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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형 사립대학, 교육 받을 권리와 국가책임론
글_ 김명연 상지대학교 법학과 교수




  한국사회는 커다란 변화의 와중에 있다. 변화의 흐름은 ‘이것도 나라냐’하며 촛불을 든 시민들이 창출해 낸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에 있어 시급하게 해결하여야 할 우선적 국가과제가 교육이다. 교육을 받을 권리가 교육제도를 통하여 충분히 실현될 때에 비로소 모든 국민은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되어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할 수 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1) 
교육이 갖는 이러한 의미를 고려할 때 교육은 사회의 자율에 맡겨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헌법은 국가로 하여금 모든 국민에게 그의 능력에 상응하는 교육가능성을 제공하는 공교육제도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할 의무와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2) 이는 사회권으로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학교교육의 비중에 있어 국·공립학교가 원칙이고, 사립학교가 예외라는 학교교육제도의 원칙적 국·공립화에 관한 헌법적 결정을 의미한다. 
공영형 사립대학의 의의
  한국 교육의 현실은 헌법 규범의 요청에 충실하고 있는가. 수도권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화석처럼 굳어 있는 대학서열구조와 학벌사회의 형성으로 초·중등교육이 입시위주 경쟁교육으로 왜곡되어 있다. 초·중등교육이 대학입시와 대학학벌 체제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초·중등교육의 비정상성, 사교육 팽창과 학벌지향의 고용구조 등 한국 교육 문제의 핵심적 고리는 대학서열구조와 학벌체제이며, 이의 해결 없이는 한국 교육의 정상화와 발전은 요원하다. 
  ‘공영형 사립대학’은 폐쇄적인 사립대학 지배구조를 지방정부·지역사회 등 당해 대학과 긴밀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로 민주적·공화적으로 구성하여 공영화하고 대학서열구도 완화, 초·중등교육 정상화 등 공적 과제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국가가 교육경비의 50% 이상을 인수하여 교부하거나 출연하는 사립대학이다. 공영형 사립대학은 형식적 또는 법적으로는 사립대학이지만, 국·공립대학과 같은 공적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혁신 사립대학 모델이다. 
  이러한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은 그 자체 독립적인 정책이 아니다. 사립대학 중심의 고등교육 생태계에서 국공립대학의 확충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영형 사립대학은 거점국립대학, 지역 국립대학과 기능과 역할을 분담하여 권역별 지역네트워크로 연합하고, 여기에 재정지원을 집중하여 지역 고등교육의 질을 수도권 주요 사립대학 이상으로 상향 균등화·다양화함으로써 대학서열구조와 학벌주의를 완화·해체하고 한국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그랜드한 장기적 대학체제개편 방안의 핵심적 구성 부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 전환기에 있어 미래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을 찾아내는 길은 대학 교육과 학문의 연구일 수밖에 없다.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을 포함한 대학체제개편은 대학공유네트워크를 통해 학문의 발전과 창의적 교육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고등교육의 질을 획기적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고등교육 혁신방안이다. 이런 점에서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 정책을 포함한 대학체제개편은 한국의 교육현실과 촛불시민정신이 만나는 지점에서 제출된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대학 상으로 우리에게 “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나아가 “우리에게 대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응답이 내장되어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적 요소로서 공영형 사립대학
  국가균형발전은 헌법의 기본원리일 뿐만 아니라(헌법 제120조, 제122조),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교육의 여건과 질이 전국에 걸쳐 상당히 균등화되어 있을 것을 요구한다(헌법 제31조 제1항). 정부공공기관 지방이전, 혁신도시·기업도시 건설 등 그동안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방교육이 취약하고 이로 인해 지역 경쟁력과 발전 전략에 필요한 인재가 양성되지 않아 산업유치·인구유입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종래 농어촌·중소도시에 이어 지방 광역시마저 수도권으로 인구 엑소더스가 발생하여 소멸지역으로 급발진하고 있다. 이는 혁신도시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중에도 계속되었다.3)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은 위에서 본 것과 같이 국공립대학과 권역별로 연합하고 기능과 역할을 분담하여 수도권 주요 사립대학에 뒤지지 않는 지역 발전과 혁신에 필요한 공공성이 강화된 지역대학 육성정책으로 지역인재의 유출을 방지하고 당해 지역의 발전 전략에 따라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지역대학으로 기능할 것이 기대된다. 이런 점에서 대학서열체계의 해소를 위한 대학체제개편의 중요한 내용인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필요적·핵심적 구성요소이다. 
