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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커스① 학교폭력 실태와 해결 방향

글_ 문용린 푸른나무재단 이사장

최근 운동선수와 연예인 등 유명인의 과거 학교폭력 사실이 폭로되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오랜 기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만큼 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 최근 학교폭력 실태를 분석하며 근절 방법을 논의해보고, 이와 함께 오랜 기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을 위한 정신건강의학적 치료 및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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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은 청소년들의 행복을 저해하는 최대의 악이다. 같은 또래로부터 놀림받고, 따돌림 당하며, 얻어맞고, 공포에 질려 돈과 물건을 상납해야 하는 일은 강도나 어른으로부터 당하는 폭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래로부터 당하는 폭력은 치욕과 자존심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또래로부터의 폭력은 ‘내가 못나서 당한다’라는 자책감이 앞서고, ‘내가 약해서 당한다’라는 치욕감이 압도한다. 그래서 어른들(부모, 교사, 경찰)에게 신고하기가 어렵다. 강도나 폭력배에게 얻어맞고 자살하는 청소년은 없으나, 동급생에게 폭력을 당해서 자살하는 학생들은 있다.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치욕과 자책을 불러일으켜, 자기 존재에 대한 모멸감을 부추긴다. 이렇게 자존심을 상한 청소년들이 과연 행복할 수 있겠는가?


매년 학교폭력 관련 학생 수 최대 25만 명

  청소년들의 행복파괴의 주범인 학교폭력의 실태는 어떨까? 푸른나무재단의 2020년도 학교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평균적으로 조사대상자의 6.7%가 학교폭력 피해자이며, 4.1%가 가해자였다. 주변에서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도 7.0%였다. 이 수치들은 2019년도보다 약간 감소한 것으로, 교육부의 전수조사 결과와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초중고 전체 학생 중에서 약 4~7% 내외의 학생들이 학교폭력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미다. 학교폭력의 발생이 빈발한 학생들(초3~고2)을 대략 360만 명으로 보면 매년 학교폭력 관련 학생 수는 14만~25만 명 내외로 추산된다. 학교폭력으로 불행을 겪고 있는 학생 수인 셈이다.


  학교폭력 피해 유형을 보면 언어폭력(32.1%), SNS 등을 통한 사이버폭력(16.3%), 따돌림(13.2%)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 중 사이버폭력의 증가세는 현저하다. 작년 대비 9.0%p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증가한 까닭도 있겠고,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의 증가 및 사용 연령의 하향에 기인한 탓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향후 사이버폭력은 학교폭력의 대세로 자리 잡을 듯하다.


  학교폭력을 당하고 난 후 피해자는 어떤 도움을 받았을까? 부모의 도움(25%)을 받았다는 학생과 선생님의 도움(24.2%)을 받았다는 학생들이 비슷하게 많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로 견디어 내고 있다’는 학생도 18.8%나 되었다. 결국 피해자로 방치되면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학생이 1/5가량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럼 가해자는 어떨까? ‘선생님한테 혼났다’가 24.3%,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가 21.5%, ‘부모님한테 혼났다’ 18.2%의 순서였는데,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았다는 가해자가 1/5을 넘는데, 놀라운 일이다. 학교폭력 가해 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것이니, 이런 가해자의 학교폭력은 2차, 3차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목격자들은 어땠을까? 학교폭력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반폭력과는 달리 중인환시(衆人環視: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봄)리에 벌어진다는 것이다. 청소년 가해자의 과시욕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에는 목격자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들 중 ‘모른 척했다’가 26.7%로 가장 많았고, ‘부모님과 선생님께 알렸다’가 18.8%였다. 결국 20% 내외의 학생만이 신고를 했고, 30% 가까운 학생들은 방관하면서 ‘모른 척했다’는 것이다. 


  방관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괜히 나섰다가 학교폭력 피해 입을까 봐’가 32.4%, ‘남의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29.9%, ‘서로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15.3%, ‘이 정도 학교폭력은 일상인 데다 누구도 학교폭력을 없애거나 도와줄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서’ 10.0%의 순서로 나타났는데, 방관자의 복잡한 심리가 여기에서도 엿보인다. 학교폭력 발생 시에 학생목격자는 방관자는 되기 쉬울지언정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왜 그럴까? 개인의 용기 탓도 있지만 신고하기를 어렵게 만드는 환경의 탓도 있다. 신고나 개입을 해도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사회적 신뢰 즉, 신고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며, 아울러 친사회적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기도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의 협업 우선돼야

  지금도 여전히 이런 학교폭력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즉 가해자와 피해자를 합쳐서 14만~25만 명이 학교폭력 언저리에서 고통받고 있다. 거기에는 언제나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가 있고, 교사와 학부모가 있다. 모두가 간절히 학교폭력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한다. 그런데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폭력은 사춘기의 성장통이다. 줄일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 활력이 넘치는 청춘들이라 부딪쳐서 갈등하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갈등의 수습이 중요한데, 가해자와 피해자의 어른들이 협업하는 경우가 있고, 갈등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교폭력의 가장 아름답고 효율적인 수습은 두 부모의 협업이다. 


  협업하면 우정과 인간성의 회복이 가능하지만, 불화하고 갈등하면 십중팔구 경찰로, 검찰로, 법원으로 이어지고 두 집안의 악연으로 고착된다. 그 대표적 사례가 요즘 대두되는 학교폭력 미투 또는 학교폭력 재연 현상이다. 재학 중에 발생한 학교폭력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10년이 지난 후에 그 불씨가 다시 화재로 피어오른 것이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꼭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초중고 청년 시절 학교폭력 피해자의 고통은 끈질기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가해 사실을 곧 잊어버리지만, 피해자는 평생을 기억하며 고통받고 있다. 학교폭력 미투와 학교폭력 재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학교폭력은 발생하는 그 시점에서 근원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즉 재학 중에 발생한 학교폭력은 그 시점에서 제대로 해결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해결이란 무엇인가?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선행된 후에, 피해자의 용서가 가미되어 둘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진 상태다. 그래서 우정이 회복된 상태다. 


  부모나 교사들의 진지한 노력으로 가해자가 진정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게 된다면, 학교폭력은 기적처럼 쉽게 종결된다. 그러나 성인들의 고집이나 무관심으로 발생한 학교폭력을 그냥 방치하게 되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더욱 깊어져 언제인가는 폭발하게 될 에너지로 억압되어 갈 것이다. 청소년 시기의 가해자는 특성상 진정한 사과를 하기가 기본적으로 어렵다. 성인들 특히 부모나 친척 이웃과 교사들의 도움 없이 그들의 사과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온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칠 때가 되었다. 비폭력문화를 형성하여, 피해자에게는 위로와 치유를 가해자에게는 사과와 참회를 목격자에게는 신고하는 용기를 북돋아야 할 것이다. 푸른나무재단은 그런 일을 지난 26년 동안 해왔고 앞으로도 더욱 힘차게 이 일을 앞장서서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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