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광주무등초 5학년의 PBL로 가득 찬 1년

교과서 밖에서 배우고 성장한 아이들

글_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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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무등초 5학년 2반의 온라인 언어문화 개선 프로젝트 수업 현장. ]

  광주무등초등학교(교장 설향순) 5학년 학생들의 수업은 다른 학년과는 조금 다르다. 올해 5학년 담임을 맡은 김재원(1반), 이은총(2반), 유수연(3반) 교사가 합심해서 교과서 대신 프로젝트 중심 수업(PBL)으로 1년간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책 속 내용을 중심으로 활동해보는 ‘온작품읽기’를 비롯해 온라인 언어문화 개선, 가.머.교(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교실 만들기) 등 시기별로 진행된 단기 프로젝트 수업이 1년 내내 이어졌다. 무등초 5학년의 프로젝트 수업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최근 한 연예인의 자살로 인해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 뉴스 댓글이 폐지됐는데, 다들 찬성하는지 혹은 반대하는지 얘기해볼까?”

  이은총 교사의 말에 대부분의 학생이 찬성에 손을 든 가운데, 반대 의견에 손을 든 박지호 학생이 입을 열었다. “소수의 악성 댓글 때문에 댓글을 폐지하는 건 과하지 않나요? 악성 댓글을 단 사람만 제재했으면 좋겠어요.”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는 이수연 학생도 거들었다. “댓글로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어 아쉬워요.”

  이에 찬성 측에서는 “악성 댓글은 개수가 적어도 큰 상처로 남는다.” “악성 댓글을 통해 가짜 소문이 퍼지게 되는 악영향이 있다.”라는 의견이 나오며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지난 11월 20일, 무등초 5학년 2반 교실에서는 이은총 교사의 ‘온라인 언어문화 개선’ 프로젝트 수업의 마지막 시간이 진행됐다. 포털사이트 댓글 폐지를 주제로 토론의 장을 연 이은총 교사는 최근 쟁점이 된 사건을 교실 속으로 가져와 함께 의견을 나누도록 했다.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저마다의 목소리를 냈다.


토론하고 게임하며 아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수업

  토론에 앞서 학생들의 관심을 환기한 건 빙고 게임을 활용한 수업 놀이다. “모둠별로 이번 프로젝트 수업과 관련된 핵심단어 8개를 포스트잇에 적고, 왜 그 단어를 적었는지 돌아가면서 발표해보자. 친구들이 발표한 단어와 중복되는 포스트잇을 떼고, 제일 먼저 포스트잇이 없어지는 모둠이 이기는 거야.” 이 교사의 말에 학생들은 저마다 ‘한글’, ‘세종대왕’, ‘비속어’, ‘줄임말’ 등의 단어를 적어나갔다. 놀이를 통해 수업 시간에 다룬 핵심어들을 더듬어 보고, 잊고 있던 개념들을 끄집어내는 활동이다. “저희 모둠의 핵심단어는 ‘신조어’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말 훼손 사례 중 신조어를 조사했기 때문에 선택했습니다.” “아싸~ 우리도 적었다!” 모둠별로 발표한 단어에 따라 환호와 탄성이 오가며 교실의 분위기도 함께 달아올랐다.

  한글날을 맞아 시작된 이 프로젝트 수업은 올바른 우리말 사용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 진행됐다. 지난 차시 동안 학생들은 우리말 훼손 사례를 조사하고, 줄임말 사용을 주제로 1대1 짝 토론도 이뤄졌다. 또,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톡의 직원이 되었다고 상상해 모둠별로 온라인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아이디어 박람회를 열어 다른 반 학생들과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가졌다. 5학년 담임교사들이 합심해 학년통합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기에 가능한 활동이었다. 이렇게 모인 아이디어를 각 회사에 편지로 제안하고 답장까지 받게 된 건 학생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교과서는 잘 만들어진
교수·학습자료이지만,
굳이 교과서를 쓰지 않아도
교육과정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엮어
아이들이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면 되는 것이죠.”


세 교사의 합심으로 시작된 학년통합 PBL

  현장에서 2년째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있다는 이은총 교사는 학기 초 같은 학년 교사들과 모여 1년 동안 진행할 프로젝트 수업을 함께 구상했다.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한다면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풍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반 수업에서는 교과서 단원 흐름에 따라 진도가 나가기 때문에 프로젝트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과서는 잘 만들어진 교수·학습자료이지만, 굳이 교과서를 쓰지 않아도 교육과정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엮어 아이들이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면 되는 것이죠.”

