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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한글책임교육

남은 3개월 총력 기울여
한글 모르는 아이 없도록!

글 이순이 편집장

❝ 한글 교육은 한 아이의 평생학습 기반을
마련해 주는 중요한 일입니다.❞



화천초 1학년 아이들의 국어 시간

코로나19로 학사일정이 연기되면서 자연스레 초등 1학년의 한글 교육이 지연됐다.
이는 농·산·어촌 지역의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기초학력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이다.
소규모학교가 많은 강원도 화천에서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을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글책임교육 완수를 목표로 열정을 뿜어내고 있는 화천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와 1학년 선생님들을 만났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원격수업이 길어지면서 학교현장에서는 교육격차와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EBS에서 전국 초·중·고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1,899명)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원격수업을 이해했다는 응답이 50~70%로 가장 많았지만,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28.3%였다. 이 중 초등 1~2학년이 7.5%, 초등 3~6학년은 2.9%, 중학생 5.9%, 고등학생 9.2%였다. 초등 저학년과 고등학생이 체감하는 상황이 심각했다.

  특히 초등 1학년의 경우, 학사일정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한글 교육이 지연됐다. 이는 농·산·어촌 지역의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기초학력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이다. 소규모학교가 많은 강원도 화천에서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을까?

  2017년부터 한글책임교육을 해오고 있는 강원도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화천지역도 1~2학년 담임교사 한글문해교육 연수를 비롯해 국어 수업 내 한글 교육 68차시에 30차시(창의적 체험활동)를 추가로 확보해 한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온라인 학습에 대비해 한글 교육 콘텐츠 ‘한글배움터’를 제작해 관내 학교와 각 가정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급하였다<박스기사 참조>.





사진 위에서 부터
김성미 장학사
김형선 화천초 교사
김아현 논미분교 교사


한글 교육은 평생학습의 중요한 기반

  한글 습득과 초기 문해력은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는 가장 중요한 학습 요인이며 평생 학습자로서 출발점이기도 하다. 화천교육지원청 김성미 장학사는 “초등 1~2학년 교육과정은 아주 기초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느린 학습자(천천히 배우는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유일한 시기”라며 “한글 교육은 한 아이의 평생학습 기반을 마련해 주는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화천초등학교(교장 김성호)는 올해 82명의 학생이 입학했다. 온라인 개학 이후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한글배움터 외에도 도교육청에서 교사와 학생들에게 보급한 <찬찬한글> 교재와 화천교육지원청에서 자체 개발한 <슬기로운 받아쓰기> 교재를 수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화천초 김형선 교사는 “한글 교육은 노출횟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자기 이름 소개하기를 통해 자기 이름과 비슷한 자음과 모음을 쓰는 친구를 발견하는 것에서 한글 교육이 시작된다.”라고 소개한다. 첫 글자가 같은 단어를 교실에 붙여두고 반복해서 읽게 하고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쌍자음이나 겹받침도 글자자석을 이용해 놀이처럼 가르친다. 어느 정도 읽기가 완성된 후에는 재미있게 읽은 책을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활동을 통해 읽기 유창성을 길러주고 있다.

  아직 1학년생 모두 한글 교육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감정을 실어 시를 읊을 정도로 짧은 시간 성장했다. 아이들은 어느 부분에서 즐거운 느낌을 살려 읽어야 할지, ‘◯◯아(야)’하고 부를 때는 친구를 부르듯이 읽어야 하는 것까지 살피며 이준관 시인의 ‘너도 와’를 읊조린다.


논미분교 1~2학년 교실


작은 학교 장점 살린 맞춤식 한글 교육

  화천초 논미분교는 전교생 20명의 소규모학교로 김아현 교사는 1학년 3명, 2학년 2명인 1~2학년 복식학급을 맡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긴급돌봄을 시작한 이래 아이들은 매일 등교하며 작은 학교의 장점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발음중심교수법에 따라 낱자소리를 익히고 합성하는 방법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맞춤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교육청에서 한글 교육 전문가과정을 배웠다는 김아현 교사는 “공부하면서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지점을 알 수 있었고 현장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ㄱ’은 낱자소리 [그]로 발음되며 ‘ㄱ’과 ‘ㅏ’를 합성하면 [그-아] → [그아] → [가]로 발음되는데, 아이들은 기역의 [기]로 발음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외에도 ‘ㅔ’와 ‘ㅐ’를 구분하는 것, ‘ㅙ, ㅞ, ㅚ’ 소리를 외우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오이를 좋아하는 3형제’ 이야기를 만들어 가르쳤다고 귀띔했다.

