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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커스② 학령인구 감소 등을 고려한 고등교육재정 대응 방안

글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

  근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국가에 있다. 많은 나라에서는 국가가 거의 전적으로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진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대학교육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책임을 진다. 


  대학교육을 위한 재원은 학생등록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국립대학의 인건비 및 경상비에 대한 국고지원과 국공사립대학을 위한 제한적인 국고사업비 지원이 추가된다. 사립대학에 따라 법인전입금이나 산학협력단 등에 의한 자체 수입이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미약하다. 따라서 대학교육에서의 학생 수 감소는 결국 수입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에 입학해야 할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2017년 발표된 통계청의 장기 인구전망에 따르면 학령인구라 볼 수 있는 24세 이하 인구의 구성비는 2010년 29%에서 2020년 25%, 2030년 21%로 하락하며 2040년 이후에는 20%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교육재정, 특히 대학재정의 확보와 운용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20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국내 사립대학의 실질 등록금은 2008년과 비교해 17.5% 하락했다. 수입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들로서는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미래 투자는커녕 당장 살아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수준의 대학과 경쟁하여 국가교육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대학재정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누구나 다 아는 이러한 사실을 우리나라에서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등록금에 의존해온 대학재정의 위기

  현재도 대학들은 돈이 없어 아우성이다. 대학재정 위기의 배경에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이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2009년 이후 등록금은 동결 혹은 인하되어 오다 보니 등록금에 의존해온 대학재정은 그야말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교육기관은 “비용친화적”인 기관이다. 재정투입이 많을수록 우수한 교육 효과를 가져온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수한 교수의 확보, 정상적인 교육과 연구를 위한 각종 기자재와 재료비는 충분해야 한다. 그러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거나 첨단의 교육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고사하고, 대학교육 시설의 현상유지는 물론 개보수조차 버겁다. 지표상으로 교원충원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비정년트랙 교원충원은 크게 증가하고, 계약직원이 넘쳐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추가 수입원을 확보하고자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외국인 학생들과의 혼합교육으로 내국인 학생들의 불만이 드높다. 사립대학 교직원들의 인건비는 10년 넘게 동결되면서 사기저하가 심각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코로나19는 대학의 재정수입을 더욱 위축시켰다. 


  미래지향적 인재 양성을 위한 혁신적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은 꿈도 꾸지 못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맞먹는 양질의 연구역량을 확보해야 할 대학은 연명하기 바쁘다. 국내 대학은 첨단 분야 연구개발(R&D)에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내 전체 사립대의 자체 R&D 예산은 2011년 5,397억 원에서 2017년 4,470억 원으로 17.2% 줄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거의 3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의 진일보를 위해 최근 주요 OECD 국가의 대학진학 수요 및 고등전문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은 국가가 고등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어서, 국가 교육재정의 확대를 통해 이처럼 증가하는 사회적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반면, 고등교육 육성에 대한 국가의 의지는 미온적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당 교육비는 OECD 평균 대비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1 더욱이 한심한 것은 우리나라 대학생당 교육비는 중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보다도 낮다는 것이다.2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주된 수입원인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고 있으니, 대학이 미래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이미 국가사회는 물론 대학 스스로도 포기해야 할 판이다. 


대학 재정난 해결 과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대학재정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대학재정의 주된 수입원이 대학등록금이고, 그다음이 국고지원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해결하는 것이 원천적인 해법이다. 그런데 대학등록금 인상은 근본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 재정지원의 확대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적극적인 중앙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은 형평성과 수월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열악한 대학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조성적 차원의 재정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수한 몇몇 대학을 더 우수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처진 대학을 끌어올림으로써 대학교육의 전반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해 재정지원 가능 대학에 대해서만 정부의 재정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실대학 지원 논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둘째 향후 지속적으로 대학의 재정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 위축과 교육의 질 저하, 나아가 국가경쟁력 하락을 막고, 대학교육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 확대는 필수적이다. 특히 가칭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혹은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등을 통한 안정적인 재정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별법의 제정이 어렵다면, 국세분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여 고등교육에 투자하고, 초중등교육에 대해서는 해당액을 보전해 주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환하고 교부율을 상향하여 유치원에서 대학교육까지 모든 교육재정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는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학생당 초중등교육비와 대학교육비의 심각한 역전 현상을 보완할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정부조직 구조조정 및 문제 사업 정비와 예산의 효율화 등을 통해 필요한 고등교육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순증 예산의 10%를 확보할 경우 5~6조 원, 0.5%만 확보해도 2~3조 원 이상의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 아울러 대학에 대한 세제지원은 정부의 간접적인 재정확충방안이 된다.


넷째 지역대학과 연계한 지방정부 및 기업체의 재정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지역발전의 혁신 요소로서 대학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학을 통한 지역혁신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대학은 지역사회의 생존에 큰 역할을 한다. 저출산 여파로 비수도권 초중고가 줄줄이 폐교되고 있는데, 초중고의 폐교는 지역의 소멸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매일경제, 2021.1.16.). 초중고보다 덩치가 큰 대학의 존재는 지역사회의 생존에 긴밀한 영향을 미치며, 대학의 폐교는 지역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방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다섯째 무엇보다 학생 수 급감에 따른 대학재정난 및 경영 위기의 당사자는 대학이다. 따라서 대학 스스로 자율적인 정원감축 및 구조조정, 다양한 입학자원의 발굴 및 확보, 다양한 자체 재원 확보 등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고등교육재정 확보 필요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의 근본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음을 인식할 때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대학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등록금의 인상을 국가가 막아 왔다는 점에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고등교육재정의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반값등록금이라는 정책에 의해 정치권과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얻는 사이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대학교육은 시름시름 앓아 왔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국가가 이를 책임지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학생 수가 급감하게 되면 부실대학이 저절로 정리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입법구조에서는 자발적인 폐교를 선택하는 대학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현재 사립학교법에서는 대학이 폐교되면, 동일 재단 내 다른 설치학교가 없을 경우 법인 재산이 모두 국고나 지자체로 귀속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한시적으로라도 풀어줘야 한다. 자발적인 폐교 없이 부실대가 극단으로 치달아 강제적으로 폐교될 경우, 남겨진 교직원과 학생,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 폐교된 한중대와 서남대의 교직원의 체불 임금은 각각 430억, 250억 원이다. 학생들도 멀쩡히 다니던 대학을 옮겨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자발적인 폐교를 선택하는 대학이 많을수록 국가의 재정지원 부담도 감소될 수 있을 것이다. 


1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2011년 $9,927에서 2017년 $10,633로 약간 증가하였으나, 같은 기간 OECD 평균 대비 비율은 71.1%에서 65.1%로 크게 낮아졌다(OECD(2020). Education at a Glance). 

2 OECD 평균의 학생당 교육비가 초등 $9,090, 중등 $10,547, 대학 $16,327로 대학은 초등의 거의 2배인 반면, 우리나라의 학생당교육비는 초등 $11,720, 중등 $13,579, 대학 $10,633으로서 대학이 초등의 90% 수준에 불과하다(OECD(2020). Education at a Gl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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