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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끈 조절기로 창의경진대회 대상

서울 대진디자인고등학교 박수빈·배선주 학생

글_ 양지선 기자


왼쪽부터 대진디자인고 박수빈·배선주 학생


  미세먼지 공습으로 마스크가 남녀노소 관계없이 외출 필수품이 됐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시중에 다양한 마스크가 출시되고 있지만, 대·중·소로 나뉜 사이즈 중 내 얼굴에 꼭 맞는 것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얼굴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마스크 끈 길이 조절기’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학생들이 있다. 서울 대진디자인고등학교 2학년 박수빈·배선주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시 주최 2018 특성화고 창의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해당 아이디어로 대상을 탔다. 기존에 끈 조절 클립은 머리 뒤로 묶는 형태여서 머리카락이 집히거나 스타일링이 망가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대신 양쪽 끈에 움직이기 쉬우면서 고정도 되는 플라스틱 재질의 길이 조절 부품을 부착하는 것을 생각해냈다.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일상생활에 유용한 발명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박수빈·배선주 학생이 창의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참가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실내건축디자인과 전공으로 같은 반 친구였던 두 학생은 교내에 붙여진 대회 포스터를 보고 관심이 생겨 도전했다. 평소 창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다기보다는, 의미 있는 경험을 쌓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에서였다. 대상이라는 결과에 누구보다 놀란 것은 바로 당사자들이었다고.

  박수빈 학생은 “우리 힘으로 해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며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편인데, 기계 관련 특허를 많이 갖고 계신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배선주 학생은 “대상까지 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평소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그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다.”고 전했다.


2 두 학생이 고안한 마스크 끈 길이 조절기

3 한혜영 교사는 두 학생의 지도교사로 활약했다.


일상 속 불편함 찾는 습관이 아이디어로

  차분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성향의 박수빈 학생과 적극적이고 활달한 배선주 학생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우며 ‘템포(Tempo)’라는 팀명처럼 한 박자, 한 박자씩 함께 발을 맞춰나갔다. 자료 조사부터 재질 선택, 형태 디자인, 발표까지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지난해 5월 치열한 교내 예선 대회를 통과했다. 이후 여름방학 내내 본선 대회를 위해 디자인 점검과 제품 준비물 공수, 시제품 제작까지 착실히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울시 본선과 결선 대회를 거쳐 1800: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대회 부상으로 지난 겨울방학 미국 해외연수를 통해 세계적인 IT 기업들의 본사를 방문하며 견문을 넓혔고, 지원금을 사용해 마스크 끈 조절기 제품과 디자인의 특허 신청도 완료했다. 한 마스크 업체에서는 끈 조절기를 사용하고 싶다며 학교 측으로 직접 연락이 오기도 했다.

  두 학생의 뒤에는 지도교사로 활약한 한혜영 교사의 도움도 있었다. ‘공간지음’이라는 전공 동아리 담당교사였던 한혜영 교사는 창의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대한 설명과 전년도 수상작들,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 활용법 등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줬다. 한 교사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중요한 대회 두 가지가 기능경기대회와 창의아이디어경진대회라고 생각하는데, 지도교사로서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대회에서 수상한다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하기도 좋지만, 아무나 갖지 못하는 특허권을 학생들이 취득할 수 있다면 참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 교사는 올해 공교롭게도 두 학생의 담임으로 만나게 된 인연이 있다.


특허 신청 완료…마스크 업체서 연락도

  내년이면 고3으로 올라가는 두 학생에게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은 뗄 수 없는 문제다. 건축가를 꿈꾸는 배선주 학생은 1학년 때 교내 건축모형공모전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다. 배 양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아 제가 생활할 건물을 직접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목표인 박수빈 학생은 특히 반려동물을 위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박 양은 “반려동물 각각의 성격에 맞는 재료와 디자인을 활용한 인테리어로 동물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졸업 후 취업이나 대학 진학만을 생각했던 이들이지만, 지난해 창의아이디어경진대회를 경험한 후 창업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배선주 학생은 “대상을 타고 나니 창업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느낌”이라고 전했다. 박수빈 학생은 “앞으로 발명에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해볼 계획”이라며 “주변에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작은 아이디어 하나도 직접 실행하고 보완해서 키운다면 뜻하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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