  고등교육은 일반적으로 국가사무로 인식되지만 지역공동체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방사무의 성격도 갖는 공동사무의 성격을 갖는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상 지방정부는 지방대학 역량 강화와 교육 개선지원, 지역인재 양성 등의 시책을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책무 등이 있으며(동법 제3조·제12조 등 참고), 지방대육성법에 따라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의 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할 책무가 있다(동법 제3조).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은 지역균형발전을 필요적·핵심적 요소일 뿐만 아니라 지방사무의 성격도 가지므로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에 지방정부의 재정적 기여와 참여가 포함하여야 한다. 

고등교육 위기는 대학체제 개편의 기회
  학령인구 감소의 대응방안으로 폐교와 대학정원을 줄이는 대학구조개혁정책은 소모적 대학경쟁을 심화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2022년 전문대는 43개, 2024년 일반대 73개가 폐교될 것으로 전망4)되는 고등교육의 위기는 대학체제개편을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적기이다.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이 부실대학 지원정책이 아닌가 하는 문제 제기가 있다. 그러나 한국 고등교육의 여건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하여 매우 취약하며, 4차 산업혁명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문화적·사회적 발전을 위해서는 고등교육의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요구된다. 현재 학령인구의 감소, 대입정원 미달, 재정난 심화의 위기 속에 사립대학의 연쇄폐교 사태가 현실화되고 상황에서 부실대학이라도 하더라도 중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폐교 등의 방식으로 고등교육의 자원을 사장하는 것은 한국 고등교육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폐교대학 관리를 위해 재정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이른 바 부실대학 정책과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을 연계하여 고등교육을 발전시키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들 대학이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의 우산 아래 편입되도록 하여 건강한 사학으로 회복되는 과정을 전시(展示)할 수 있다면 이는 공영형 사립대학의 필요성과 효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등교육 체제개편에 재정 뒷받침 필요 
  문재인 정부의 “대학서열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역 국립대학’을 집중 육성하고, 대학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는 ‘장기적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사립대학’을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전환·육성하여 이들 대학을 ‘한국형 네트워크 대학’으로 변화·발전시키겠다.”는 대학체제개편방안은 야심만만한 의욕은 담고 있다. 재정 확보는 대학체제개편을 위한 실질적 전제요건으로서, 공영형 사립대학의 우산 아래 많은 사립대학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을 종결짓고 노예들을 해방시킨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에 버금가는 중요한 업적이 모릴법(Morill Act)을 통해 미국 고등교육의 토대를 닦은 것이다. 모릴법은 미국의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는 노둣돌이 되었으며, 아직도 미국 독립 이후 제정된 법안 중 가장 생산적인 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링컨과 같은 혜안을 가지고 공영형 사립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체제개편의 기반을 구축하여 한국의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한국의 링컨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고등교육의 육성을 지역의 발전과 묶고 대학의 경쟁력을 개별대학의 차원이 아닌 우리 사회의 공공의 역량으로 사유하려는 대학체제 개편방안은 학벌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에 길들어진 우리의 시각과 인식의 전환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정책의 실현은 우리에게 ‘대학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혁신의 장이어야 하며, 공영형 사립대학은 경쟁과 생존의 절벽으로 내몰린 사립대학의 일부를 선별적으로 구원해 주는 방주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교육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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