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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고등교육의 질 향상

글_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국장

 


  한국 고등교육기관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난제는 첫 번째로 2018년 3분기 합계출산률 0.95명이라는 세계 최저 출생률에 기인하는 학령인구 감소, 두 번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미래사회 전망 및 미래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대한 대책 미흡, 셋째는 2010년부터 정부의 등록금동결 및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인한 대학 재정난 가중 등이다.
  유럽과 달리 한국은 사립대의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러나 정부 재정지원 규모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높은 등록금을 각 가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이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어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의 등록금 정책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기도 했다. 또한, 2010년부터 정부 주도로 시행된 강력한 등록금 동결 및 반값등록금 정책 때문에 대학들이 재정적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즉, 학생 수 감소와 반값등록금 정책이 맞물리면서 대학들은 극심한 재정난에 부딪혀왔으며, 재정난에서 기인하는 대학경쟁력 약화는 결국 고등교육의 혁신과 질 제고를 통한 대학경쟁력을 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고등교육의 질은 하드웨어인 쾌적한 교육환경과 재정지원, 그리고 소프트웨어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교육내용과 밀레니엄 세대에 적절한 교육방법, 휴먼웨어인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인재상을 어떻게 갖추도록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하여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을 분석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대학의 역할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고등교육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
가. 4차 산업혁명과 미래사회
  과연,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직업구조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생겨나고, 소멸할 것인지에 대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관심도 많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6년 제조업에서 수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의 확산으로 앞으로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 회장도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시대적인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으며, 주요 변화 중 하나는 교육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개방과 융합을 통한 초연결사회로 구성되고 있으며, 디지털 혁명의 물결은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한 곳까지 밀려들어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단순한 조립라인에는 이미 로봇이, 회계서류 양식이나 법률 서류를 작성하거나 판례수집이나 단순한 지식의 암기와 같은 간단한 반복 작업들은 앞으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딥러닝(deep learning),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으로 진화한 학습능력이 뛰어난 AI가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의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위치기반 기술 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로봇, 3D 프린터,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그리고 혼합현실(MR), 자율주행차, 블록체인과 핀테크, 드론 등의 활용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으나, 그 발전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세계경제포럼은 기술적 변화가 점점 가속화되는 세상에 꼭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2022년이라는 미래사회에 대비하여 선정한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능력 10가지와 점점 가치가 떨어져가는 능력 10가지를 제시하였다.   

  바로 이것이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의 방향이자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 한국의 고등교육 경쟁력
  한국의 대학은 등록금 동결·인하, 그리고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인한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하고 있으며, 10년간 지속되어온 등록금 동결은 국내 대학들의 고등교육 경쟁력과 국가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쳐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 및 대학경쟁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IMD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교육경쟁력평가에서 국내 대학들의 교육경쟁력은 2011년 39위에서 2017년 53위로 떨어졌다. WEF(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평가에서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2011년 24위에서 2017년 26위로 하락했으며, 특히 대학시스템 질 부문은 2013년 64위에서 2017년 81위로 급락했다. OECD 교육통계(Education at a Glance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는 약 1만 1,000달러 중·고등학생은 1만 2000달러인 데 반해 대학생은 8,000달러로, 대학생 1명에게 투입되는 연간 재원이 초등학생에 비해 3000달러(약 330만 원), 중·고등학생에 비해 무려 4000달러(약 440만 원)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교육통계를 보면,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나타난 결과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점이다. 교육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교육여건이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공교롭게도 학생 수 감소가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표 1 참조>.


