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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그 해법 찾기 ①아동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아동은 고립되는데 신고율은 ↓…적극적 대응 필요

글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 삶 속에는 불안이 일상화됐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뜻한다. 장기화되는 감염병 상황으로 대한민국은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더욱 취약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다. <행복한 교육>은 3회에 걸쳐 코로나 시대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① 아동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② 영양 불균형·운동부족에 놓인 아이들       ③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


  연초에 시작된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은 2020년의 3/4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매일 아침 뉴스가 코로나19 특보로 시작되고,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새로운 사회적 규범이 되었으며, 교육과 경제, 문화 및 종교 생활 전체가 바이러스 전파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조정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이 유난히 가혹하게 다가오는,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주기 전까지는 신음소리를 알아채기도 어려운 인구집단이 있다. 바로 아동학대 위험에 노출된 아동이다. 여기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왜 아동학대가 빈발하며, 어떤 특성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코로나19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코로나19 시대, 아동학대 발견율과 발생률

  2020년 하반기 들어서 우리는 몇 건의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을 접하였다. ‘천안사건’으로 알려진 아동 사망 사건과 ‘창녕사건’, 그리고 최근의 ‘인천 형제 화재사건’이다. 이 사건들의 피해자는 모두 10세 미만의 아동이었으며 아동학대와 방임의 결과였다. 2000년 최초 통계 이후 아동학대 건수는 매년 늘고 있어 2014년 1만 건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24,604건으로 집계되었다. 아동학대 발견율1은 2018년 2.98로 호주나 미국 등 타 국가의 9.10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학대 건수의 증가는 학대의 절대 빈도가 증가했다기보다는 인식개선으로 신고가 증가했다는 뜻이며 학대발견율 2.9는 선진외국에 비해 아직 발견되지 못한 아동학대가 많다는 뜻이다. 피해 아동은 초등생 비율이 가장 높고, 학대 행위자의 80%가 부모고, 40대가 가장 많다.

  코로나19 대응 단계가 상승하면서 아동복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동의 학대와 방임 증가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아동학대 대응은 신고주의(report system)에 기반하고 있다. 즉, 누군가가 아동학대를 112에 신고해야만 경찰과 지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정조사 등 개입을 시작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 단계가 높아지면서 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아이들의 방과 후 보호를 맡았던 전국 4,000여 개의 지역아동센터2와 170여 개의 다함께돌봄센터 및 지역사회복지관 등의 휴관으로 인해 아이들이 집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니, 학대가 발생해도 발견이 어렵겠다는 우려가 깊었고, 이는 시간이 가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2020년 상반기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예년에 비해 20% 정도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신고 의무자이면서 단독 직군으로서 신고 비율이 가장 높은(2018년 19.1%) 초·중·고 교사와 각종 사회복지 관련 인력의 신고율이 격감한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아동학대가 발생할만한 가족의 스트레스 상황은 크게 높아졌는데 오히려 아동학대 신고는 감소한 사실은 ‘발견율은 감소해도 발생률은 크게 증가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게 한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엔인권위원회(2020)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아동의 고립으로 인한 폭력, 성 학대, 착취,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할 것이므로 각 국가의 강력한 대응방안을 주문한 바 있다.


코로나19 시대, 아동학대 유형의 특성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3이라고 규정하여 적극적인 가해행위뿐만 아니라 소극적 의미의 방임행위까지 포함하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아동학대 사건은 대개 적극적인 가혹행위가 대부분이지만 소극적이더라도 방임이 누적되면 그 폐해가 신체·정서적 학대 폐해 못지않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특히 아동방임이 폭증했을 것으로 본다. 학교와 관련 기관들이 문을 닫고 아동이 집 안에만 머무르는 경우, 부모가 한정된 돌봄휴가도 쓸 수 없는 경우나 일하는 한부모가정 등에서는 교육적 방임은 물론, 물리적·정서적·의료적 방임에 취약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동권리보장원이 지난 5월 아동복지서비스를 받는 전국의 아동 3,175명을 조사한 결과, 42.8%가 성인보호자 없이 또래친구나 형제·자매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들 중 40%는 3~5시간 이상 혼자 지낸 적이 있다고 답하여 돌봄 공백이 방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되는 또 다른 아동학대유형은 확장된 온라인 환경과 관련된 디지털 성학대 피해이다. 대면수업이 원격수업으로 대체되면서 아동의 디지털기기 접속이 늘었다. 온라인 환경은 은밀하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 그루밍4을 통해 아동을 유인하기 용이하고 성 착취물의 제작과 유포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다. 올해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이 그 예이다. 확장된 온택트(on-tact) 상황이 방임과 중복되면 아동의 성 학대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아동학대 대응 길 찾기

