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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구 교사의 사회과 내러티브 활용 수업 개화 vs 척화 팀별 열띤 토론… 상대 의견 이해하며 소통

글_ 이순이 본지 기자

 

  전남 영암초 사회과 시간. “역사 수업을 하다보면 사건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인식하나 역사적 흐름을 따라 연결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하는 강영구 교사. 그는 역사를 통시적 관점에서 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현재와 과거, 미래를 넘나들며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접하고 학생들이 공감능력 키울 수 있도록 내러티브를 활용한 사회과 수업을 진행한다.

 

 

  “내러티브는 수업모형은 아니에요. 사고의 흐름인데 단순한 이야기에 학습자의 생각이나 경험이 더해지면서 구조화하여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즉,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과 경험에 새로운 학습 정보가 더해지는 과정에서 서로 소통을 통해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자기의미화하는 것입니다.”


  전남 영암초(교장 한길승) 강영구(33) 교사는 사회과 영역 중에서도 역사에 내러티브를 적극 활용 중이다.

 

  시대를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학생들이 역사적 행위자가 되어 우리 조상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적 증거에 상상적 해석을 더해 삶에 친근한 소재로 가져왔다. 내러티브 활용 수업은 일반적으로 학습주제 선정 → 내러티브 구성 → 의미화(작성 및 발표) → 내러티브 확장 → 정리의 과정을 거친다.

 

개화파 입장에 선 학생들이 척화파의 주장과 근거를 듣고 반론 펴기를 위해 모여 의견을 모으고 있다.

 

 

 내러티브 활용 수업의 결과물들

 

 

근대 국가 수립에 대해 배우는 학생들이 ‘개화 vs 척화’의 입장에 서서 열띤 토론을 마친 후 활짝 웃고 있다.

 

 

역사적 증거에 상상적 해석을 더한 역사교실


  강 교사는 학생들이 내러티브 수업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러티브 수업을 다양한 교과에 적용해 왔다. 또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기”라고 설명할 정도로 강 교사는 그동안 매일 아침 1분 말하기를 비롯해 주말편지 등 평소 기본학습 훈련을 통해 수업 속에서 말하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해 왔다.


  최근에는 6학년 사회과 2단원 ‘근대 국가 수립을 위한 노력과 민족 운동’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개화 vs 척화’를 핵심주제로 삼아 내러티브 활용 수업을 전개하고 있다. 근대사회에 대한 배경지식을 토대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들, 나아가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개화 vs 척화’를 주제로 토론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치 갈등의 문제이기에 서로 다른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 있죠. 하지만 학생들은 이미 역사의 결말을 알기에 많은 학생들이 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어요.”


  학습주제가 정해지면, 다음은 내러티브를 구성하게 된다.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서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때 역사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과 EBS 한국사 영상(최익현 관련)을 활용해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당대의 사회적 배경과 지배적이었던 가치관 등을 이해해야만 원활한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조선 후기에 개화정책을 해야한다’라는 토론주제에 대해 개화 찬성 13명, 척화 찬성 9의 의견으로 갈라졌다.

 

교실 뒷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인물역사연표

 

 

학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6.25 구술사 프로젝트. 6.25를 직접 경험한 퇴직 교원의 생생한 경험담을 학생들이 경청하며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당시 인터뷰를 하던 학생들은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워 했으며 민족의 아픔에 크게 공감하였다.

 

 

개화파, 척화파의 입장이 되어


  기자가 수업을 참관한 4월 13일에는, 2단원의 의미화 과정으로 ‘개화 vs 척화’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혔다.


  “서양세력과 통상하는 것은 나라를 위한 길입니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는데, 서양세력과 통상하면 과학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당시 다른 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여 총이 있었다면,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때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었어요.”(개화파)


  “개화하지 않고도 우리나라만의 문물을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개화로 인해 나라의 문화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척화파)


  “오히려 다양한 문화와 문물들이 들어와서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개화파)


  이때 척화파의 날카로운 반론 펴기가 시작됐다.


  “개화로 조선에서는 사치품이 들어오고 생필품이 수출됐습니다. 쌀값이 올라 조선 백성들은 더 먹고 살기 힘들어졌어요. 나라의 힘은 백성인데, 백성이 힘들면 무슨 소용입니까?”(척화파)


  “서양의 싼 식량을 수입하면 되지 않나요?”(개화파)


  “나라의 힘이 약한데 백성들이 잘 살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수탈이 심했는데, 이렇게 되면 백성들은 이중고로 더 힘들어집니다.”(척화파)


  개화파, 척화파의 입장이 되어 토론을 벌이던 학생들이 수업이 종료될 즈음 가치 수직선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점수를 매겼다.

