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위드 코로나 시대 예술교육의 방향과 대안

김인설 가톨릭대학교 공연예술문화학과 교수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연령대를 막론하고, 여러분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생활에서 예술수업 시간의 추억을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어떤 감정이 드시나요? 즐거운 수업이었나요? 나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며 희열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한 경험이 있었나요? 친구들과 함께 또는 혼자 작품을 완성한 후 뿌듯함을 느낀 적이 있나요? 이 모든 질문에 ‘예’라는 답을 하셨다면, 당신은 정말 의미 있는 예술수업 경험을 해 보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학교 안에서 우리 모두가 이런 예술수업을 경험하긴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 ‘왜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무관심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한 결과, 놀랍게도 어린 시절 학교의 예술수업이 너무 지루했거나, (잘못된 평가방식으로) 재능이 없다고 느꼈거나, 과도한 비판을 받았던 기억에 기인한 것으로 밝혀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예술은 인간의 대표적 창조활동이므로 예술교육을 단순히 제공하면 자동으로 아이들의 창의성이 키워진다는 사고를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리고 진지하게 교육으로서의 예술이 아이들에게 의미 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일 것입니다. 이러한 질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예술교육이 갖는 차별적인 만남, 접촉, 표현, 그리고 소통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지속해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더욱 치열한 고민과도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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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멈춘 이때가 어쩌면 예술교육의 전환과 발전을 위해 모든 관심과 고민이 함께 시작될 전환점의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 예술교육의 발전과정과 현재

  우리 예술교육의 역사는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지만 놀라운 발전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했던 동인은 아마도 2005년에 제정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의 등장일 것입니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의 목적을 다룬 제3조는 모든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창조력 함양을 위한 교육을 지향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신인 문화관광부와 교육부의 전신인 교육인적자원부가 함께 2004년에 발표했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점은 개개인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사회의 문화역량 강화로 기존의 기술전수 중심의 예술교육에서 전인교육으로의 전환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면서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구분되어 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6년부터 시작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문체부와 교육부 간의 협약에 의해 추진되어 2021년 현재까지 학교 밖과 학교 안 예술교육의 확장과 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을 복기해 보면, 예술교육의 질적 향상과 성장에 대한 고민은 학교 내 예술교사와 예술강사의 임무로 치부되어 온 경향이 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멈춘 이때가 어쩌면 예술교육의 전환과 발전을 위해 모든 관심과 고민이 함께 시작될 전환점의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예술교육의 방향과 대안

  예술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고 시험을 통해 일괄적이며 획일적인 방식으로 평가받는 과목이 아닙니다. 예술교육의 목적은 단순 지식추구나 기술전수가 아닌 표현력과 상상력, 창의력, 그리고 사회성 등 전인교육을 목표로 발전해 왔습니다. 창의력 개발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학교 안에서 꾸준히 이야기되어 왔지만, 아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만큼 인성과 창의력을 위한 교육이 갈급하진 않을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디지털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결국 예술교육이 이제까지 계속해서 주장해왔던 바와 같이 호기심과 ‘왜’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되는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성,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등으로 귀결될 테니까요. 특히 21세기 인간의 핵심역량으로 알려진 4C(Communication·의사소통능력, Collaboration·협업능력,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능력, Creativity·창의력)는 AI와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미래사회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에 예술교육의 중요함과 더불어 학교에서 이와 같은 교육이 더욱 필수적이고 진지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를 오히려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창의교육은 예술교사와 강사의 예술적 전문성을 토대로 기존의 학교 내 교육과정 안에서 제공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부모-교사-예술교사와 강사의 협업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가능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01 보호자(부모)의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되며 이러한 적극성이 행동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예술교육이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은 많지 않으십니다. 아이의 진로가 예술전공이 아니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예술교육은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까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대학입시에 있어 중요한 과목의 보조적 수단 정도로 치부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술교육이 학교가 아닌 집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될 시, 집이라는 공간은 교실이 되는 것과 동시에 공연장, 미술관, 아이의 연습실로도 기능합니다. 부모님의 칭찬과 관심, 예술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실제로 같이 창작해 보는 시간들을 통해 코로나19로 단절된 접촉과 소통의 미학을 가정에서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합니다.


02 학교 시스템 내에서 기존교과와 예술수업의 접목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교사와 예술교사 그리고 예술강사의 상상력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수업은 각 영역별로 단절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협업과 융합의 중요성을 설파합니다. 역사 수업 안에 문학을, 수학 수업 안에 음악 리듬의 규칙성을, 국어 수업 안에 연극을, 영어 수업 안에 뮤지컬을, 그리고 미술 수업에서는 물감의 화학성을, 음악수업에서는 나누기와 분수를, 무용 수업에서는 근육의 작동원리를 배우는 등 교과 간 협업으로 진행하는 것은 엄청나게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다만 교사 간의 협업과 고민, 그리고 노력이 요구될 뿐입니다. 이러한 협업이 쉽지 않고 많은 고민과 노력을 요하기에, 이를 독려하기 위한 학교 시스템과 교육 정책의 지원, 그리고 교내 성원의 공감과 교장·교감 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03 비대면 수업 시 아이들의 소통과 협업을 장려하기 위한 장치에 대한 교사의 고민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비대면 수업보다 대면 수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만나서 함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 비대면 수업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답했던 아이들과의 인터뷰에서 각자 파트를 연습한 녹음파일 합쳐보기, 서로의 연주 영상파일을 보고 이야기해보기 등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나 비대면 수업이라도 함께 게임 같은 것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소망도 덧붙였습니다. 아이들의 희망사항에 귀 기울이고 이들이 함께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 또한 사실 대단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지점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부모-교사-예술교사와 강사의 더욱 강력한 연대와 협업 그리고 고민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토론과 실험,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부디 코로나19로 마주한 이 어려운 시기를 각자의 혜안과 지혜로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시간이 결국 우리 교육 전반의 도약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