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박상필 경기 경화여중 교사 ‘남과 다른 눈’ 키우는 발명교육 전도사

글_ 이순이 본지 기자

 


  한 여학생이 부화기를 들고 박상필(53) 교사를 찾아왔다. 시중에는 이미 닭, 메추리 등등 종류별로 여러 부화기가 판매되고 있었다. “모든 알을 부화시킬 수 있는 부화기는 없을까요? 제가 만들어보고 싶어요.” 호기심에 비롯된 부화기 연구는 이 학생이 발명반 활동을 하면서 1년간 진행된 프로젝트 과제연구의 단초가 되었다.


  “기존의 부화기는 일정한 시간동안 수평으로만 회전하는 형태였어요. 당연히 부화율이 떨어졌죠. 근데 이 부화기는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맞출 수 있으며, 수직과 수평으로 회전시켜 부화율이 90%에 달했어요.”


  부화율 90%라는 달콤한 성공 뒤에는 박상필 교사와 이 학생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화기를 만들기 위해 수집한 전자 관련 자료만 한가득이다. 부화기를 만드는 공장을 찾아다니며 시제품을 만들고 계속 오류를 수정해 나갔다. 부화기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테스트만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유정란을 병아리로 부화시킨 것만 수백 마리. 이렇게 부화한 병아리를 친구들에게 분양하기도 했다.

 

1) 자타공인 발명교육 전문가로 통하는 박상필 교사는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17년째 경화여중 발명반을 맡아 지도하고 있다.

 

 

자타공인 발명교육 전문가

  2000년도부터 17년째 경화여중에서 발명교육을 해온 박상필 교사에게 발명교육은 “남과 다르게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물리학, 컴퓨터, 전자공학을 전공한 박 교사는 “발명교육에 대해 정보가 부족했던 초창기에는 창의성교육 관련 교육자료 일변도의 교육을 했다. 당시에는 발명대회에 참가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가르치던 발명반 학생들이 먼저 발명대회를 제안했다. 박 교사는 그해 파주에서 개최한 ‘2005 전국거북선창의탐구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5명이 출전했는데, 그중 한 명이 대상을 수상하고 4명이 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첫 대회에서의 성적은 발명반 학생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후 발명반 학생들은 교육부가 주관하는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와 특허청 주최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 등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0년 동안 학생들의 수상기록은 600건에 달하며, 단체상도 7번이나 수상했다.


  지금은 자타공인 발명교육 전문가로 불리지만 초기에는 그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한 아이가 펜을 만들어서 저를 찾아왔어요. 컴퓨터용 사인펜과 플러스 펜을 반으로 잘라서 서로 붙여왔더라고요. 시험 볼 때 플러스 펜으로 체크하고,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마킹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당시 저의 짧은 안목으로 아이디어를 무시했어요.”


  그런데 2년 후 한 문구회사에서 똑같은 기능의 펜을 출시한 것이다. 이때 교사의 안목으로 아이디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중학생의 아이디어라는 것이 번득이는 것도 있지만 설익은 것이 대부분. 박 교사는 설익은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지원해오고 있다.


  박상필 교사의 열정은 지역사회로도 이어졌다. 2009~2015년에는 발명교육센터 지도교사를 하면서 광주하남발명교육연구회를 조직해 교사들에게 발명교육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2010년부터는 경기도교육청지정 경화여중 발명영재학급 인가를 받으면서 해마다 20명의 학생들에게 발명교육을 해왔다. 5년 전부터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발명교육을 확대, 명실공히 지역 발명거점학교로 자리매김하였다. 한편, 과학꿈나무를 위한 과학영재원이 있다면, 발명꿈나무에게는 특허청, 한국발명진흥회에서 후원하며 차세대 기술기반 기업인을 육성하는 카이스트와 포스텍영재기업인교육원이 있다. 매년 박 교사의 지도를 받은 발명반 학생 2~3명이 카이스트와 포스텍영재기업인교육원에 입교하고 있다.

 

2) 박 교사와 발명영재학급 학생들

 

3) 박 교사 외 현장교원이 공동집필한 『과학교과 연계 발명교육 프로그램』은 한국발명진흥회에서 교사용 교재로 활용 중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뒷모습에서도 배운다
  박상필 교사는 자기계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국제발명대회에 작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빠르게 변화하는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년 1개 이상의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고 있다. 발명 관련 자격증 외에도 심리상담사, 충동조절상담지도사 등 20여 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발명교육에 대한 저서도 꾸준히 집필 중이다. 발명영재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8권 집필하였으며 현직교사들과 공동집필한 『과학교과 연계 발명교육프로그램』은 한국발명진흥회에서 교사용 교재로 발간하기도 했다.


  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지도하며 발명교육을 통해 그들의 적성과 재능을 발견하고 삶의 목표와 방향을 찾아주려고 노력해 왔던 박 교사. 중2때부터 그로부터 발명지도를 받은 제자가 포스텍영재기업인교육원(기초, 심화, 조교과정)을 수료하고 곧 1호 창업인으로 사무실을 연다.


  “교사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껴요. ‘학생들은 교사의 뒷모습에서도 배운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교사의 모습 하나하나가 교재이고,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