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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 채식급식을 고민할 때

글 _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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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현황과 전망

  최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6차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09℃ 상승했다. 이런 기온 상승으로 북극에서는 영구동토층이 녹고,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메탄이 분출되고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80배나 강력한데,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메탄 농도가 지구 평균의 9배에 달한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형산불도 정례화되다시피 했다. 시베리아, 캐나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중해 연안, 아프리카 북부지역은 매년 대형산불로 심각한 위협을 겪는 지역이다. 400km를 휩쓸며 도달하는 곳마다 인간의 정주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미국의 토네이도, 브라질의 도심 전체를 덮친 거대한 모래 폭풍, 예측할 수 없는 규모와 에너지로 해안가의 주택과 언덕을 휩쓸어버리는 해안침식 등 이미 인류의 삶은 점점 위태로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2018년 개최된 유엔 IPCC 총회에서 전 세계 회원국들은 기후위기 대응 목표를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하는 수준으로 억제하자는 데 합의했다. 2015년 유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했던 목표인 ‘2℃ 상승 이내 억제 및 나아가 1.5℃ 이내 유지’로는 파국을 피하는 게 어렵다는 과학적 인식에 근거한 결정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과학자들은 기후와 지구 시스템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티핑 포인트(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 폭발적 변화를 일으키는 시점)를 넘어서는 지점을 평균기온이 5~6℃ 상승할 때라고 보았다. 하지만 얼마 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5~2℃ 사이에 티핑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과학자들의 논의가 전해져 충격을 줬다. 


  1.5℃ 상승으로도 이미 멈출 수 없는 불가역적 변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해수면은 장기적으로 2m가 상승할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식량과 물을 두고 싸움을 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1.5℃라는 목표조차도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영향만은 피하고자 타협점을 찾았던 것”이라고 한 IPCC 과학자의 발언은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해 근거 없는 낙관적 태도를 가진 것은 아닌지 점검하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1.5℃ 달성이 아직은 가능하다고 한다. 그들이 제시한 시나리오에 의하면, 50%의 확률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매년 온실가스 배출을 5%씩, 그리고 67%의 확률로 달성하려면 10%씩 줄여야만 한다. 50% 확률이란 반반의 확률이다. 우리와 지구의 운명을 도박 확률에 맡긴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지 않을까? 현재 5%를 달성한 국가가 한 군데도 없는 상황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수준으로 모든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육식이 왜 문제인가?

  축산업은 인간 유래 온실가스 중 18~20%를 배출한다. 단일산업 영역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축산업은 대표적인 탄소흡수원인 숲과 토지, 해양의 건강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20억t의 탄소를 흡수하던 아마존이 2021년 탄소배출원이 되고 말았다. 사료 경작지와 목초지로 방화 개간한 것이 그 원인이다. 거대 탄소흡수원인 바다 역시 축산사료 경작지에서 과다 투하되는 비료, 축산분뇨로 인해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 발생해 그 기능을 잃어 가고 있다. 게다가 산업적 어업으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훼손되고, 탄소흡수원인 어류 개체 수가 위험 수준으로 줄고 있다. 


  육지와 바다의 생태계는 매년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50%를 흡수해주고 있다.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는 지구를 구할 방법이 없다. 생태계를 보호하고 회복력을 유지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만큼 생태계가 우리에게 주는 서비스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식단을 바꾸는 것은 윈윈 전략이다

  만약 전 인류가 완전채식으로 전환하면, 식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70% 줄일 수 있다. 2050년 기준 80억t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축산업은 전 세계 농경지의 83%를 사용하고 있는데, 채식으로 전환하면 농경지의 75%가 남게 된다. 남는 농경지가 자연 초지 상태로 회복되면, 장기적으로 80억t에 이르는 탄소흡수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전 세계 곡물 중 1/3이 가축사료로 사용된다. 현재 전 세계 기아인구는 8억 2천만 명에 달한다. 사료를 인간을 위한 식량으로 전환하면, 20억 명을 먹이고도 남는 양이다. 식량 위기가 가중되면, 필연적으로 사회적 불안정성이 야기될 것이다. 식단의 전환은 식량 위기로 인한 전 지구적 불안정성을 예방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옥스퍼드대를 비롯한 다국적 연구팀이 밝힌 바에 의하면 식단의 전환은 건강과 재정에도 이익을 가져오는 윈윈 전략이라고 한다. 완전채식으로 전환하면 조기 사망률을 10% 줄일 수 있으며, 의료비용의 주된 원인인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서, 한 해에 무려 1,180조 원에 달하는 재정적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육식과 연관된 에볼라 바이러스, 신종플루,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예방할 수 있어서 사회경제적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채식급식을 시도한 국가와 지방정부들

