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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사대부중 최선경 교사의 ‘난민 프로젝트’

난민에 대한 공감을 통한 인식 변화, 그리고 세상과 연결 짓기


글_ 최선경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중학교 교사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중학교(교장 이동길)의 최선경(영어) 교사는 지난해 ‘난민’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영어과 목표와 성취기준에 부합하면서 학생들의 실제 삶과 연관되는 프로젝트 주제를 늘 고민해왔다는 최 교사는 ‘난민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소수자의 입장을 공감하고 실생활에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길 바랐다. 학생들이 현실 속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실천하도록 하는 체인지 메이커 교육을 통해 교실 속 학습 혁신을 전파하고 있는 최 교사의 프로젝트 수업 과정을 살펴보자. <편집자 주>


  ‘난민 프로젝트’는 난민 문제를 알리고 수익금을 유엔난민기구에 기부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앞으로의 사회는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이 글로벌 시민으로서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난민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며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고 실천해 보자는 의도도 있었지만, 꼭 난민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약자의 입장을 공감하고 배려했으면 하는 생각이 더 컸다. 학교 교실 안에서도 우리가 관심을 주고 공감해야 할 대상들이 많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할 세대이니 이런 경험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거라 믿는다.

  수업은 가장 먼저 ‘On the Move Activity’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난민의 상황을 체험해보게 했다. ‘On the Move Activity’란 어린이, 청소년들이 안전을 찾아 떠나는 난민 가족의 여정을 따라가 볼 수 있게 구성된 활동이다. 6명을 한 모둠으로 구성하고, 각 단계에서 해결해야 하는 미션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여행에 필요한 물건 6가지만 고르기, 인원이 제한된 배에 누가 먼저 탑승할 것인지 정하기 등이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난민의 상황을 체험해보고, 그들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었다. 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잃어버렸을 때 얼마나 슬펐을지 마음이 아프다.” “난민들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일에 처해있고, 이번 활동을 통해서 그들의 감정을 느껴볼 수 있었다.” 등의 소감을 남겼다.



[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꾸민 난민 돕기 캐치프레이즈 ]



수업 설계 시 중점 사항 및 운영 팁


  프로젝트 진행 팁 중의 하나가 도입 활동을 유의미하게 하는 것인데,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용기를 내어 유엔난민기구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리 이메일을 보내 학생들과 난민 프로젝트를 할 것이란 걸 알리니 수업에 도움이 될 만한 책자와 리워드 상품 등의 예시를 보내주었다. 프로젝트 종료 시기에는 유엔난민기구에서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미리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런 요소가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영어 사용 면에서는 앞으로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겠다는 실천 의지를 담은 글쓰기, 유엔난민기구에 이메일 쓰는 법, 난민 관련 다양한 표현들을 익히도록 했다. 교육용 영상 채널인 테드에듀(TED-Ed)의 ‘What does it mean to be a refugee?(난민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라는 영상을 통해 난민 관련 영어표현에 익숙해지도록 했고 유튜브 채널, 구글 검색, 유엔난민기구 사이트 등을 통해 난민 관련 자료를 학생들이 직접 조사하게 했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내용이 실제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교실 안에서만 공유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각자 유엔난민기구 본부에 영어로 이메일을 보내도록 하고, 영어로 캐치프레이즈를 작성해 만든 홍보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유엔난민기구에서 학생들의 메일이 폭주해 불평이라도 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모든 학생들이 유엔난민기구로부터 감사하다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유엔난민기구 한국 담당자에게 전해 듣기로 본부에서 한국 학생들의 많은 격려 이메일을 받고 기뻐했다고 한다.

  또, 난민 돕기 크라우드 펀딩 개설서를 국문과 영문으로 작성한 후 실제로 네이버 해피빈 사이트에 펀딩 개설을 신청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실제로 난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전제하에 학생들이 수업에 몰입할 요소가 충분했다고 본다. 비록 실제로 펀딩 개설이 승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교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학기 말 열린 교내 축제에서는 아나바다 장터 부스를 운영하여 수익금을 유엔난민기구에 전달하는 활동을 구상했다. 책, 문구류, 구두, 가방, 의류, 생활용품 등 각반 학생들과 교사들로부터 물품을 받고, 학생들이 직접 가격을 책정해 판매에 나섰다. 난민 관련 영어표현을 퀴즈로 내고, 맞추는 학생에게는 기념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교과 시간에 배운 내용이 부스 운영 활동에도 연계되도록 나름 고심한 결과였다.

  평소 프로젝트 수업을 디자인할 때 공개할 결과물, 실제성의 요소에 중점을 두고 구상하는 편인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학생들의 의사와 선택권을 존중하고 성찰의 기회를 각 단계마다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교내 축제에서 진행한 아나바다 장터. 부스 수익금은 유엔난민기구에 기부했다. ]


난민 프로젝트 수업을 통한 학생의 변화


  각 단계별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학생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로, 학생들이 처음에는 아나바다 장터 부스 운영을 꼭 해야 하냐며 부정적인 반응이었지만, 부스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 즐겁게 참여하는 것을 보고 교사가 어떤 경험과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난민 프로젝트와 난민 돕기 아나바다 장터는 연례행사로 진행해볼 예정이다. 유엔난민기구와도 계속 연락하면서 교실 수업에서 난민 문제를 다루는 데 도움을 받고자 한다.

  프로젝트 종료 후 작성한 학생들의 성찰일지를 통해 공개할 결과물이 몰입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활동을 마친 학생들의 소감은 다음과 같았다.

  “평소에 난민이라고 하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학교에서 난민 프로젝트를 하니 난민이 정확히 무슨 말인지 알게 됐고, 크라우드 펀딩을 한 경험이 도움이 되어서 좋았다. 난민들이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지 몰랐는데, 조금이라도 난민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시간에 내가 직접 난민이 되어보는 활동이 가장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난민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 누구나 언제든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난민 문제를 알리고 난민 돕기 활동에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캐치프레이즈 만들기 활동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난민들에 대해서 잘 알릴 수 있는 한 문장을 꾸미는 거여서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홍보용으로 쓸 영상을 직접 촬영하니 더 열심히 하게 됐다.”


[ ‘On the Move Activity’ 모둠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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