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전문가는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 에너지, 연료전지, 수소 에너지 등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전체 전력의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관련 직종도 미래 유망직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개발한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를 만나 신재생에너지 관련 직업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매 순간 전기와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는 그 중요성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 마치 공기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서일 테다. 하지만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는 우연히 떠난 인도 배낭여행을 통해 전력 인프라에서 소외된 삶을 사는 이들을 겪었고, 필요한 전기를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는 세계 최초 휴대용 수력발전기 ‘우노(UNO)’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얼핏 보면 텀블러처럼 생긴 ‘우노’는 흐르는 물속에 제품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쉽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접이식 터빈 날개를 펼쳐 강이나 계곡, 하천에 넣어두면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에 저장한다. 4시간가량 충전 시 휴대전화를 두 번 완충할 수 있을 정도다. 이 간단한 개인용 수력발전기를 이용해 누구나 쉽게 에너지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가 될 수 있다. 

  친환경적 전력 생산 방법을 제시한 이노마드는 이제 단순히 제품 판매에서 나아가 환경교육 콘텐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에너지 생산과 저장, 발전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박혜린 대표는 “이노마드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를 서비스로 만든 것”이라며 “사람들이 에너지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참여하도록 만드는 디딤돌이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했다.

다음은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와의 일문일답.

하나, 창업을 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보통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창업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디어가 도출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학부 시절 에너지에 대한 문제 인식 후 캐나다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부산의 조류발전 플랜트 기업에 먼저 취직했다. 그곳에서 수력발전의 장점을 확실히 느꼈지만, 한계점도 발견했다. 에너지가 생산돼도 송전선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여전히 전력 인프라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란 점이었다. 그래서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 저장,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2014년 ‘에너지 유목민’이라는 뜻을 담은 이노마드를 설립하게 된 계기다.”

둘, 여성 CEO로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제조업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드물다. 일에 대해 상의할 수 있는 여성 동료나 선배가 없었다. 업계에서는 여성이어도 남성성을 가진 리더를 원해서 이른바 국밥에 소주를 먹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했다. 문제가 생기면 ‘여자가 대표라서 그렇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걸 극복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선구안과 일에 대한 진정성, 꾸준함으로 리더십을 만들 수 있었다.”

휴대용 수력발전기 ‘우노’는 흐르는 물속에 제품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쉽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셋, 학창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나.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게 고민이었다. 부모님께서 무척 자유로운 성향이셨는데, 그 덕분에 무엇이든 주저하지 않고 해볼 기회가 많았다. 한번은 소화기 사용법 영상을 보고 따라 하다가 집안이 온통 난리가 났는데도 혼내지 않으셨을 정도였다(웃음). 이런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진로에 대해서도 자율성과 주도성,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인도라는 익숙하지 않은 공간으로 여행을 갔던 것도 큰 도전이었는데, 결국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넷,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필요한 역량은?

  “이노마드가 처음 임팩트 투자(재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적·환경적 성과도 달성하는 투자)를 받은 건, 기성세대에게 없는 새로운 관점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야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잘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이처럼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 중요했다. 또한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폭넓은 이해와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와 환경 문제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으면 좋다.”

다섯,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제 주요 정책과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게 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가 법제화된다. 환경보호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모든 활동에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물건 하나를 만들어도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소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여태껏 아무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이도, 경력도 상관없이 모두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된다. 이는 다음 세대가 주도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섯, 올해 계획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교육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시범적으로 초·중·고·대학에서 교육을 해오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특히 진로 고민이 많은데, 에너지가 IT 등 다른 기술이나 서비스와 융합될 수 있다는 내용을 위주로 전달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진로교육 전문가들을 영입해서 국사봉중학교 전 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환경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원리를 담은 키트를 직접 만들어보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혜린 대표는 2년 전부터 초·중·고·대학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교육을 해오고 있다(코로나19 이전 촬영).

마지막, 진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 문제가 생기면 왜 이 문제가 일어났는지 질문하고, 뭘 해야 할지 스스로 답을 찾으려 하는 사람이 되자. 누구도 나 대신 살아주지 못하고, 내 문제를 나만큼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며 나를 위해 살 수 있는 방향을 찾았으면 좋겠다. 

  과거에는 어른들이 정한 옳고 그름에 맞춰 살아갔다면, 이제 앞으로의 변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뉴노멀의 시대가 됐다. ‘나중에 대학에 가면 뭘 해야지’가 아니라 당장 오늘의 문제를 오늘 해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 1020 세대가 현재를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선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일을 사는 아이들에게 어제의 기준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TIP BOX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TIP. 1 하는 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관련된 직업으로는 태양광발전 기술자, 풍력발전설비 기술자, 지열발전설비 기술자, 에너지공학 기술자, 전기공학 기술자, 바이오에너지 생산 시스템 기술자 등이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소, 혹은 발전 시스템에 필요한 설비나 장치들을 개발하고 생산·운영하는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

TIP. 2 준비 과정

  신재생에너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신재생에너지학, 전기공학, 신재생에너지공학, 에너지관리학, 태양광공학, 에너지자원공학 등을 전공하면 유리하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신재생에너지과, 전기과 등에서 신재생에너지에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전기 관련 교육기관, 신재생에너지 관련 단체나 협회, 대학교의 에너지 관련 센터 등에서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훈련 과정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의 원리 및 종류,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발전설비 구성과 운전, 고장 사례 등에 관련된 이론과 실무를 배울 수 있다.

  전기 관련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기 기사/산업기사/기능사, 전기공사 기사/산업기사 등의 국가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TIP. 3 적성 및 흥미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는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 등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결국 자연으로부터 얻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유리한 일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야 하며, 전기를 만드는 기계 장비나 측정 도구를 잘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기계·기구를 만들고 조작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