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온라인 기초학력 교실

글 _ 김중훈 좋은교사운동 배움찬찬이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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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한국말을 못 하는 신입생을 만났다

  내가 근무한 학교는 인천시에 있는 평범한 학교였다. 그해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 되었다. 2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은 매우 바쁘다. 입학식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3월 2일 입학식 날, 작고 귀여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들이 학교 강당으로 들어왔다. 이윽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한 명씩 부른다.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아이들은 쪼르륵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나 자기 반으로 간다. 그런데 옆 반 선생님은 학생 한 명이 오지 않았다며 찾고 있다. 혹시나 하고 나도 우리 반을 확인했다. 바로 그때 한 어머니가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인 억양으로 “우리 아이 몇 반?”이라고 계속 나에게 물었다. 그 아이가 바로 우리가 찾던 영선(가명)이었다. 영선이는 커다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한국말을 못 하는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을 만났다. 


그 학생에게 한국어와 한글은 생존 수단이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영선이와 같은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지난해 14만 7천 명을 기록했다. 전체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 비율은 2014년 1.8%에서 2020년 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결혼하는 10쌍 중에서 1쌍은 국제결혼이라고 한다. 앞으로 영선이와 같은 학생이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우선 영선이에게 한국말과 한글을 방과 후까지 거의 매일 가르쳤다. 사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1학년 선생님들은 너무 바쁘다. 학생들이 있을 때는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하다. 수업 후에는 방과 후 학교, 돌봄교실과 같은 굵직한 업무를 감당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도 매일 열심히 가르쳤다. 영선이가 한국말과 한글을 모르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영선이에게 한국어와 한글은 어쩌면 학교에서의 생존수단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영선이는 한국말과 한글을 어렵게, 그리고 용감히 배워갔다. 이 아이를 통해 나는 다문화 가정 학생의 문해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사 이미지 한국말을 못 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 기사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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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위한 문해교육 시작

  올해 5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지역센터에 글을 잘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회복지사의 호소를 들었다. 알고 보니 기아대책에서는 전국적으로 지역아동센터 36곳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좋은교사운동과 기아대책은 지역아동센터에 있는 외국인 가정과 다문화 가정 학생을 위한 온라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다. 좋은교사운동에서는 배움찬찬이연구회가 이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기아대책은 다문화 가정 비율이 높은 기관 3곳을 선정했다. 경기도 안산, 울산 그리고 포항에 있는 기관이었다. 우선 70여 명 학생의 읽기, 쓰기를 진단한 후 결과를 분석해 정리했다. 예상한 것보다 잘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2학년 아이들 대부분이 사실상 한글 미해득인 기관도 있었다. 진단 결과를 온라인 미팅을 통해 자세하게 설명한 것이 계기가 되어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지역아동센터뿐만 아니라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학교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온라인 한글 문해교육 수업을 시작한 아이들도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개별화된 교육이 필요한 학생과 수준별 소그룹을 나누어 편성했다.


온라인 비대면,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날, 모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두근두근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잘 접속해서 들어올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안산, 울산, 포항에 있는 아이들이 동시에 ‘쏘옥~쏙’ 화면에 얼굴을 보이며 웃었다. 정말 신기했다. 나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함께 고생했던 시스템 개발자들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온라인 기초학력 교실이 시작되었다. 


  이제 여름 방학이 거의 지나간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놀라운 점은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에 생각보다 잘 적응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원봉사로 하는 난독증 아동 수업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물론 만나서 수업을 하면 더 좋겠지만, 온라인 수업의 장점도 많다. 그중에 하나는 놀랍게도 아이들이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사는 곳에 제한받지 않는 교실’을 만들 수 있다. 온라인 기초학력 교실의 시스템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동영상 수업 그리고 출석 체크도 함께 할 수 있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스타트업 ‘퓨쳐스콜레’와 ‘다양한학습자를위한’이라는 팀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특별히 초등학생도 쉽게 로그인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했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의 초등학생이란 것

  현재 학교에서 가장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은 한국말과 한글이 어려운 외국인 가정과 중도 입국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다. 나는 한국말과 한글을 전혀 모르는 영선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여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알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말과 문자만 낯선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와 떨어져 수년간 중국에 혼자 남겨져 있다가 이제야 처음 한국에 온 아이, 부모가 모두 외국인이라 자신만 겨우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아이, 6학년이지만 필리핀에서 태어나 한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 등. 저마다 다양한 사연이지만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의 초등학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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