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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시대,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로 교육혁신 토대 마련해야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글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전 세계를 점령한 코로나19로 인해 국제건강 위기, 국제경제 위기, 국제리더십 및 질서 위기 등 이른바 하이브리드 위기(Hybrid Crisis)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인구구조 변화, 초연결사회 등으로 개인 삶의 방식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새로운 가치와 질서, 트렌드와 패러다임 등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우리는 대전환시대, 기존의 삶과 다른 뉴노멀(new normal) 사회라고 부르고 있다. 1)


  하이브리드 위기 시대와 대전환시대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저성장과 초양극화 현상이다. 우리는 이미 1997년 IMF, 2008년 국제경제 위기 등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이 주도했던 시대를 거쳐 오며 양극화가 심화되었지만2),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얼어붙어 모든 국가가 저성장과 초양극화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 저성장 국면에서 이제는 사회의 자원 배분구조가 계층 간 고르지 않은 불평등의 상태를 넘어 중간층이 소멸되고 상층권이 독식하는 초양극화 시대가 된 것이다.


저성장·초양극화 시대의 교육혁신 방향 

  저성장과 초양극화 국면에서 교육혁신의 방향은 두 가지 관점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초양극화된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지원 대상의 지형을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자원 배분이 초양극화된 상황에서 취약계층 자녀 지원과 같은 교육복지정책은 필수이고, 나아가 중간 계층 복원을 위한 교육정책 대상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교육공약(The Biden Plan for Education Beyond High School, 2020.7)으로 미국의 중추인 중산층 재건에 초점을 두고, 10개의 직업 중 6개가 고등학교 졸업장 이상의 교육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미국 국민이 고등학교 교육 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대학(Community College)의 무상교육, 중산층(연 12만 5,000달러 미만의 소득 가정)에게 2년제와 4년제 공립대학의 무상교육, 학부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 절반 이상 삭감 등의 방안을 제시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둘째, 저성장시대 극복을 위해 국민역량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교육질서와 교육패러다임과는 과감히 결별하고, 인간의 삶의 질 중심의 교육과 국민역량 강화 중심의 과감한 교육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대·협력·공감 중심의 포용사회가 승자독식, 각자도생의 경쟁사회보다 더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 주고, 생동감과 역동성을 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사회체제의 지향점임은 이미 공감되고 있다. 따라서 교육혁신도 시대적 난제인 저성장시대 양극화를 극복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포용적 가치와 질서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두고, 공유성장형 포용교육시스템으로 국민역량을 강화하도록 체제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교육혁신은 선진국 모방 지향의 추격형에서 한국중심의 선도형 전략으로 새로운 교육성장 패러다임을 지향하며 교육혁신의 방향과 전략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가 강조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게임의 공정한 기본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라는 부분을 크게 고려한다면, 정부는 교육제도나 정책을 통해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 교육체제의 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체제는 국민역량의 창의성, 잠재성, 포용성, 혁신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체제 전환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교육혁신 프로그램을 개발·확산하는 근대적인 개혁 방식보다는 교육현장 스스로가 협동과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혁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유성장형 교육체제를 구축하고, 행·재정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이를테면, 초양극화 사회에서 근대적 가치로 인정받았던 성적과 학력 경쟁 위주의 교육수월성 정책은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미래 교육의 경쟁력 강화에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인정한다면 함께 성장하는 교육체제 대전환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교육의 불공정 구조 타파해야

