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돈으로 움직이는 교실 이야기

글 _ 옥효진 부산 송수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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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월급날이다

  게시판에 붙어있는 이번 달 월급명세서에서 내 월급을 확인한다. 소득세 15%, 임대료, 건강보험료를 떼고 난 뒤 실수령액을 받는다. 받은 월급으로 예금 상품에 가입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은행에 들러본다. 사 먹고 싶은 게 있지만 꾹 참고 6주에 5%의 이자를 주는 예금 상품에 가입했다. 은행에 들렀다 나오는 길에 내가 투자한 상품의 주가도 확인해 본다. 다행히 투자한 상품의 주가가 오르고 있어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얼핏 보면 아주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 같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 위에서 본 월급날의 모습은 내가 생활하고 있는 부산에 있는 한 초등학교의 5학년 2반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23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우리 교실은 돈으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진짜 돈이 아니라 우리 교실에서만 쓸 수 있는 ‘미소’라는 단위의 학급 화폐 이야기다. 올해로 3년째 학급 화폐를 활용한 돈으로 움직이는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돈으로 움직이는 교실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경제·금융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능 선택과목으로 경제를 선택했고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았다. 그래서 기본적인 경제 지식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선생님이 되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나는 예금과 적금의 차이도, 신용등급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말 그대로 금융 문맹자였다. 보험, 대출, 금리, 세금, 올바른 자산관리 방법, 금융범죄 예방법 등 꼭 필요하지만 알지 못하는 경제·금융 지식이 너무나 많았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왜 이렇게 돈에 대해 모르고 있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답은 간단했다. 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진 생각은 ‘왜 학교에서는 이런 걸 가르쳐주지 않는 거지?’였다. 그리고 ‘나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금융교육을 해야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체육전담을 하는 1년 동안 내년에 담임을 다시 맡았을 때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그리고 직접 경험하며 경제·금융교육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둘 활동을 구상해가기 시작했다.


우리 교실은 하나의 나라다

  나라 이름과 국기도 있고, 우리 교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학급 화폐인 ‘미소’가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교실에서 직업을 갖는다. 직업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하고 있던 교실의 1인 1역할을 조금 변형했다. 우유 급식을 챙기는 친구는 낙농협회, 우리 반 냉난방기 담당 친구는 한국전력과 같은 식이다. 


  직업을 갖고 일을 했으니 당연히 급여도 받는다. 직업마다 정해진 월급을 ‘미소’로 받는다. 하지만 월급을 고스란히 다 받는 것은 아니고 나라에서 세금을 떼어간다. 우리 반의 소득세율은 보통 15~20%이다. 첫 월급날 아이들은 세금이 떼어진 실수령액을 보고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이것밖에 안 줘요?” “왜 이렇게 많이 뺏어가요?” 교실은 불만 섞인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찬다. 세금을 걷기만 하면 아이들은 당연히 돈을 뺏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세금을 쓰는 설정도 마련해두었다. 우리 반(나라)에서 거두어진 세금은 우리 반(나라)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 시계의 건전지가 다되어 건전지를 사 올 때, 교실의 보드 마커가 다되어 새로 사 왔을 때, 세금 지출 내용을 장부에 기록한다. 우리 반에서 반장과 부반장은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 공무원 친구들에게 주는 월급도 세금에서 지출한다. 이렇게 아이들은 세금을 왜 걷고 어디에 쓰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받은 월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3가지. 소비, 저축, 투자이다. 아이들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과자를 사 먹거나 학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아니면 급식 먼저 먹기, 자습 시간 자유이용권 등의 쿠폰에 돈을 쓸 수도 있다. 가격이 높은 선생님과 나들이 쿠폰, 자리 구매권 등을 사기 위해서는 저축이나 투자를 한다. 자신의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지는 이자율의 예금 상품을 가입하고 만기의 기쁨을 맛보는 아이들, 중도해지의 아픔을 경험하는 아이들도 있다. 


  저축 이자율보다 돈을 더 벌고 싶으면 투자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에게 주식투자 그래프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활동한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포기해 버릴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선생님 몸무게’에 투자할 수 있는 활동을 구성했다. 계산도 쉽게 할 수 있게 선생님 몸무게가 0.1kg 오르면 수익률 1%로 설정했다. 몸무게가 1kg 찌면 아이들은 10% 수익을, 1kg 빠지면 10% 손해를 보는 식이다. 아이들이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선생님 다이어트 시작’, ‘선생님 주말 동안 맛집 투어 예정’ 등과 같은 정보도 제공한다.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투자와 저축의 차이를 배우게 된다. 저축보다 높은 수익률, 손해를 볼 위험성, 정보 분석을 통한 투자의 필요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사업활동, 경매활동, 기부활동 등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 법과 연계한 활동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교실이 하나의 나라로 운영되다 보니 실제 나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이 교실에서 일어난다.


학급 화폐로 아이들은 자연스레 경제·금융을 배우게 된다

  그동안 학교에서 이루어졌던 경제·금융교육이 일회성이거나 이론적이었던 데 반해, 학급 화폐로 하는 활동은 1년 동안 교실에서 지속적으로 직접 체험하면서 하는 활동이다. 놀이처럼 참여할 수 있기에 아이들은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즐겁게 참여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경제·금융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단어나 활동들도 여러 번 반복하면 일상적인 것들이 된다. 경제·금융 생활을 직접 하며 지내니 관련 도서에 관심을 갖는 친구도 많아진다. 집에서 부모님과 뉴스를 보며 경제와 관련된 내용을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친구도 생긴다. 일기에서도 경제·금융 관련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경제·금융교육을 목표로 학급 화폐 활동을 구상하기 시작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수확이 있었다. 바로 교실이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이 활동을 좋아한다. 그리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교사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기존의 교과수업, 업무, 학생지도와 더불어 해야 하는 활동이기에 사실 교사의 시간 투자나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물가 관리의 실패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돈을 최우선의 가치로 가르치는 활동이 아니기에 도덕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에게 힘든 활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3년째 이 활동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 힘듦보다 더 큰 보람과 즐거움을 직접 경험해 보았기에 이 활동을 주변 선생님들께도 추천드리고 있다.


  그동안 실제 사회생활에 필요한 경제·금융교육을 하기 위한 학교의 노력이 소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때 보다 경제·금융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꼭 학급 화폐 활동이 아니더라도 학교 현장에서의 경제·금융교육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돈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사회에 내던져지는 나와 같은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왜 이렇게 돈에 대해 모르고 있지?아이들은 저축 대신 ‘선생님 몸무게’에 투자할 수도 있다. 몸무게가 0.1kg 오르면 수익률이 1% 오르는 식이다.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선생님 다이어트 시작’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투자와 저축의 차이를 배우게 된다.


우리 반에서 거두어진 세금은 우리 반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 국세청장을 맡은 학생은  세금 지출 내용을 장부에 기록한다.우리 반에서 거두어진 세금은 우리 반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 국세청장을 맡은 학생은 세금 지출 내용을 장부에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