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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성(性)고민

글_ 김서규 유신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시간이 되자 더러는 졸고 더러는 낄낄거리고 더러는 시큰둥했다. 그 후 하나둘씩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이 나타났다.


첫째아이
  한 아이가 찾아와서 말했다. “선생님, 저는 음란한 상상을 하면서 자위를 해요. 안 하고 싶어도 자꾸 하게 돼서 죽을 지경이에요. 어떡하죠?” ‘운동하기, 공부하기, 잠잘 때 이불 밖으로 손을 내놓기......” “그거 다 저한텐 효과 없어요. 저는 선교사가 되는 게 꿈인데, 자주 결심을 어기고 이렇게 타락하니 저라는 놈은 구제 불능인가 봐요.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바르게 살고 싶은데…… 어떡하죠?” 하면서 눈물을 보이다가 급기야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상담선생님이 컴퓨터로 솔트라인(salt line)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 소금선이 육지로 올라오면 주변이 황폐해지듯 죄책감 없이 자위를 하면 앞으로 성개방에 이어 성문란이 올 수 있어. 소금선이 바다로 내려가면 어업이 망가지듯 성을 괴물로 여기면 사랑하는 힘마저 망가질 수 있어. 하지만 소금선이 적절한 곳에 있으면 모든 것이 풍부하듯 네가 자위한 후 괴로워하면, 얼핏 보아 불안정한 것 같지만 언젠가 성에 대한 균형감을 얻을 수 있어.” 
  이 아이는 적절한 죄책감과 큰 순수성을 가지는 특별한 심정 상태 즉 묘심(妙心)을 얻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자 아이는 가난한 나라에 가서 집도 지어주고 선교도 하려는 목적으로 성경과 건축에 대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둘째아이
  다른 아이가 와서 말했다. “선생님, 저는 자위를 많이 해요. 하루에 5~6번씩 1주일 하기도 해요. 마지막엔 성기가 뿌리까지 아프고 정액도 안 나와요.” “자랑하려는 건 아닐 테고, 뭐가 문제니?” ‘이러다가 임포(impotence의 줄임말; 성교 불능 또는 발기부전)되는 게 아닐까요?” “엄마는 뭐 하시는 분이시니?” 아이가 눈동자를 좌우로 허둥거리면서 말했다. “제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어요.”
  자위 조절이 안 되는데 어머니는 왜 묻느냐고? 사랑하는 사람이 소멸한 후에 사람들은 알코올 같은 물질에 매달려 위안을 얻으려 하다가 물질 중독에 낚인다. 이 경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홀로 남은 아들이 포르노를 틀어놓은 공부방에서 자위중독에 빠졌다. 엄마의 근황을 물어본 것은 엄마라는 조절자가 사라진 후에야 아이들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상담선생님이 엄마처럼 아이를 챙겼다. 자위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저녁에는 학원 시간표를 짜주었고, 방치하던 진로계획을 만들었고, ‘웃기는 덜렁이’로 별명 붙은 이미지를 바꾸게 했다. 자위 횟수를 줄이는 계획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활 전반에서 조절능력을 챙겨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후 아이는 자위에서 진로 쪽으로 에너지가 옮겨지면서 공부며 친구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고, 어쩐지 좀 성숙한 느낌이 들었다.


셋째아이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와서 말했다. “얘가 학원에서 여자 동창의 치마 속을 찍어서 여럿이 돌려봤어요. 결국 그 집 아빠가 노발대발하면서 신고했어요. 지금 합의가 안 되고 재판까지 갈 것 같은데, 그 사이 얘는 여기 입학했고요. 결국 학교에서 알면 처벌받고 내신 성적에 문제가 생기겠죠?” 상담선생님이 “중학교 때 학교 밖에서 일어난 사건인 데다 이곳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처벌하진 않습니다.” 하자 두 사람은 안도하는 빛이 역력했다. 대안학교에 피해 있거나 캐나다에 사는 이모 집에 전학을 보내서 처벌을 면한 후 다음 해에 슬쩍 돌아오는 수고를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다시 어머니가 말했다. “얘는 집에 오면 문 닫고 들어가서 포르노를 봐요. 이걸 어떡하죠?” 아들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아까 그건 장난이에요. 그리고 이런 건 남자라면 다 봐요.” 하고 뭘 그래 하는 표정으로 엄마 어깨를 다독였다. 어머니가 격분하면서 “이 자식아! 내가 얼마나 보지 말라고 했어! 난 그게 싫단 말이야! 니 머리가 다 썩는 것 같아.” 하고 외치자 아이가 할리우드 액션을 하면서 ‘알았어. 안 볼게.’ 했는데, 누가 보더라도 입발림 말이었다. 둘 다 여학생의 상처는 알려고 하지 않았고, 엄마는 자기 아이만 생각했고, 아이는 범죄에 대한 죄책감은 없고 합리화를 넘어서 당연시하는 태도였다. 선생님에 대한 예의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고, 갈 길이 먼 아이구나. 상담선생님도 머리가 아픈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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