  어느 정도 읽기가 되면 무의미 단어 읽기를 통해서 낱글자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확인한다. 김아현 교사는 “‘어마니’를 익숙한 ‘어머니’로 읽는 아이들이 있다.”라며 “저학년은 정확한 글자 사용방법을 습득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소리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자음 ‘ㅎ’과 모음 ‘ㅖ’가 만나면?


받침 연습을 한 흔적들


출발단계부터 공평한 출발선 ‘한글 교육’

  한편, 화천교육지원청은 지난 7월 초등 1학년을 대상으로 한 ‘한글해득 현황 전수조사’를 실시, 중간점검의 시간을 가졌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학교는 전년 대비 ‘한글미해득 학생 수’가 줄어든 반면, 소규모 학교의 경우 ‘한글미해득 학생 수’가 늘었다. 김성미 장학사는 “인지능력이 높은 5%의 아이들은 한글을 떼고 입학하지만 75%의 아이들은 정상적인 교육과정 속에서 한글을 습득한다.”라며 “올해에는 원격수업 기간 부모의 교육지원과 사교육의 영향이 한글 습득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한글 습득을 어려워한다. 가정환경이나 주의집중 정도, 개인의 발달 정도, 정서 행동에 관한 문제, 지능 문제 등 다양하다. 김아현 교사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한 아이는 받침이 없는 글자도 받침을 넣어 발음하는 습관이 있는데,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발음교정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경계성 지능에 있는 아이들도 한글 습득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김성미 장학사는 경계성 지능에 있는 아이들을 적기에 학습적으로 지원하고 동시에 지능을 계발시키면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학습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조언한다. 때문에 특수교육 대상자(지능지수 70 이하) 기준을 폭넓게 해석해 경계성 지능의 아이들에게도 특수교육을 제공하거나 다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시 낭독하는 아이들


1학년 남은 3개월, 한글집중지원 기간으로

  “읽기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있었어요. 보통 ‘ㅈ, ㅊ, ㅉ’이나 ‘ㅂ, ㅍ’을 3~4번 설명하면 일반적으로 거의 알아듣는데, 이 아이는 다음 시간에 물어보면 다 잊어버리는 거예요. 100번 정도 설명한 것 같아요. 정해진 시간에 무한 반복하며 2달 반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더니 모르는 글자를 합성하면서 읽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김성미 장학사는 이런 이유로 1학년 교육과정을 3개월 남겨둔 지금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글미해득, 초보적 한글해득 수준인 학생들에게 3개월이라는 시간은 교사와 학부모, 학교, 교육청이 어떤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충분히 한글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화천교육지원청에서는 지금부터 겨울방학 전까지 남은 3개월을 한글 교육을 완성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로 정하고 1~2학년 선생님, 기초학력 담당자의 전문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한편, 교육복지 프로그램, 학습클리닉(심리-상담 지원), 도교육청의 난독 지원 사업 등을 통합하고 발음기관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한글책임교육을 완수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라인 한글교육 콘텐츠 ‘한글배움터’


  한글배움터는 선 긋기부터 모음, 자음을 순차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33차시로 구성하였으며 한글 창제원리를 담았다. 현재 조회수 8천 회를 넘어설 정도로 전국에서 한글 교육 자료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한글배움터 제작을 주도한 화천교육지원청 김성미 장학사는 “온라인 개학 논의가 있기 전부터 한글 교육 시수를 확보하는 일이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가정과 학교에서 익힐 수 있는 체계화된 한글 콘텐츠가 필요해서 함께 한글을 연구하는 선생님들과 영상을 만들게 됐다.”라고 설명한다.

  기광로 교육장은 “3월에 기획을 시작해 두 달간 영상촬영, 편집까지 마쳤으니 밤낮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라며 “첫 플랫폼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후 영상의 오류를 바로잡으며 속도감 있게 완성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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