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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찬영 95도씨 대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신발 만들어드려요”

글_ 양지선 기자



[ 물감을 이용해 신발에 페인팅 작업을 하는 문찬영 95도씨 대표 ]

  ‘커스텀(Kustom)’이란 기성복을 디자이너가 독창적으로 재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거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패션 아이템을 갖고 싶은 이들이 찾는 것이 바로 커스텀 제품이다. 95도씨(대표 문찬영)는 신발 커스텀 전문 업체로 나이키, 컨버스 등 기존 신발에 새로운 디자인을 더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나만의 신발’을 만든다.

   충북대학교 패션디자인정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문찬영 대표는 지난 2018년 95도씨를 창업했다. 취미로 신발에 그림을 그려오다 개인 SNS에 올린 것이 반응이 좋아, 뜻이 맞는 같은 과 동기들과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게 됐다. 업체명 ‘95도씨’는 문 대표를 포함해 창업 당시 팀원들이 전부 1995년생 동갑내기라는 단순한 이유로 짓게 됐다. 현재 회사에 95년생은 문 대표 한 명으로, 이제는 5명의 과 후배들과 함께 일을 꾸려나가고 있다.

  “창업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양성하는 차원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95도씨에서 경험을 쌓고 자기만의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도 있죠. 앞으로 직원도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늘릴 계획이에요.”


과 동기들과 시작한 창업, 이제 후배 양성 기업으로

  흰색 운동화를 캔버스 삼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니 하나의 작품이 되고, 밋밋한 검은색 운동화는 빨간 자수 꽃을 더해 포인트 아이템으로 대변신한다. 페인팅, 자수, 가죽 제봉, 수전사 등 디자인 방식에 한계도 없다. 수전사는 물을 이용해 신발에 전사하는 방식으로 주로 자동차 도색 시 사용되는 기법이다. 문 대표는 “원래 독학으로 커스텀을 해오다가 더 새롭고 다양한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서 전국의 장인들을 무작정 찾아다니고, 그분들의 어깨너머로 기법을 배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커스텀 디자인을 더하면 본래 신발 가격보다 많게는 세 배가량 값이 올라가지만, 밤낮없이 작업에 몰두할 정도로 주문량이 많다고. 문 대표는 “한 달에 100켤레 정도 주문이 들어오고, 매출로 따지면 연간 1억 원이 넘는다.”라며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맞춤 제작하고 배송되기까지 3일 이내로 가능한데, 밀려오는 주문량 때문에 현재는 약 일주일이 소요된다.”라고 전했다.


[ 검정색 운동화에 빨간 꽃 자수를 커스텀한 제품 ]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청년 창업가가 되기까지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는 문 대표는 어려웠던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오로지 독학으로 디자인을 공부했다.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어렸을 때부터 실질적으로 가장 역할을 했어요. 19살 때부터 PC방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다행히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24살이라는 나이에 창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금전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어요.”

  그가 평소 좌우명으로 삼는 말은 ‘R=VD(Realization=Vivid Dream)’이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고등학교 시절 이지성 작가의 저서 <꿈꾸는 다락방>을 감명 깊게 읽고 알게 된 개념이다.

  “중학교 때 막연하게 패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이 길을 진로로 선택해도 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읽은 책에서 접한 말인데,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후회 없이 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살아가다 보면 성공은 반드시 뒤따라올 것이라고 믿게 되었죠.”

  처음에는 창업을 반대하던 부모님도 이제는 문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그는 “사정도 넉넉하지 않은데 휴학하고 창업을 한다고 하니 걱정이 많으셨는데, 이제는 오히려 복학하지 말고 일에 매진하라고 하신다(웃음).”라며 폭로(?)하기도 했다.


‘R=VD’ 다음 목표는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

  학교 창업지원단에서도 95도씨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현재 95도씨는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에 입주해있다. 창업공간 제공과 함께 시제품 개발 비용, 외부 활동 지원금을 받았고, 창업대회 준비 멘토링도 진행됐다. 덕분에 지난해 ‘도전! K-스타트업 2019’ 창업경진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고, 부산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 등 다양한 박람회에도 참여했다.

  문 대표는 올해 대외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향후에는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할 계획을 내비쳤다. “95도씨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시장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지금도 ‘R=VD’를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 95도씨는 학교 창업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창업경진대회와 박람회 등 외부활동 에 참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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