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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범 교사의 ‘게임형 수업’ <모둠의 마블>을 통해 배우는 ‘내가 사는 세계’

글_ 편집실

 

모둠의 마블> 게임 진행 중,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과부도를 열심히 뒤적이는 아이들

 

<모둠의 마블> 게임형 수업의 가장 큰 차별화에 대해 포항제철중 김경범 교사는 역설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수업시간, 김 교사는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몇몇 질문에만 응했을 뿐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모바일 게임 형식을 교실수업으로 끌어들인 김경범 교사의 <모둠의 마블> 게임의 세계 속으로!


  경북 포항에 있는 포항제철중학교 1학년 6반 4교시 사회과 수업시간. 이제 막 학생들의 게임이 시작됐다. 게임명은 <모둠의 마블>. 2013년 모바일시장에 선보였던 넷마블 N2 사의 보드게임 <모두의 마블>에서 착안한 것이다.
  <모둠의 마블> 게임이 시작되면서 1학년 6반 교실 안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2인 1조의 학생이 서로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다 보니 교실 안이 떠들썩해진 건 당연지사.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김충원 학생이 주사위를 굴렸다. 나온 숫자만큼 이동하여 도착한 도시는 모스크바. 같은 조인 이동혁 학생과 함께 상대편이 1분을 재는 동안, 모스크바에 관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제한시간 안에 문제의 답을 찾아내면, 모스크바 땅은 두 학생의 차지가 된다. 답을 찾아내지 못하면, 게임 기회는 상대편으로 넘어간다.
  “러시아가 다양한 표준시를 사용하는 이유는?”
  문제를 확인하자마자, 충원과 동혁 두 학생은 교과서와 사회과부도를 열심히 뒤적이며 정답을 찾느라 분주하다. 45초의 시간이 경과할 무렵, 충원 학생이 “여기 찾았다.”를 외치며 빠르게 정답을 적어나갔다. 답안지에는 “영토가 넓기 때문에 경도의 차이가 많이 나서”라고 적었다.

 

김경범 교사는 ‘놀면서 배울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게임형 수업을 도입했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 정답을 찾아라!
  이 게임형 수업을 시작하면서 김경범 교사는 학생들에게 “게임의 답은 ‘내가 사는 세계’ 단원에서 모두 찾을 수 있다.”고 사전에 고지했다. 이어 김 교사는 “다음 수업시간에는 오늘 찾은 정답이 맞는지, 채점을 통해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이번 게임형 수업의 학습목표는 학생들에게 지리정보의 위치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지리정보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배우고, 또한 수리적 위치, 지리적 위치, 관계적 위치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는지 등도 함께 배우게 됩니다.”
  학생들은 다음 차시에서 정답을 확인한 후에는 비슷한 유형의 다른 도시 문제를 모둠원끼리 토의하면서 문제해결 능력도 끌어올리게 된다. 이때 정답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게임인 만큼 약간의 경쟁심을 유도할 필요성도 있다. 무엇보다 긴장감 있는 수업으로 진행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김 교사는 “이 게임형 수업을 통해서는 지식정보 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모둠원끼리 경쟁하는 가운데 서로 협동하는 공동체 역량 등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모둠의 마블> 게임에는 어려운 문제풀이만 있는 건 아니다. 학생들의 흥미를 배가시킬 만한 게임의 요소들이 보드의 주요 길목마다 배치됐다. 이를테면 주사위를 던졌을 때 나오는 ‘보너스게임’도 그 중 하나다. 친구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3번 연속 이기면, 친구의 땅 중 하나를 빼앗아 올 수도 있다. 또 다른 땅에 도착하면, 문제풀이 없이 ‘지금 즉시 세계여행으로 이동’이라는 보너스도 기다리고 있다.

김 교사가 자체 개발한 모둠의 마블 게임

학생들은 게임을 하는 동안 주요 국가, 주요 도시의 지리적 정보, 수리적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태국의 연평균 기온이 항상 높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 학생이 ‘적도 부근에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적고 있다.

 

“신나게 놀면서 배울 수는 없을까?”
  이 활동 중심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구상하면서 김경범 교사는 모든 학생이 교실에서 소외되지 않고, 단 한 명의 학생도 졸지 않는 수업을 꿈꾸었다고 한다. 또 사회교과에 대한 자기주도적 학업성취 능력을 설문조사한 결과, ‘흥미가 없어서’라고 응답한 학생의 이유가 무엇보다 명료했다. 이들 학생들에게서 나온 가장 높은 응답은 ‘내용이 어렵다’는 것. 그리고 ‘단순 암기과목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그때 김 교사에게 문득 떠오른 생각이 바로 게임이었다.
  “신나게 놀면서 배움이 이루어질 수는 없을까? 이러한 질문을 수없이 하다 보니 학생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학습에 접목시켜 보자는 새로운 수업모형을 개발하게 된 것이죠. 게임에서 오는 ‘재미’의 요소를 분석하여 자기주도적이지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수업을 디자인하게 되었고요.”
  김 교사는 수업운영 결과, 이 수업모형의 한계점도 분명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의 성별에 따른 흥미도, 평가기준 모호성, 다양한 문항 개발 등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변화를 시도해 나갈 예정이기도 하다. 이날 진행된 게임형 수업은 한 차시에 소화하기에는 불가능한 수업이기도 하다. 정답 확인과 토의, 동료평가와 교사평가 등의 과정이 모두 진행되려면 한 단원에 보름 이상씩 소요되기도 한다고. 또 게임의 형식상 모든 단원에 적용할 수도 없었다. 각 단원의 학업성취도 기준을 분석, 게임의 형식을 가장 잘 녹여낼 수 있는 단원에서만 적용시킬 수 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과정 중심의 정성적 평가방식이다 보니 시간도 많이 소요될뿐더러 평가에서 학생들과의 사이에 합의점을 도출해 내는 것 또한 쉽지 않았죠. 앞으로 이와 같은 수업이 활성화되고, 시행착오가 보완된 수업방식이 개발된다면 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이 게임형 수업이 다른 교실수업과 차별화되는 건 바로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 교사가 단순한 지식전달자의 역할만 맡는다면,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을 이기긴 어렵다는 게 김경범 교사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제는 학생들 스스로 창의적으로 질문하고, 또 답을 찾아가는 수업방식을 좇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의 주도권이 교사에서 학생으로 넘어가다 보니 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학생들의 질문이 아예 없거나, 한 시간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학생이 존재하고, 또 알아도 다른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게 힘들었던 학생들  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손을 들 수 있게 됐죠.”
  처음 수업모형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잘 할까?’ 우려와 걱정도 많았다는 김경범 교사. 그러나 이젠 그가 지도하게 될 모든 사회교과 단원에 이 게임형 수업을 적용시킬 수 있는 도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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