비대면수업을 통해 코로나로부터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
□  언제 어디서나 수업이 가능하다.
□  교실 벽을 넘어 다른 학급, 다른 학교, 다른 나라 학생들과 협력 학습이 가능하다.
□ 상시 공개 수업을 통한 수업의 질 관리가 가능하고,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
□  에듀테크(스마트수업 등)가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원격수업이 대면수업의 장점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다.


□ 인성교육, 사회성 교육이 쉽지 않다.
□ 교사의 실재감이 낮아서 의미있는 대인 관계를 맺는 데 한계가 있다.
□ 중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와 피드백이 어렵다.
□ 지식과 이해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적용, 분석, 종합, 평가 역량을 기르기 쉽지 않다.
□ 실험, 실습이 불가능하다.
□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생, 장애학생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 준비 부담이 크고 개별 학생에 대한 맞춤형 피드백이 힘들다.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된 것이다. 블렌디드 러닝의 유형에는 다음과 같은 모델이 있다. (마이클 혼 외, 2015)

◦ 순환 모델

순환 모델은 교사의 통제에 따라 면대면 수업과 원격수업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운영하는 방식으로서 기존 대면수업 입장에서 원격수업으로 구현하기 좋은 것을 수용한 형태이다. 순환 모델 중 대표적인 것이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을 하고 학교에서 대면수업을 통해 지식을 익히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거꾸로 교실)’이다.

◦ 플렉스 모델

플렉스 모델은 방송통신고등학교처럼 기본적으로 원격수업으로 진행하지만 온라인 방식으로 하기 힘든 체육대회, 입학식 각종 행사, 시험 등을 대면활동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 알라카르테 모델

알라카르테 모델은 학생이 일반 학교를 다니면서 대면수업에 참여하지만 선택 과목 등 일부 과목은 온라인 과목으로만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 가상학습 강화모델

가상학습 강화모델은 필수 과목 등 일부 수업시간만 대면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주 2~3회 대면수업을 하거나 오전이나 오후만 나와 대면수업에 참여한다. 원격수업에 대한 비중이 플렉스 모델과 알라카르테 모델의 중간적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창의적이고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의 블렌디드 러닝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들

  그런데 현재 블렌디드 러닝 체제는 방역 차원에서 도입되다 보니 원래 블렌디드 러닝 방식대로 운영하기 힘들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학생 간 상호 접촉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블렌디드 러닝은 한계가 있다. 예컨대, 플립 러닝(거꾸로 교실)의 경우, 현재의 방역 원칙을 지키면서 학생 상호 간 대면활동을 시도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일제학습은 원격수업이 보다 유리하고, 개별학습은 학급당 인원수가 적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대면수업은 수행평가나 요점 정리 수준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 그리고 사교육에서 대면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학교 수업에서만 비대면활동을 강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현재 상황은 방역 차원에서 블렌디드 러닝이 도입되다 보니 불가피하게 진행되고 있는 파행적인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의 현실을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한 느낌이 강하다.


블렌디드 러닝을 통한 수업 방식

  블렌디드 러닝 수업의 핵심은 과목 특성이나 학습 주제 특성상 원격수업으로 하기 좋은 것은 온라인에서 구현하고 대면수업으로 하기 좋은 것은 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블렌디드 러닝 수업 방식의 대표적인 것이 플립 러닝이다. 기존 플립 러닝 방식말고도 새로운 수업 접근이 가능하다. 예컨대, 하브루타 수업, 문제 중심(PBL) 수업, 토의 토론 수업 등 이미 대면수업에서 검증된 수업 방식으로 원격수업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변형하여 운영할 수 있다. 하브루타 원격수업의 경우, 온라인 강의를 듣고 학습 내용을 토대로 퀴즈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학습 내용을 퀴즈 문제로 출제하거나 자유 질문들을 만들고 그중에서 대표 질문을 선택하여 자기 생각을 서술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원격수업에서만 가능한 수업이 있다. 디지털 위성 지도를 활용한 지리 수업이나 코딩 수업, 구글 설문지를 활용한 방탈출 게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개인 맞춤형 수업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는 기존 수업 방식으로 넘어 블렌디드 러닝 방식에 맞는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블렌디드 러닝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키우기

  블렌디드 러닝은 단순한 수업 방법의 혁신 차원이 아니라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다.

  필자는 예전에 미인가 대안학교 부설 연구소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라카르테 모델 방식으로 직접 고교 수업을 한 경험이 있다. 작은 대안학교이다 보니 사회탐구, 과학탐구 과목을 모두 개설하여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선택과목 중 소인수 과목의 경우, 학생들이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고 해당 과목 교사가 학습코칭 방식으로 학습 상태를 점검하고 피드백하고 평가를 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대면수업과 비교하여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학습효과도 좋았다. 적은 수의 교사로 다양한 학생들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블렌디드 러닝 체제는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원격수업은 대면수업을 전제로 한 기존 수업 시수를 줄일 수 있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에서 다루는 학습 주제와 방식이 각기 달라야 의미가 있으므로 이에 따른 교육과정 디자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격수업에서 지식과 이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대면수업에서는 프로젝트 기반(PBL) 수업 등 다양한 대면 활동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고교학점제 수업 시 재수강 과목의 경우 보충수업이 가능하고, 소인수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과감하게 운영한다면 주 1~2회는 등교수업 대신 가정에서 오전에 온라인 학습을 하고, 오후에는 현장 체험 활동을 하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다. 즉, 창의적이고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 미래 교육 담론에서 학습공원과 학습 조직 네트워크 개념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블렌디드 러닝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블렌디드 러닝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학교 교육과정 운영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