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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괴정고등학교 메이커교육 뚝딱뚝딱 기발한 아이디어가 현실로 함께 만드는 목공 수업으로 사고력 쑥쑥

글_ 편집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 보는 기술교과 메이커 수업

 


  쓱~쓱 쓱~쓱
  나무를 자르는 톱질 소리. 윙~ 윙~ 전동드릴 소리와 뚝딱뚝딱 망치질 소리가 교실 창문을 넘는다. 대전광역시교육청 메이커교육 선도학교인 괴정고등학교(교장 오석진) 창의공작실. 3층 복도에 늘어선 목공테이블을 지나 교실로 들어서자 각종 공구가 가득하다.
  5~6명이 모여 협업할 수 있는 작업 테이블을 중심으로 3D프린터, 노트북, 목공 공구함이 비치돼 있고, 각종 재료를 재단할 수 있는 레이저 커팅기와 드릴프레스, 목공 공구함 등이 작은 ‘공구방’을 연상케 한다.
  “우리가 원하는 바람 방향을 만들려면 구조를 바꿔야 해!”
  “여기, 톱질을 다시 하자!”
  작업 테이블 위에서 설계 도면을 살펴보던 아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꼼꼼하게 수치를 재고 3D프린터로 필요한 부품도 척척 만들어 낸다.
  1학기 때 배운 ‘틴커캐드’를 활용한 모델링 수업으로 3D프린터 다루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지주향(17) 학생은 “주변에서 3D프린터로 만든 제품들을 많이 보는데,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보는 과정이 재밌었다. 3D 모델링 작업이 가장 기억난다.”며 웃는다.

 

 

자유로운 창작 공간 ‘창의공작실’
  괴정고는 대전교육청이 올해부터 추진하는 메이커교육 선도학교 가운데 유일한 인문계 고등학교다. 아이들이 상상한 것을 직접 만들어 보고, 창의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메이커교육이 교육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메이커 스페이스다. 4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기술실을 아이들의 자유로운 창작공간인 ‘창의공작실’로 탈바꿈시켰다. 시제품 제작을 위한 3D프린터 5대와 3D펜 5개, 진동드릴과 목공테이블, 각도절단기 등 각종 공구를 갖춰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활용해 보는 공간으로 인기만점이다.
  학생들은 1학기 동안 방과 후와 창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장비를 경험하고, 3D 모델링 수업과 목공 수업에 참여하며 메이킹 활동을 시작했다. 더 나아가 2학기에는 메이킹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을 만들어 보는 프로젝트가 정규교과 수업 안으로 들어왔다.
  1학년 아이들은 지난 10차시 동안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 보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기술교과 수업의 일환으로, 공기청정기를 계획하고 설계, 제작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아이들이 주도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기후 변화와 우리나라 미세먼지 현황에 대해 사전 조사를 마치고, 공기청정기의 원리와 구조를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승현 기술교사는 “학생들이 친구들과 대화, 토론과 협업을 바탕으로 함께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같은 종류의 필터를 제공했음에도 하나의 필터를 여러 개로 분리하거나, 구조에 맞게 형태를 변형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만든 목공 작품

 

7명이 한 팀이 되어 만든 공기청정기를 들고 환하게 웃는 1학년 학생들

 