  OECD 국가 중 사립대학 의존율이 가장 높으면서도 한국의 공교육비 정부부담은 0.8%이며, 이중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0.47%에 불과하여 정부의 고등교육비 부담률을 OECD 국가 평균수준인 1.2% 수준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우리 국민들은 과연 우리나라에 글로벌 수준의 대학다운 대학이 몇 개나 있다고 생각할까? 대학다운 대학이 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대학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유럽에서도 정부는 재정적 지원을 할뿐, 교육의 자율성을 100% 보장한다. 그리고 미국 다수의 사람들은 국가 발전에 있어서 대학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대학이 교육부의 통제를 받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도 국가발전에 대학의 기여도, 특히 사립대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대학에 대한 통제와 간섭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이며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안정적인 재정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재정지원 시 사후적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대학도 변해야 한다. 교육 4.0시대를 맞이하여 교육패러다임을 개혁하고,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등교육의 질을 진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 정부는 무엇을 지원해야 하나
  우리 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국제비교에 따르면 우리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사학 의존도를 보여주고 있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는 재정이 확보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등교육 재정 자체가 적어 고등교육기관들이 만성적인 재정부족에 시달리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사학 스스로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방도가 없다. 정부가 수행해야 할 공적 기능인 고등교육을 사학이 대신 맡아 수행하고 있으니, 그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논리는 타당하며, 유럽의 국가들은 국립이 대부분이며, 상대적으로 사학비중이 높은 일본,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도 경상비에 대해 보조를 하고 있다.
  그래서 OECD 국가들의 평균수준인 GDP 대비 1.1%로 고등교육재정지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하여 현행 특수목적재정지원사업 재원의 일부를 전환하여 경상비 지원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거나, 내국세의 일정률을 칸막이하여 고등교육재원을 확보하는 방안, 그리고 국·공·사립대학을 포괄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여 고등교육 재원을 확보 및 교부하는 틀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우, 산업과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통제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요 선진국들처럼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한 규제 개선 및 시스템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미네르바스쿨이나 애리조나주립대학 등 민간 주도의 인재 양성시스템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융합기반 전공제 온라인 교육방식 수업 등 새로운 교육방식을 통해 교육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대학의 운영과 설립은 불가능하다. 이들을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학문적 창의성과 연구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연중 평가로 인한 대학의 행・재정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충실하게 하려면 대학은 대학만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향성을 가져야 하며, 다양한 학문 간의 융합과 플립러닝이나 프로젝트학습 등 새로운 교육방법을 고민해 보고, 적용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의 대학은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대학 설립목적에 따라 어떤 모습의 인재를 육성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심각하게 스스로에게 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사회변화에 따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대학을 변화시키기란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대학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비전 제시와 지역과 대학이 공존 발전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이 제시된다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대학발전계획은 지자체의 지역 발전계획과 연계하고, 기업 인력양성목표, 지역 주력사업과 연계한 대학 특성화사업이 반영되어야만 공감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60%대 대학진학률이 보여주듯이 이제는 대학 졸업장이 좋은 일자리를 갖게 해줄 것이란 공식이 깨져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역량은 기존에 이루어져 왔던 교수자 중심의 교육으로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와 축적되는 지식량을 반복적 학습에 의한 주입식 교육, 대형 강의에 의한 일체식 학습, 단순 암기식 지식 습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기계학습-딥러닝-강화학습을 거쳐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는 인공지능과 상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의 다양한 경험과 사고에 기반한 창의적이고, 융합적이며, 다면적인 사고능력을 지닌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미래사회에서는 현재와 같은 대학은 없어지고 새로운 형태의 대학교육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계획과 변화는 대학을 지역과 연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지역별 주력산업과 대학 특성화 연계는 지역인재 양성 및 사업육성에 통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싱크탱크로서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데도 기여해야 한다. 또한, 미래사회에 대비한 융·복합형 교육체제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도적 대응을 해야 한다. 대학 간과 학과 간의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대학연합과 학제도입, 창의 융합형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통하여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를 특성화시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 가지만 해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므로 학생들은 융합전공을 이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능력 10가지
① 분석적 사고와 혁신
② 능동적 학습과 학습 전략
③ 창의성, 독창성, 추진력
④ 기술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⑤ 비판적 사고와 분석
⑥ 복잡 문제 해결 능력
⑦ 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
⑧ 감정 지능
⑨ 추론, 문제 해결과 추상화
⑩ 시스템 분석과 평가 능력 등


점점 가치가 떨어져가는 능력
① 손재주, 지구력과 정확성
② 기억력, 언어능력, 청력, 공간지각력
③ 재무, 자원 관리
④ 기술 설치와 유지보수
⑤ 읽기, 쓰기, 수학, 능동적 청취
⑥ 인사 관리
⑦ 품질 관리, 안전 관리
⑧ 조정, 시간 관리
⑨ 시각, 청각, 연설 능력
⑩ 기술 이용, 모니터링, 조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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