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캐릭터 디자이너_ 백윤화 펀피스튜디오 대표 - 공감 이끈 캐릭터의 힘, 억대 매출 작가로

글 _ 양지선 기자

캐릭터 디자이너는 인물이나 동물, 사물 등을 대상으로 풍부한 상상력과 관찰력을 활용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백윤화 펀피스튜디오 대표는 ‘모찌’, ‘세숑’ 등 인기 캐릭터를 통해 억대 매출을 올린 유명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1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펀피스튜디오 사무실에서 백 대표를 만나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하는 일과 미래 직업 전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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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행동으로 절로 미소가 나오는 고양이 캐릭터 ‘모찌’, 파마를 한 듯 복슬복슬한 털과 애교 섞인 말투가 매력적인 강아지 캐릭터 ‘세숑’,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바쁘개&바쁘냥’까지. 메신저를 이용하다 보면 이모티콘으로 흔히 보는 익숙한 캐릭터들이다. 이 캐릭터들을 탄생시킨 건 바로 백윤화 펀피스튜디오 대표다. 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9년간 일했고, 회사를 나와 창업한 지도 올해로 9년 차다. 그동안 탄생한 캐릭터로 100개 이상의 이모티콘을 출시했고, 전체 판매 순위 1위는 수십 회를 넘게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연 매출 10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밝은 웃음소리와 함께 취재진을 맞이한 백윤화 대표는 마치 펀피스튜디오 캐릭터 중 하나인 것처럼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득 전했다. 그가 일하는 작업실에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해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 동심을 일깨웠다. ‘모찌’ 모양의 명함을 건넨 그는 “명함은 보통 한 번 보고 버려지게 되는데, 이렇게 캐릭터가 그려져 있으면 쉽게 버릴 수 없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백윤화 대표의 명함은 기자의 모니터에 붙여졌고, ‘모찌’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게 바로 캐릭터의 힘이었다.


  계원예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과에서 ‘미디어 드로잉’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한 백윤화 대표는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그림은 오래 배운다고 잘하기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마음과 적당한 기술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꼭 전공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며 “창작하는 작업에서는 자기만의 독창성과 색깔이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다양한 경험을 접하고 이를 캐릭터 속의 이야기로 펼쳐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하나,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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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를 개발하고, 개발한 캐릭터로 이모티콘·배경화면·굿즈(인형, 문구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 사람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직업이다. 일과 시간에는 아이디어에 영감을 줄 다양한 자료를 찾고 그림을 그리는 게 대부분이다. 이모티콘의 경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캐릭터 안에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최근 유행하는 흐름을 다 파악해야 한다. 유튜브나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코로나19 이전에는 전시회, 서점을 가거나 영화를 보는 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팀원들과도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대화를 굉장히 많이 나눈다. 



둘, 2013년에 독립해 지금의 펀피스튜디오가 탄생했다. 창업 과정은 어땠나?

  맨땅에 헤딩이었다(웃음). 첫 회사인 네이버에서 9년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이제는 ‘내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당시 일본지사에 근무하며 네이버 메신저 ‘라인’의 이모티콘 작업을 맡았는데, 그때 탄생한 고양이 캐릭터 ‘모찌’가 2012년 전 세계 라인 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이모티콘 5위를 기록한 거다. 회사를 나와 ‘모찌 2탄’을 만들면 무조건 될 줄 알았는데, 결과는 기대와 전혀 달랐다. ‘모찌’ 이외에 ‘푸푸’ 등 다른 캐릭터들도 준비했지만, 창업 후 2년 동안 성공한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그림이 예쁜데 왜 안 팔릴까?’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슬럼프에 빠져있다가 굶어 죽겠다는 생각에 외주작업을 맡게 됐는데, 그때 피드백을 통해 깨달았다. 그림이 예쁜 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대화할 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후부터는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같이 일할 친구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창업 3년 차부터 사람이 모이고 생각도 바뀌면서 리뉴얼된 ‘모찌’와 ‘바쁘개&바쁘냥’, ‘세숑’ 등의 캐릭터가 모두 성공할 수 있었다.



백윤화 펀피스튜디오 대표의 작업실에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해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 동심을 일깨웠다.백윤화 펀피스튜디오 대표의 작업실에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해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 동심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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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캐릭터 ‘모찌’ 인형과 백 대표가 손으로 작업한 캐릭터 스케치


셋, 캐릭터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학창 시절에는 공부도 안 하고 그렇다고 놀지도 않던, 아주 평범한 아이였다. 단지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하고, 용돈을 받으면 만화책을 사거나 대여점에 가서 빌려보곤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꾸준히 해왔는지 생각해보니 답은 그림이었다. 진로를 정한 후 2학년이 되고 나서야 ‘입시 미술’이란 것을 알았다. 경북 김천의 시골 마을에서 자랐는데, 학교에서 미술로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가 드물었다. 뒤늦게서야 미술 학원에 다니고 영상디자인과에 합격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덕분에 지금도 그림이 재밌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래 배운다고 잘하기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마음과 적당한 기술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전공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넷, 캐릭터 디자이너의 미래 직업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무궁무진할 거라 본다. 인기 여부를 떠나 캐릭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다. 문화는 시대에 맞게 계속 변화하는 힘을 가진다. 약 20년 전 온라인 채팅서비스 ‘세이클럽’에서 ‘아바타’를 최초로 선보였다. 이 아바타가 변화해오면서 지금의 이모티콘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다. 다음 세대에는 또 다른 이름과 서비스로 바뀌겠지만, 캐릭터가 문화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다섯, 앞으로 계획은?

  캐릭터로 지구 정복하기(웃음). 펀피스튜디오의 캐릭터가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의 일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월트 디즈니,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가 돼서도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창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모티콘이 앞으로는 또 다른 형태로 바뀔 것이다. 이미 액션콘, 사운드 이모티콘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지 않나. 최근에는 이모티콘과 게임을 접목한 ‘게임티콘’을 개발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각각의 캐릭터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유튜브 등 플랫폼을 넓혀가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다. 예전에 인기 있던 캐릭터들이 시간이 지나며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다. 반짝스타처럼 잠깐 인기 있는 캐릭터보다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마지막,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보면 마치 롤모델처럼 모든 것을 따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창작은 독창적인 영역이다. 요즘 웹툰 학원이나 이모티콘 학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런 학원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나 방법을 배울 수 있겠지만 창작을 배울 수는 없다. 기술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지만, 독창성은 영원하다. 그림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 꿈을 꾸는 단계에서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나만의 생각의 나래를 펼칠 재미난 방법을 찾아보자. 




TIP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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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1 ______ 준비 과정

  대학의 시각디자인, 시각미디어, 시각정보디자인, 영상디자인 등 디자인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설교육기관에서 디자이너 과정을 수료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는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를 평가하는데, 캐릭터 디자인과 관련된 공모전에 출품하여 자기의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좋고,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관련 자격증으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는 시각디자인기사, 시각디자인산업기사,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가 있다. 학력이나 자격증 취득보다는 디자인 실력이 취업에서 가장 중요하다.



TIP. 2  _____ 적성 및 흥미

  사물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력과 데생 능력 등 미적 감각을 가지고 독창적이면서도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는 창의성, 상상력, 기발한 발상 등이 요구된다.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까다로운 신세대의 취향이나 변화하는 사회의 트렌드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예술형과 탐구형의 사람에게 적합하며, 꼼꼼하며 혁신적이고 성취를 추구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