  이은총 교사의 주도로 유수연, 김재원 교사도 프로젝트 수업에 동참했다. 김재원 교사는 “한 학년에서 한 반만 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되면 왜 우리 반은 안 하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어서 학년 전체가 함께 진행하는 게 좋다.”라며 “물론 교사들끼리 뜻이 맞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유수연 교사는 특히 학생들이 프로젝트 수업을 가장 좋아한다며 “수업 시간에 집중도가 낮고 장난만 치던 아이들이 직접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 보니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라고 덧붙였다.

  다시 5학년 2반의 온라인 언어문화 개선 프로젝트 수업 시간.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건 ‘이야기 카드’를 활용해 이번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모둠별로 카드를 골라 카드 속 그림과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느낀 점을 연관 지어 자유롭게 얘기해보는 형식이다. 시든 꽃을 들고 울고 있는 남성, 거울을 보며 화장하는 여성, 김을 내뿜으며 금방이라도 끓어 넘칠 듯한 냄비 등 언뜻 보면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그림들을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수업 내용과 연결해낸다.

  비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이 그려진 카드를 선택한 전세은 학생은 “댓글을 달고 싶은 수많은 마음이 여기 내리고 있는 비라면, 비를 막는 우산은 바로 악플을 막아주는 기능을 의미한다.”라고 발표했다.

  웃는 얼굴의 가면 뒤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남성의 카드를 고른 최준혁 학생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안된 우리의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겉으로 웃는 척하지 않고 모두가 진짜로 웃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실명제 실시, 채팅방에서 비속어 사용 시 순화된 표현으로 바뀌는 시스템, 학생들이 폭력적인 영상에 노출되지 않기 위한 유튜브 영상물 등급 제도 시행 등이 바로 학생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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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은총 교사, 유수연 교사, 김재원 교사]


아이들의 실제 삶과 관련된 주제 선정

  이날 진행된 온라인 언어문화 개선 프로젝트 수업 이외에도 무등초 5학년 학생들의 한 해는 여러 가지 활동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들로 꽉 찼다. 각 수업 주제는 아이들의 실제 삶과 관련지을 수 있는 것들로 꾸렸다. 그중 하나로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교실 만들기’라고 이름 붙인 가.머.교 프로젝트는 교실 공간혁신을 주제로 아이들이 직접 교실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실제로 교실 뒤편에 사물함을 치우고 매트를 깔아 만든 작은 쉼터 덕분에 기자는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과 둘러앉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금 앉아있는 이 공간도 직접 우리가 구성했어요. 설계도도 만들었는데 보여드릴까요? 교실 안에 매점도 있어요!” 신이 나서 자랑하는 아이들에게서 직접 생활하는 공간을 바꿨다는 뿌듯함이 엿보였다.

  ‘온작품읽기’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실제 삶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은 작품 <5학년 5반 아이들>이 선택됐다. 김재원 교사는 “같은 학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실제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고민과 상황들이 발생해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다.”라며 “책 속에 나온 내용을 직접 경험해보는 ‘샛길새기’ 활동으로 수련회 장기자랑 대비 오디션, 아이들이 직접 요리하고 함께 나눠 먹는 요리마당 등을 진행하니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한 학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 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아름 학생은 “이미 프로젝트 수업에 익숙해져서 내년부터 다시 교과서로만 수업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라는 평을 남겼다.

  신재희 학생은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느낌이 들고, 더 집중하게 된다. 모둠 활동이 많다 보니 친구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부족한 점은 서로 보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무등초 5학년 교사들의 학년통합 프로젝트 수업은 이은총 교사의 전근으로 아쉽게도 내년까지 이어지지 못하게 됐지만, 세 교사는 앞으로도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생한 가르침을 전달할 것을 다짐했다. 학년 초와 비교해 아이들이 성장한 게 느껴진다며 뿌듯함을 전한 이은총 교사. 그는 “연수를 듣고 책을 통해 프로젝트 수업 방법에 대해 배우는 것도 좋지만, 일단 부딪치면서 부족한 점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라며 “올해 시도해본 활동들을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하면서 수정, 보완하면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맞는 수업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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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둠별로 모여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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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평생 우리 학교에 남아주세요~!" 사이좋은 이은총 교사와 5학년 2반 아이들이 교실 뒤편에 구성한 쉼터에서 포즈를 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