  국가 단위로 채식급식을 도입한 나라로는 우선 프랑스를 들 수 있다. 프랑스는 2018년 식품법(La Loi EGalim)을 제정하여 2019년부터 주 1회 이상 채식급식을 의무적으로 실천하고, 생태전환 교육의 일환으로 먹거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2019년 발표한 그린뉴딜 정책에 2030년까지 소고기 소비 50%를 감축하고 육가공품을 퇴출한다는 육류감축 정책을 포함시켰고, 그해 가을부터 주 1일 채식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가 길을 인도한다”라는 목표 아래 “더 건강해지는 아이들, 더 강해지는 지구(Healthier Kids, Stronger Plane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진행되고 있다. 육류소비 감축의 출발점을 학교로 잡고, 학교에서 가정으로, 그리고 사회 전반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정책 의지를 밝힌 셈이다. 최신 영양학적 연구성과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는바, 뉴욕시의 채식급식 정책은 채식이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아이들 건강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윈윈 전략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독일 농업식품부 산하 독일영양협회(DGE)에서는 2021년 건강, 사회적 차원, 환경과 기후 차원, 그리고 동물복지 차원을 고려한 식이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학교에서는 권장 섭취 칼로리(1,300~2,400Kcal)에 따라 육류는 1주일에 72~143g을 제공하도록 권장하였다. 독일 튀빙엔시의 학교들은 이 지침에 근거하여 1주일에 1회만 육식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식품영양과 인류보건 전문 이트-랜싯위원회(The EAT-Lancet Commission on Food, Planet, Health)에서는 지구와 인류의 건강을 동시에 살리는 ‘인류세를 위한 식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류세란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준 시기를 가리키는 용어로, 위원회에서는 2050년 100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인류를 건강하게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단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식량안보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통곡물 위주의 식사와 채소, 과일을 많이 먹는 식단으로 전환해야 하며, 견과류와 씨앗류의 섭취를 늘리고, 육류 소비는 대폭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인당 하루 붉은 육류는 14g, 가금류는 29g 수준으로 줄여야 하며,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넘으면 지구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먹거리 전환의 출발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인류세의 한국인을 위한 식단, 청소년을 위한 식이 가이드 라인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채식급식 성공을 위하여

  전문가들은 식단의 전환을 위한 과학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당위가 성공적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정책과 배려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채식급식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지금 전문가들이 아는 것을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와 급식종사자가 안다면, 이런 변화에 동의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당사자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급식종사자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학교는 학부모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채식급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초기에는 필요할 경우 온라인 학부모 상담소를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급식종사자들이 겪는 어려움 역시 함께 살펴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영양(교)사와 조리종사원들의 과도한 노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살피고, 필요할 경우 합당한 인센티브 정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채식급식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맛이다. 건강하고 맛있는 채식 요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다른 노력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요리법이다! 그러나 개별 영양(교)사에게 이 임무를 일임하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교육부에서 현직 영양(교)사와 외부 전문가/요리사로 구성된 채식 요리법 개발팀을 만들어 채식 요리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전국의 학교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영양(교)사들은 프로젝트 참여 기간에는 연구학기제를 이용해서 요리법 개발에 전념하게 하고, 요리법이 완성되면 이를 토대로 요리 워크숍을 각 지역으로 확대해가며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된다.


  채식급식은 주 1회로 시작될 수 있지만, 과학자들의 제안처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점차 확대되어야 한다. 채식 선택권을 제도화하여 누구나 원할 때는 채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커져 버린 기후재난 앞에서, 또한 너무나 가까워져 버린 티핑 포인트 앞에서, 우리는 아직 우리의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할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익숙한 문화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변화가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지키고, 수많은 생명을 살리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가 함께 나누며 사는 세상을 허락하고, 더 나아가 인류가 여전히 번영을 누릴 기회마저 허락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최선을 다해 한번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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