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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

글_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 저자

 

모두가 행복한, 완벽한 혁명이란 없다
양극화 심화, 20% 기회, 80% 위기 사회 경고
과학기술이 인간 위협하는 왜곡 현상 우려


  역사적으로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생산의 도약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때부터였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영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굴지의 산업대국으로 부상한다. 하지만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농업 및 가내수공업에서 공장제 생산으로의 이행을 야기했던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영국은 프랑스 혁명 시기만큼이나 혼란이 극심했다. 방직기가 노동을 대신하고 일자리를 빼앗자 위기감을 느낀 공장 노동자들은 집단적으로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격렬히 전개하기도 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영국에 머물면서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1845년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라는 책을 출간해 도시 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상을 고발한다. 농촌에서 농사짓고 가내수공업을 겸업하던 소농들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생산수단을 빼앗겨 공업 프롤레타리아나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고 궁핍한 생활을 하게 된다.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나 도시빈민이 참담하게 살았던 사회상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 『어려운 시절』 등에도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어쨌거나 산업혁명은 혼란과 모순을 극복하면서 꾸준히 진행돼 왔다.

 
첨단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모순
  1차부터 3차까지 세 차례 산업혁명을 거쳐, 이제 우리는 바이오, 물리, 디지털이 연결·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 미래에는 인공지능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고, 사물인터넷으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빅데이터 분석 덕분에 보다 객관적 변화예측이 가능해지고, 블록체인 기술로 은행 매개 없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해질 것이며, 거리에는 자율주행 무인자동차들이 다니게 될 것이다. 첨단과학기술 발전은 분명 생산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우리 삶을 더 편리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 위험, 사회적 모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변화에는 혼란이 따르며, 혁명적 변화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모든 것이 편리하고 모두가 행복한, 완벽한 혁명이란 있을 수 없다. 프랑스 혁명이건, 산업혁명이건 모든 혁명은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이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4차 산업혁명의 격변도 빛과 함께 그림자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미래예측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양극화를 심화하고 20%에게는 기회, 80%에게는 위기인 20:80사회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지나친 기대나 환상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4차 산업혁명은 유토피아에 대한 약속도, 장밋빛 미래 희망의 청사진도 아니며, 첨단기술 발전으로 인한 인류 진보의 가능성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것은 인류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이끌어 가는가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 도래
  먼저, 가장 큰 변화는 일자리, 산업, 경제면에서 야기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과 함께 자동화, 지능화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공장이 늘어나고 산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생산력이 높아질 것이며 인공지능, 컴퓨터와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단순반복적인 일자리나 비숙련 노동은 인공지능 기계로 대체될 수 있어 대량실업이 야기될 수 있으며, 숙련 전문직, 창의적 일자리가 아닌 경우 고용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사람들의 생활은 편리해질 것이고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원격교육과 재택업무가 일상화되고 클릭 몇 번으로 쇼핑을 하고 지구상 어디에 있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원하지 않는 위험들이 나타날 수 있다. 가령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과 연결해주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해킹과 사생활 침해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서로 연결된다면, 철학자 폴 비릴리오의 경고처럼 우리는 ‘사생활의 종말’을 맞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항상 연결되지만 정작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는 대면접촉은 줄어들고, VR, AR을 이용한 간접·가상경험은 늘지만 몸을 움직이는 직접경험은 줄어드는 모순적인 상황이 예견된다. 일찍이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산업사회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는 위험사회라고 주장했다. 산업화나 기계화는 핵 위험, 환경위험, 고용위험 등 새로운 위험을 지속적으로 양산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미래사회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초지능화 될 것이다. 데이터, 정보, 지식의 축적과 발달은 점점 빨라지고, 인간은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식의 수명은 단축될 수밖에 없다. 인스턴트 지식이나 실용기술은 빠르게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반면, 성찰적 지식이나 인문학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인공지능 기계와 공존하다 보면 인간은 상대적 박탈감, 소외감, 자존감 저하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인간 정체성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과학기술 발전의 주체는 인간이어야 한다
  첨단기술 개발, 과학지식 확대, 문명 이기의 확대는 인류 역사의 진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과학기술은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것이어야 하며, 과학기술 발전의 주체는 인간 자신이어야만 한다. 만약 인간이 과학기술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면, 과학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는 왜곡된 현상이 만연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편리함과 편익, 효율성에만 매몰돼서는 안 되며, 기술진보로 인한 위험과 부작용도 예측하면서 미리 대비해야 한다. 영국의 스릴러 작가 리 차일드의 시리즈물 중 소설 『메이크 미』에 보면 “희망은 최선을 기대하며 품는 것이고, 계획은 최악을 대비해 세우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도 적용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진보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으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예견되는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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