 
방과후·창체활동으로 메이킹 활동 활발
  메이커교육은 방과후 수업과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되며 더욱 활기를 띠었다. 1학기 방과후 수업인 ‘메이킹 메이킹’반에서는 1학년 전 학생들에게 메이커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과 다양한 관련 장비들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전달하고, 3D모델링을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틴커캐드’를 활용한 모델링 수업이 진행됐다. 2학기에는 심화반을 개설해 ‘퓨전360’을 활용한 3D모델링 수업을 희망자에 한해 열고, 모델링 수업 후 자유 작품을 직접 출력할 기회를 제공했다. 여름방학 2주 동안 열린 ‘뚝딱이 목공반’ 등 우드스피커 제작하기, 나무 전사액자 만들기 등의 다채로운 활동은 목공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를 더욱 높였다.
  1, 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창의 목공반’은 올해 첫선을 보인 메이커 동아리다.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의 작업 테이블과 칠판페인트를 활용한 메모벽은 모두 이 아이들이 직접 제작했다. 리쏘페인 램프 만들기, 아두이노 및 모델링 수업 등 목공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메이킹 활동이 이뤄지며 지금은 인기 동아리로 급부상했다. 특히, 내년에는 메이킹과 창업활동을 연계한 ‘메이커 창업반’ 모집으로 심화된 동아리 활동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진 상태다. 
  교사 연수 또한, 재미있게 메이킹에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크릴 우드등 제작에 이어 기말고사 기간을 이용해 원목도마 만들기, 인테리어 터치등 제작하기 등으로 타 교과와의 연계를 높이고 있다. 오는 겨울방학에는 메이커교육 인식을 높이기 위한 학부모 연수도 계획 중이다.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기청정기

 

공기청정기 제작 과정에서 생긴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학생들

 

창의공작실에 비치된 레이저 커팅기. 교사 또한 장비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쌓으며 메이킹 활동을 지원한다.

 

 

목공형 메이커로 아이들 정서 순화 효과 톡톡 
  특히, 괴정고 메이커교육은 목공용 메이커 스페이스를 표방한다. 학생들이 자연 친화적이며 가공이 쉬운 재료인 목재를 경험하고 작품 제작에 활용하면서 정서 순화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 목공 동아리를 모집해 목공을 기반으로 한 메이킹 활동에 더욱 활기를 불어 넣을 전망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특성상 별도의 실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괴정고는 하나의 공간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메이킹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구성을 통해 난제를 해결했다. 복도에는 간단한 목공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작업 케이블과 도면을 그리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칠판 페인트를 활용해 칠판벽을 제작했다. 김승현 기술교사는 “기존의 인문계고에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목공 장비들과 4차 산업에 기반에 다양한 메이킹 장비들을 하나의 층(공간)에 구성해 복합적이고 다양한 메이킹 활동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며 “학생들이 지식을 확장하고 습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환경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메이커교육이 장비 교육이 치중되거나 매뉴얼에 따라 간단한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모델링 수업을 진행하고, 직접 원하는 제품을 모델링해 출력해 보는 과정으로 메이킹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교사 또한 장비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쌓고, 무언가를 만들고 제작하는 활동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메이킹 활동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다만, 기술교과를 제외한 타 교과 적용과 수업 준비를 위한 다양한 교재 및 가이드라인의 부재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오석진 교장은 “메이킹 활동 자체가 융합교육이다. 하나의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설계, 디자인,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이 모두 융합된다. 특히, 아이들이 만든 공기청정기는 각 실에 보급해 사용하고 있는데, 효과가 아주 좋다(웃음).”며 “앞으로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위한 메이커 관련 연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특히, 인근 학교와의 공동교육과정을 개설해 메이커 스페이스가 갖춰지지 않은 학교의 학생들도 메이킹 활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속적인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수업 시간 3D모델링으로 필요한 부품을 만들고 있는 학생 모습

 


좋은수업 나눔학교

대전괴정고는 메이커교육 선도학교와 함께 좋은수업 나눔학교로 교사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좋은수업 나눔학교는 대전교육청이 올해부터 시작한 교실수업 개선 지원 사업으로 수업눔실 구축 등 환경 개선을 통한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향상을 지원한다.
대전괴정고는 수업 현장을 촬영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한 이동식 촬영 기기와 고정형 빔프로젝터 등 1,500만 원의 예산으로 수업나눔실을 구축, 관심있는 교사가 언제든지 활용 할 수 있도록 하고 동료 수업을 성찰할 수 있는 공동체 문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문적 교사 학습공동체 ‘다락방’은 자기 수업 모니터링, 수업컨설팅, 각종 교과협의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업나눔실의 활용도를 높인다. 현재는 국어, 수학, 영어, 과학 4개 팀과 교육청 지원팀 1개 팀이 수시로 활발한 토의·토론을 통해 교실수업 개선을 추진해 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인근 교사들이 함께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장소로 활용되며 교실수업 개선 확산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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