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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커스① 고등교육재정 현황과 과제

글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제도연구실장

사립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등록금이 대학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고교 졸업생 수보다 대학 신입생 수가 많은 현실에서 지방대학은 올해 신입생 수를 확보하지 못해 대학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재정의 열악함은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사회변화를 즉각 반영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 빠르게 감소하는 학령인구와 고등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고등교육재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초연결, 뉴노멀(New Normal) 등 사회 전 분야에 대한 가치 질서가 재정립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대응책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선택했고, 그 결과는 앞다퉈 발표되는 국가 수준의 정책과 계획을 통해 확인된다. 각양각색의 내용과 방식 사이에서도 ‘고등교육에 대한 집중 투자’가 교집합에 자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발 앞선 대응이 절실한 상황에서 유례없는 인구감소로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인재양성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창출은 고등교육기관의 몫이자 책무이다. 이 점에 있어 그동안 한국의 고등교육이 절대적 기여를 해왔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고등교육이 최근 들어 위기의 시그널로 일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미달, 지속된 등록금 동결·인하, 각종 평가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이 대학의 재정 여건을 열악하게 하여 혁신과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대학은 수도권 인재 유출까지 가세하여 한계대학으로의 진행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이 꾸준히 증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충분성과 지원의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계로 고등교육도 양극화 국면으로 진입해가고 있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명백히 침체기에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발표에 의하면 2011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과 고등교육 경쟁력은 51개국 중 각각 22위, 39위에 위치한 반면 2019년에는 63개국 중 각각 28위, 55위에 머무르고 있다. 국가경쟁력의 경우 평가 참여국 증가를 고려하면 추락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고등교육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부정적이다. 경쟁력 하락세에서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 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이 2위라는 결과(OECD, 2020)는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집중 투자와 정부 부담 비율 확대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고등교육 침체의 원인이 재정지원에만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정결손과 적자 경영이 지속되면 결국 투자 동력 상실에 의한 질적 수준 저하와 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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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재정 현황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입학자원 부족과 더불어 10년 이상 지속된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입학금 폐지 그리고 각종 교내 장학금 확대 등은 대학의 재정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반값등록금 정책과 국가장학금 도입으로 인해 대학의 현재 실질 대학등록금은 2004~2005년 수준에 머물러 있어 대부분의 대학이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도 그동안 고등교육 육성과 대학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발굴하여 재정지원을 확대해왔다. <표 1>을 살펴보면 2013년 대비 2019년 교육부 고등교육 예산 총액(B)은 약 2조 5,100억 원, 재정지원사업 예산 총액(D)은 약 2조 2,700억 원 확대되었다. 이는 GDP 대비 비율로 보면 0.6~0.7% 수준이다. 그러나 학생에게 지원하는 장학금 중심의 예산 확대가 되어 이를 제외한 대학의 직접 지원 비율을 살펴보면 교육부 고등교육 예산은 2013년 0.4%에서 0.3%로 감소되었고, 재정지원사업 예산 역시 같은 기간 0.6%에서 0.5%로 감소되었다. 즉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이 여전히 GDP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10년간의 OECD 국가들의 고등교육비 투자 양상을 살펴보면 대체로 고등교육 공교육비의 정부 부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총 고등교육 공교육비 중 정부가 부담하는 수준이 2008~2017년 평균 GDP 대비 1.1% 정도인데 한국은 0.7%로 최소한 OECD 평균 수준만큼 투자 확대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민간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국가장학금 도입 이후 민간 부담률이 감소했지만 그럼에도 정부 부담률이 감소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고등교육재정 부족은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국제비교를 보아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표 2>와 같이 한국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투자 규모는 2020년 약 $10,633로 OECD 평균 $16,327의 65.1% 수준이다. 이 중 정부가 부담하는 공교육비는 불과 $4,041로 OECD 평균 $11,102와는 거의 2.4배 정도나 차이가 난다. 결국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권이지만 고등교육 투자 규모는 세계 28위권 수준으로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저투자로 길러지는 것이며 그나마 정부 부담은 여전히 부족함을 알 수 있다.


고등교육재정 과제

  이상의 현황을 통해 크게 고등교육재정 확보와 배분에 관한 과제를 제안할 수 있다. 확보에 관해서는 정부 부담 확대를, 배분에 관해서는 대학 간 균형 발전을 지향하면서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고등교육재정 적정 규모 추정의 기준과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규모 대비 추정, 학생 1인당 교육비에 근거한 추정 그리고 대학당 교육비 투자 규모 산출 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경우 초·중등교육과 같이 표준교육비를 산출하기 쉽지 않고, 대학별 교육 원가를 도출하는 것도 일정 기간 이상의 데이터 축적과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적용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우선은 경제규모를 기준으로 OECD 평균 수준인 GDP 대비 1.1%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단계적 투자 확대를 시도하는 것이 정책적 실효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고등교육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고등교육재정은 대체로 사업을 통해 지원되므로 예산 확보와 지원의 예측성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보장받는 초·중등교육 재정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물론 「교육기본법」,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 등에 고등교육재정에 관한 규정이 있으나 의무 조항이기보다 권장성 임의 조항의 성격에 가깝다. 일정 규모의 충족과 그에 대한 재원 마련에 대해 다양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적정 규모를 목표로 일정 기간 집중 투자를 보장하는 한시법 제정을 제안할 수 있다. 고등교육재정 관련 특별회계를 마련하여 5년간 집중 투자를 보장하는 방안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거나 「고등교육법」에 일정 비율을 명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볼 수 있다. 


셋째 고등교육재정 지원에 있어 ‘평가연계 차등 재정지원’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방식이 유지된다면 사업비 수혜에 있어 서울, 수도권 및 대도시 소재 대학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재정지원 평가에 수반되는 정책지표들을 충족하기에 지역대학들은 태생적으로 불리한 구조이다. 평가결과를 기준으로 한 재정지원은 정책의 당초 취지와 별개로 의도치 않은 대학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조성적 성격의 일반지원과 보상적 성격의 특수목적 지원으로 배분 방식을 이원화하고 일반지원의 비율이 대학의 재정여건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그리고 성과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엄격한 피드백을 통해 대학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서영인 외(2020). 교육재정 종합 진단 및 대책 연구. 경제·인문사회 연구회. OECD(2011~2020). OECD Indicators, OECD Publishing,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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