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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커스② 공교육체제의 질은 곧 교사의 질 교육대-사범대 통합 시너지를 위한 방안

글_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홀로선 자본주의>의 저자 블랑코 밀라노비치는 빈부격차 심화 및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자본주의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중요한 조건으로 부모의 배경과 무관하게 누구나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양질의 공교육체제 확립을 들고 있다. 이러한 공교육체제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 교사이다.

초중등 통합학교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 미래 역량을 갖춘 교사 양성, 교사 양성의 시너지 효과 창출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다양한 유형의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합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다만 교대와 사범대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물리적 통합을 시도한다면 시너지 효과 창출이 아니라 그간 쌓아온 교사 양성 체제의 강점과 노하우까지 잃게 될 수 있으므로 통합 성공 조건을 잘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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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미래 학교에 필요한 교원양성 시스템은 무엇인가?

  통합 성공을 위해서는 먼저 통합 주장 근거의 타당성을 살펴야 한다. 가장 큰 우려는 초등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대 정원 축소, 이에 따른 교대의 비효율성이다. 그러나 다른 특수목적대학이나 전문 직종 양성대학을 살펴보면 이 우려는 타당하지 않다. 2021학년도 기준 전국 10개 교대 총 모집인원은 3,847명으로 대학당 평균 385명이다. 반면에 38개 의대 신입생은 대학당 평균 78명, 25개 로스쿨 신입생은 대학당 평균 80명, 4개 사관학교 신입생은 대학당 평균 201명에 불과하다. 과학 인력을 양성하는 과학기술원도 교대보다 신입생이 훨씬 적다.


  그렇다면 왜 다른 특수목적대를 통합해야 한다거나 그들의 운영 효율성이 낮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유독 교대에 대해서만 그러한 우려가 나오는 것일까? 초등교사 양성에 대해서만 그리 생각하는 정부와 사회가 그러한 관점을 갖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교대와 여타 특수목적대 학생 1인당 교육비의 현저한 차이는 교사 양성은 대충해도 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의대나 로스쿨이 종합대 내의 단과대로 존재하고, 이미 사대도 있으니 교대도 종합대 내의 한 학과 혹은 단과대로 통합시키는 것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이 주장의 타당성을 살피기 위해서는 먼저 종합대 내의 의대 및 로스쿨 위상과 교육 여건을 사대의 것과 비교해보아야 한다. 의대와 로스쿨은 종합대 내의 투자 및 권력 관계에서 최상위인 반면, 사대는 취업률 등 여러 이유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그 결과 교사 양성에 필요한 시설·여건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교대에 비해서도 훨씬 뒤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대가 종합대로 편입되면 초등교사 양성 교육의 질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사대 통합을 위해서는 이러한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근 종합대에 공과대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울산과학기술원을 신설했고, 수조 원의 예산을 들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종합대의 공대와 별도로 과학기술원을 신설하는 이유는 종합대 내에서는 원하는 특수목적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사도 과학기술 인력 못지않게 국가의 영속성 보장을 위해 중요하다. 교·사대 통합 논의는 교사 양성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미래 학교에 필요한 교사를 제대로 양성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찾고, 국가의 투자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02. 국립 교원양성 프로그램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면

  취업률이 낮은 전문직 양성 기관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의대나 육사 졸업생 중 1/3 이하만 취업할 수 있다면 어떻게 제대로 된 양성 교육을 실시할 수 있겠는가? 사대의 경우 신입생을 1/4 수준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향후 10년 이상 과잉 공급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로스쿨과 달리 20만 명 이상이 쌓여 있는 사대 졸업생들은 지속적으로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대 공급 과잉, 특히 사립 사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이 먼저 확실해져야 국립 교사 양성 프로그램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전 과목을 맡는 담임교사로 양성되는 초등교사와 달리 과목을 전공하는 사대 졸업생은 유사 수준의 직종으로의 취직이 가능하여 교사로 길러야 한다는 절박감이 훨씬 덜하다. 교사 양성에 전념하기 어려운 사대와 교사 양성에만 전념하는 교대를 통합시켜 놓으면 높은 소명의식과 전문성을 갖도록 고강도의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교대 프로그램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초등교사의 질에 대한 일부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판은 주로 교대의 교수와 교육과정, 지배구조에서의 교수 독점, 낮은 투자 등등에 관한 것이다. 이는 교대가 종합대로 흡수 통합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통합 논의가 성공하려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각각의 양성 프로그램 특성을 잘 발전시켜갈 수 있는 보완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03. 교대-사대 통합, 교원양성 기관의 질을 높여라

  교대를 토대로 중등교사 양성 기관의 질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안은 앞서 제시한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교대와 사대를 비롯한 제반 국립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합시키는 것이다. 과학기술원 신설과 달리 수조 원의 예산 투자 없이 전국 교대캠퍼스를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10개 교원대학교가 아닌 5~6개 권역별 교원대학교로 통폐합할 수도 있다. 


  다른 대안은 통합대학을 국립 종합대의 제2캠퍼스(교육대학 캠퍼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제3의 대안은 과거 법관 양성처럼 4년제 대학 졸업자 중에서 임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교·사대가 통합된 교원종합대학교에 입학시켜 2년 내지 3년 정도의 양성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통합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전문가, 국립 교사 양성 프로그램 관계자, 정부, 교직단체, 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밀착 공개 토론을 1년 정도 진행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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