  개화-척화에 대한 입장을 ‘0~100’으로 했을 때 나는 어느 지점에 있을까? 조혜원 학생은 “서서히 멸망하는 조선을 보면서 개화를 통해 나라가 발전하고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김동진 학생은 “땅에서 자라는 작물은 한계가 있는데, 사치품을 수입하고 생필품을 수출해서 백성들이 먹을 게 없어졌다는 척화파의 주장에 개화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을 마칠 때쯤에는 어느 입장이 옳은가를 따지기보다 개화파, 척화파 모두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하나였음을 깨닫는다.


  내러티브 활용 수업은 의미화 과정을 거쳐 내러티브 확장과 정리의 과정으로 마무리된다. 토론에 이어 다음차시에는 ‘2017년 나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올해 교직경력 8년차의 강영구 교사는 2년째 전남수업선도교사로 활동 중이며, 교육부 사회교과서개선방안연구회, 전남초등사회수업개선연구회, 사회과 내러티브연구회 등에서 활동하며 수업개선을 위해 자기계발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수업에는 왕도가 없지요. 하지만 수업준비만큼은 철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러티브를 활용해서 협동학습, 토론학습 등 다양한 학습법을 혼합하여 저만의 수업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강영구 교사의 내러티브 수업 구성은 이렇게…

 

내러티브는 하나의 사고 흐름으로서 단순한 이야기에 학습자의 생각, 경험이 더해지면서 구조화하여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즉 새로운 학습내용을 접하고 의사소통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배경지식, 경험과 관련지어 현상을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자기 의미화 하 는 것이다. 내러티브는 수업모형이 아니다. 고로 정형화된 틀이 아니라, 활용방안으로서 소재, 목적, 구조로서의 내러티브를 적용하였을 뿐 수업 주제에 따라 수업방법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학습주제 선정] → [내러티브 구성] → [의미화] → [내러티브 확 장] → [정리]의 과정을 거친다.

 

 

 

 

 

내러티브 활용 수업 예시

학습주제 선정 - 조선후기 농민 체험하기

•역할 제시 : 학생들은 농민, 교사는 양반

•공간 구성 : 책걸상을 모두 교실 뒤로 밀고, 모두 바닥에 앉은 채로 시작

•활동 내용 :

 1. 1인당 2~3포대의 쌀가마니를 배부하고, 빈 쌀가마니에 동그라미를 그려 쌀을 채워 농사를 짓는다.

2. 농사를 짓기 전에 무조건 양반에게 쌀가마니를 빌려가야 시작할 수 있다. 빌려주는 쌀가마니의 동그라미(쌀) 개수를 달리해서 나눠준다.

3.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올해는 흉년이니 나중에 두 가마니로 갚게 한다.

4. 다음으로 과거 시험이 있는데 3분단은 과거 시험에서 배제한다.

 

 

내러티브 구성 - 농민 체험하기

1. 두 가마니를 만들어 오면 빚 청산을 해주고, 한 가마니를 더 만들어 가지고 오면 모형 돈을 준다.

2. 모형 돈을 가진 학생에게는 의자에 앉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고, 돈을 가져오면 과거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준다.

3. 양반이 집을 비웠다고 하고 교사는 자리를 비운다. 이때 학생들은 부당함과 불만을 공유한다.(봉기)

 

 

 

 

 

 

의미화 - 각 활동의 의미를 조선 후기 폐단과 관련지어 설명하기(소감 나누기)

겪은 일을 문장으로 정리하기(농민봉기의 배경)

- 쌀가마니를 무조건 빌려가야 하고 양이 다르다: 환곡의 폐단

- 3분단은 과거 시험에서 배제한다: 평안도 지역 차별

- 양반 마음에 안 들면 두 배로 갚게 했다: 관리들의 부정부패, 세도정치

 

 

내러티브 확장 -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고 조선 농민봉기의 과정 알아보기

영화 레미제라블 시청: 우리 역사에도 있었을까? 교과서 속에서 증거 찾기

교과서에서 비슷한 사건 찾기(농민봉기의 과정)

- 홍경래의 난(1811), 진주 농민봉기(1862), 실학자들이 개혁안을 제시함, 천주교와 동학

- 옥호정도 삽화(옥호정은 당시의 세도가 안동 김씨 김조순의 집)를 통해 세도정치 엿봄

 

 

정리하기 - 왜 농민봉기를 일으켜야 했는지 공감하고 내용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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