  아동학대가 신고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과 경찰(APO)이 해당 가정을 방문하여 아동학대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경중에 따라 상담과 교육 및 자원연계를 결정하거나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제3의 장소에서 보호 양육하며 학대행위자 고소·고발을 결정하게 된다. 이와 같은 아동학대조사나 서비스 제공에서는 대면(face-to-face)과 가정방문을 통한 사례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응 2~2.5단계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서비스와 가정방문이 국가방역 정책상 원칙적으로 차단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가정의 사회·경제·심리적 상황과 지역사회 자원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한다. 이들 가정은 대개 2개 이상의 사회복지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각 서비스를 관장하는 법률이나 규칙, 해당 지자체의 방침 등이 상이하여 서비스의 효과적인 연계를 통한 조기 발견과 서비스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시대의 아동학대는 바로 이런 문제를 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존의 체계로는 발견과 연계 자체에 한계가 있으며 국가 또는 지자체의 방역지침과 아동학대 대응 서비스 원칙이 충돌하면서 아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뉴노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2년간의 코로나19 시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아동학대 발견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미디어를 통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보편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신고 의무자 직역의 신고 활성화가 중요하다. 비대면 상황이라 하더라도 현재 원격수업 시 확인하는 교육부의 ‘건강상태자가진단’ 앱에 아동안전 문항을 추가하여 교사는 아동의 돌봄 공백을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다. 돌봄 공백이 예상되면 돌봄서비스(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학교 방과후돌봄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아이돌보미서비스 등)를 연계하여 안내하고, 일정 횟수 이상 공백이 누적되면 학교장이 아동을 등교 조치하는 등, 현재와 같은 비상한 상태에서는 학교도 학대 예방 자원으로서의 책임을 확대하여야 한다. 또한 현재 신청주의로 운영되는 학교의 긴급돌봄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의 지역돌봄기관의 인력을 한시적으로 추가 배치하는 등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

  둘째, 코로나19라 하더라도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서비스 필수인력’의 개념을 도입하여 일률적인 대면 서비스나 가정방문 중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계별로 방역 필수요건을 강화하여 아동안전 확인이 허용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올 10월부터 신규 배치되는 아동학대조사공무원, 학교의 교육복지사나 상담교사 등의 위기가정 불시 가정방문을 통한 아동안전 확인이 가능해야 한다. 현재는 보호자가 돌봄이나 사례관리 등 서비스를 거절할 수 있는데 아동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할 경우 서비스를 강제할 수 있도록 제재 규정 등을 두어, 아동 중심의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여러 기관에서 서비스를 받고 있는 가정의 경우, 학대 방지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재 제한되어 있는 개인정보 이용과 제공 동의 절차를 개선하여 서비스 제공 기관 간 긴밀한 상호연계를 촉진해야 한다.

  셋째, 코로나19로 확장된 온라인에서의 아동안전을 위한 범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 학교나 아동복지서비스기관에서의 정보 안내와 홍보를 강화하고, 한편으로는 확장된 온라인이 아동의 참여를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순기능을 살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건강과 안전, 참여의 공정한 기회를 확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는 분명 아동학대 상황의 위기이다. 이제 코로나 19로 극명하게 드러난 아동학대 방지의 빈칸을 하나하나 책임감을 가지고 채워나감으로써 ‘아동 최우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아동학대 대응책을 설계할 기회로 전환하여야 한다. ‘한 아이를 기르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코로나19 시대,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모두의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한 다짐을 할 때다.


1 아동학대발견율: 아동 인구 1,000명당 아동학대 건수. 아동학대 신고에 따라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된 건수로, 발생률이 아님.

2 현재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정원의 약 70% 아동이 긴급돌봄을 받고 있다

3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항

4 on-line grooming: 온라인 등을 통해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이를 악용해 성적인 목적을 이루는 범죄 수법.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과 성 착취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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