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매일 책 읽어주는 선생님

초등 1학년 연간 독서 프로젝트

글  강백향 수원지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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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담임만 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어쩌다 보니 1학년 담임을 계속했고, 매일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그저 더 똑똑해지기 위한 책 읽기가 아니라, 책을 읽으며 성실하게 만들어가는 하루하루가 삶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또 책 읽기가 얼마나 즐거운지를 알게 하는 것도.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주로 존 버닝햄, 앤서니 브라운, 로렌 차일드, 윌리엄 스타이그처럼 지난 100여 년 동안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들 중심으로, 또는 계절이나 교과에 맞게 주제별로 책을 읽어준다. 매일 아침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하고,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내 마음에 드는 책은 무엇인지 관심도 생긴다. 선생님이 읽어주니 그냥 가만히 들으면서 내용을 파악하고, 다음 이야기를 짐작하며, ‘나’라면 어떻게 할지 등 독해와 내면화의 시간까지 경유한다. 읽어주면서 아이들과 대화하는 가운데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매일 읽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선생님을 통해 신뢰를 쌓는 기반도 된다.

  ‘매일 책 읽어주기’의 가장 큰 장점은 또 있다. 함께 읽었기 때문에 독후 활동을 같이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존 버닝햄의 책들을 한 달 동안 몽땅 읽어주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책 투표하기, 로렌 차일드의 <찰리와 롤라> 시리즈 읽어주고 ‘찰리’와 ‘롤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쓰기, 레베카 패터슨의 <화가 나서 그랬어>를 읽고 내가 화났을 때는 언제였고,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보기 등등. 책 내용과 관련한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다. 동시에 읽은 책을 가지고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도 있어 또 다른 배움의 기회도 된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에게 맞는 책에 대한 기준도 생긴다. 이 안목과 취향을 철저하게 존중해 주면, 더욱 관심이 깊어져서 탁월하게 발전한다. 예를 들면 <마녀 위니>를 좋아하는 아이는 20여 권에 달하는 그림책 시리즈를 모두 찾아보고, 글자가 많은 동화책까지 찾아 읽으며 무척 즐거워했다. 또 ‘마녀’가 나오는 다른 그림책도 찾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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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버닝햄 작가의 책을 읽어준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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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이 태어나면>을 읽고 아이들이 직접 그린 괴물들 ]


매일 15분 책 읽기 프로젝트

  책 읽기는 책 고르는 것에서 시작한다. 마음에 드는 책을 선택해야 집중해서 계속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읽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등교하면 먼저 책을 고른다. 학급문고나 학교도서관에서. 고른 책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시간은 1교시가 시작하는 아침 15분이었다. 주로 국어 수업인 1교시를 활용하여 충분히 책 읽을 시간을 주고, 관련 활동을 함께 하며 수업으로 연결한다. 이렇게 매일 15분 읽기는 계속 쌓이면서 놀라운 독서 경험을 축적한다. 책 고르는 능력도 함께 발전한다. ‘아침 15분 책 읽기’가 익숙해지면 가정에서도 ‘잠자기 전 15분 책 읽기’로 연장한다. 체크리스트를 과제로 주고, 매월 피드백했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책 읽기를 함께 하다 보니,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지가 늘 고민이었다. ‘매일 책 읽어주기’를 통해 읽고 싶은 책에 대한 내적 동기 강화를 계속 이끌고, 스스로 15분이라는 규칙을 정해서 꾸준히 실천하게 하는 외적 동기 강화의 방법을 같이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스스로 책을 고르고, 꾸준히 읽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매일 책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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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자유롭게 독후 활동을 하는 아이들 ]


기초학습 부진을 위한 소리 내어 책 읽기

  1학년을 계속하다 보니 ‘읽기’와 ‘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도 보인다. 모든 학습의 기본인 읽기와 쓰기가 안되면 교실 수업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 ‘모둠 게임’이나 ‘역할 놀이’부터 ‘전체 읽기’ 등에 제약이 생긴다. 특히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위축될까 싶어 배려하다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기본적인 한글습득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칠판에 자음과 모음 자석을 활용한 글자 만들어 붙이기, 소리 내어 교과서 읽기, 그림책 낭독하기 등을 해보았다.

  자꾸 감추기보다 ‘소리 내어 읽기’를 쉬는 시간에도 하고 수업 시간, 방과 후에도 하자 아이들이 스스로 읽어야 한다는 ‘자각’을 시작했다. 함께 읽기를 계속하며 아이들은 큰 발전을 보였다. 읽기가 가능해지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자신감을 찾은 것은 물론이다. 공교육에서 놓칠 수 없는 ‘읽기’는 결국 아이들 스스로 ‘읽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부터 시작이었고, 꾸준히 함께 읽기로 결실을 보았다.


<책이 좋아요> 종합장 기록하기 

  2학기가 되면 책 읽기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 ‘<책이 좋아요> 종합장에 기록하기’를 한다.

  1학년 특성에 맞게 종합장에 날짜와 책 제목, 작가 정도를 찾아 기록하고 ‘한 장면 그리기’로 시작한다. 어떤 장면을 그릴까 결정하기 위해 아이들은 책을 자꾸 다시 뒤적인다. 그림도 마음에 들고, 내용도 마음에 들어야 한다. 이렇게 꾸준히 기록을 남기다 보면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아예 어떤 장면을 기록할지 생각하며 읽게 된다. 자연스럽게 책 읽기에 집중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한 줄로 자기 생각 쓰기’이다. 어떤 점이 재미있었는지, 기억에 남는지, 궁금한지 등등 글쓰기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한 줄 쓰기’는 ‘두 줄 쓰기’로 발전하고 아이들에 따라 더 자세하게 쓰기도 한다. 아이들에 따라 독서 수준과 감상이 다르므로 강요하기보다는 원칙만 결정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면 부담 없이 <책이 좋아요> 종합장을 꾸며 나간다.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림과 글로 표현해보는 것은 ‘주체적인 독서’의 시작이다.



모든 교육이 그렇듯 책 읽기도 꾸준함이 핵심이다.
몇 번의 독서 활동 수업보다는 매일 함께 읽는 과정이 쌓여야 한다.



두꺼운 책 읽기 프로젝트 

  2학기 10월부터는 ‘두꺼운 책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꾸준히 책을 읽어왔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좀 더 글자가 많은 책으로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 시기에 ‘두꺼운 책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아이들은 책 읽기에 대한 보다 높은 관심과 의욕을 갖게 된다. 또 ‘아침 15분 책 읽기’와 ‘저녁 15분 책 읽기’를 계속하기 때문에 그동안 읽은 독서량이 축적되어 어렵지 않게 도전했다. 

  두꺼운 책은 지금 읽는 책의 쪽수를 살펴보고 그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책이면 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윌리와 구름 한 조각>의 경우 32쪽이니, 그보다 1쪽이라도 더 많은 쪽수의 책을 읽으면 된다. 그래서 매일 읽는 책의 쪽수에 관심을 가지면 조금씩 더 두꺼운 책으로 발전했다. 11월부터는 ‘50쪽 이상 책 읽기’, 12월부터는 ‘60쪽 이상 책 읽기’ 등으로 조건을 걸어두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독서능력이 우수한 아이들은 ‘100쪽 이상 읽기’도 가능하다. 두꺼운 책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선생님도 두꺼운 책을 읽어주고, 도서관에 가서 ‘두꺼운 책 찾기’ 수업도 동시에 진행했다.

  모든 교육이 그렇듯 책 읽기도 꾸준함이 핵심이다. 몇 번의 독서 활동 수업보다는 매일 함께 읽는 과정이 쌓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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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백향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