  여기서 필자는 미래 교육체제 대전환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교육혁신의 핵심 분야는 바로 고등교육 분야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과열 대학입시 경쟁체제로 인한 줄 세우기 성적 경쟁 교육,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 좌절의 교육에 의한 자살 증가, 자녀교육을 위한 인구의 수도권 집중 등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의 핵심 연결고리는 소수 대학 중심의 대학서열구조와 학벌체제로 인한 고용의 불공정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의 불공정 구조는 교육양극화를 고착화시키는 핵심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첫째, 우수한 대학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고등교육시스템으로 개편하여 현재 초·중등교육이 대학입시와 대학 학벌체제에 종속되어 있는 구조를 혁신하고, 교육양극화의 주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새로운 미래 사회 질서와 가치를 창조해 내는 원동력은 고등교육분야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이 다 함께 질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는 고등교육시스템으로 전환하도록 과감한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만이 국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거나 교육과 소수의 명문대학 보내기가 동일시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수저론, 부러진 희망의 교육사다리와 같은 우리 교육의 현실을 대변해 주는 시대적 표현에 대해 정부는 적극 응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인 간, 학교 간, 지역사회 간 경쟁이 아닌 상호 협력·공존하며 집단지성과 집단지능, 집단경쟁력의 가치를 지향하는 공유성장형 교육패러다임을 통해 우리 국민의 내재된 역량을 발휘하고 함께 성장하는 포용교육체제로 대전환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는 교육양극화 해소와 새로운 교육경쟁력을 확보하는 전환적 혁신체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우리 교육 문제의 핵심 연결고리인 고등교육체제를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로 대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대학 간 물적·인적 자원 공유와 연계를 통한 교육과 연구 역량의 상생 성장과 이를 통해 대학 학위의 사회적 공신력을 확보함으로써 개별 대학의 경쟁력이 아닌 대학체제의 경쟁력 강화를 지향하는 공유성장체제를 의미한다. 이러한 체제를 통해 고등교육시스템이 이제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의 능력과 동시에 집단창의성, 상호 협업능력, 소통능력 등을 통해 협력적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다원적 능력을 갖춘 21세기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는 현재 대학자원이 가지고 있는 규모의 경제의 취약함을 극복하고 교육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 간 협력 및 연합체제는 시대적 흐름인 4차 산업혁명, 초연결사회에 걸맞은 개혁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로의 개혁 필요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는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다른 의견도 당연히 있지만, 대학시스템을 개편하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단계적인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국가가 설립자인 국립대를 유형별(연구, 교육, 평생직업 분야) 연합체제로 전환하여 대학 간 교육과정과 강의 개방, 학점교류, 교수교류 등 교육자원 공유체제의 확대는 필수이고, 공동학생선발제, 공동학위제, 학력인증제를 도입하여 노동시장에서 국립대 학위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이다. 두 번째 단계는 국립대학 연합체제 진입을 원하는 사립대에도 개방하여 전반적인 대학구조를 연계·협력체제로 전환하여 장기적으로 공유성장하는 대학체제로의 대전환을 꾀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외국 유수 대학과의 연합체제를 구축하여 국내 학위의 국제통용성 확보는 물론이고 한국 대학체제의 국제적 위치를 자리매김하는 방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 구축의 전제조건인 정부의 과감한 대학투자 확대 노력과 더불어 국립대학법, 사립대학법 등 법적 장치 마련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 개편이 지향하는 바는 첫째, 기존의 대학 간 경쟁 체제를 협력체제로 전환시켜 대학 간 상생발전과 질적 상향평준화 등 대학구조의 체질 변화와 대학들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미래지향적 대학 경쟁력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이른바 수도권 중심의 일류대학에 못지않은 일류대학의 저변을 지역에 확대하여 대학 학벌구조 혁파와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제도적 대전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학연합체제를 통해 지역산업의 생산 유발효과, 고용유발 효과 등 지역경제성장을 유도하여 국가균형발전의 초석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선제적 방역수준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았듯이,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는 한국형 선도모형으로 국제사회에도 적용해 볼 가치가 있는 도전 의제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면 미래를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선진국의 교육을 따라하는 추격형 교육개혁에서 벗어나 한국형 교육체제 구축으로 선도형 글로벌 교육 가치사슬을 모색하는 자신감 있는 교육이 필요하고 이제는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1  거대한 대전환시대의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선언하고, 지난해 7월에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린 정책, 뉴딜 정책,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사회경제체제의 대전환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상황 적응적 진화형, 지역과 같은 현장에서 그 답을 찾고, 상호 협력하는 지역뉴딜형으로 추진하자는 전략도 제시되었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초양극화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구축, 저성장 극복을 위해 그린과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경제체제의 대전환을 지향하고 있다. 


2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거대한 불평등(The Great Divide, 2017)’에서 전 세계가 ‘1%의, 1%에 의한, 1%를 위한 구조’로 변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세계적 갑부 85명의 부(富)가 세계 인구의 하위 50%(약 30억 명)가 지닌 부(富)의 규모와 비슷한 수준임을 그 예로 제시한 바 있음. 우리도 상위 10% 소득 점유율이 44.87%로서 미국(48.16%)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고, 상위 1% 소득 점유율은 한국이 12.23%로서 미국(19.34%), 영국(12.93%) 다음으로 높아 소득 양극화가 세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인 국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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